스포츠뉴스
[24-09-06 11:35:00]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모래바람'은 숙명이다. 안방에서 열린 첫 판부터 거세게 불었다. 팔레스타인과의 첫 경기에서 득점없이 비겼다.
이제 중동 원정이 시작된다. 대한민국은 10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각) 오만 무스카트 술탄카부스경기장에서 오만과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2차전을 갖는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예선에 이어 이번에도 상대는 모두 중동팀들이다. 홍명보호는 이라크, 요르단, 오만, 팔레스타인, 쿠웨이트와 함께 B조에 편성됐다. 3차예선은 18개팀이 6개팀씩 3개조로 나뉘어 홈&어웨이로 풀리그를 치른다. 각조 1, 2위, 총 6개팀이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쥔다. 5차례의 중동 원정을 넘어야 그 고지를 밟을 수 있다.
홍명보 A대표팀 감독은 팔레스타인전 후 “3차예선 첫 경기에 승리를 거두지 못해 죄송하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경기를 봤을때 우리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전체적으로 전반과 후반이 다른 양상이었는데, 전반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좋지 않았다. 하지만 후반은 조금 더 개선이 됐다“며 “몇번의 찬스가 있었지만, 살리지 못한게 아쉬웠다. 우리가 이 문제는 앞으로 계속될 수 있다. 전반은 반대 전환과 볼이 나가는 속도가 빨랐어야 했다. 상대가 내려앉은 상황에서 공략하려면 빠르게 전환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캡틴' 손흥민(토트넘)은 “이기지 못할 때는 누구보다 아쉽고, 누구보다 괴로운 하루가 또 밤이 될 것 같은데 선수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 와중에서도 정말 찬스도 많이 만들고, 안 좋은 부분만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제 1경기 치렀고 우리한테는 9경기 동안 최고의 경기를 펼칠 수 있는 기회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 경기대로 잘 준비해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요르단과 이라크는 경계대상이고, 팔레스타인은 복병이다. 그래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예선 경험을 살려야 한다. 당시 대한민국은 이란,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과 함께 A조에 묶였지만 2위로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 축구 주축인 유럽파들이 중동까지 이동거리가 짧은 것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상대가 어떤 팀이든 원정길은 늘 힘겹다. 그 시작이 오만전이다. 태극전사들은 7일 오전 1시20분 출국한다. 카타르 도하를 거쳐 결전지인 무스카트로 향한다.
손흥민은 “감독님께서 쉽지 않으셨을 텐데 어려운 한마디 한마디씩 꺼내시는 것 자체가 어려우실 것 같더라. 선수들한테 잘했다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씀을 해 주셨고 많은 격려를 해 주셨던 것 같다“며 “오만이라는 원정길을 나서게 되는데 이제는 홈에서 하는 경기도 쉽지 않은 것만큼 원정 경기는 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리고 “단 한 가지 좋은 점은 그라운드 컨디션이 원정경기가 좋다라는 게 좀 더 어찌 보면 한편으로는 안타깝다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다행이라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우리 팀에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컨트롤하는 데도 있어서 어렵고, 드리블 하는 데도 어려운 사항들이 나온다. 다음 홈에서 할 때만큼은 좀 많이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저희가 해야될 것들, 저희가 할 것들 또 규칙적으로 효율적으로 한다면 좋은 경기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1차전, 홈이점은 없었다. 10년 만에 A대표팀으로 돌아온 홍명보 A대표팀 감독은 2014년 브라질월컵에서 단 한번 실패했다. U-20 월드컵 8강, 런던올림픽 동메달 환희는 일부 팬들의 머릿속에는 없다. 긴 침묵 후 '만년 2위'인 울산 HD의 K리그1 2연패를 이끌며 반전에 성공한 지도자지만 '사대주의'는 한국 축구의 서글픈 현실이다.
홍 감독은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우~“라는 야유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의 지도를 받는 태극전사들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은 “솔직히 말해 다른 선수들은 잘 모르겠지만 난 대한민국 선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많이 안타깝고 아쉬운 부분인 것 같다. 감독님이 저희와 함께 하게 됐고, 첫 경기였지만, 응원보다 야유로 시작을 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선수들은 100% 감독님을 믿고 따라야 한다. 감독님이 저희가 좋은 축구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실 거라고 믿고 있다. 저희는 100% 따를거다. 앞으로는 감독님과 함께, 코칭스태프분들과 함께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할 거다. 축구 팬 여러분도 당연히 많이 아쉽고 많이 화가 나겠지만 더 많은 응원,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90분내내 참았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결국 읍소하는 생경한 장면까지 연출됐다. 그는 야유를 퍼붓는 국가대표팀 서포터스인 '붉은악마'를 향해 자제를 요청했다. 결론적이지만 시작부터 승리할 수 없었던 경기였다. 어수선한 분위기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라운드는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다.
김민재는 “다들 심각하게 생각하고 계신 것 같다. 선수들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사실 우리가 시작부터 못하지는 않았다“며 “우리가 못하길 바라며 응원해주시는 부분이 조금 아쉬워서 그런 말씀을 드린 것이다. 전혀 공격적으로 말씀 드린 것이 아니다. 가서 조금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했다. 전혀 심각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그렇게 받아들이실 분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시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9월에 이어 10월 A매치 2연전에는 '난적' 요르단 원정이 기다리고 있다. 홍명호브는 10월 10일 요르단과 3차전을 치른 후 15일 안방에서 이라크와 4차전을 벌인다. 그리고 11월에는 쿠웨이트, 팔레스타인과의 5, 6차전이 모두 원정에서 열린다. 올해 A매치는 11월로 막을 내린다. 중동에서 문을 닫는 셈이다.
이대로면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가시밭길이다. 다만 현재의 컨디션이라면 원정이 더 나을 수 있다.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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