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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대만)=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유동적으로 운영할 생각이다.“

10일(이하 한국시각) 마지막 평가전을 마친 뒤 '4번 고민'에 대한 야구 대표팀 류중일 감독의 대답은 이것이었다.

'4번감이 안보인다'는 시선은 여전하다.

웨이취안 드래곤즈와의 마지막 평가전 선발 라인업 4번 자리에 이름을 올린 건 문보경(LG 트윈스). 이날 문보경은 2타수 무안타 1사구 1득점에 그쳤다. 첫 타석에서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고, 두 번째 타석에선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해 김형준의 싹쓸이 3타점 2루타 때 홈을 밟았다. 하지만 세 번째 타석에선 삼진, 네 번째 타석 역시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류 감독은 이날 문보경의 타격을 두고 “공이 안 뜬다. 자꾸 (타구가) 밀린다“라고 평했다.

국내에서 치러진 쿠바와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2루타 1개 포함 2안타를 기록할 때만 해도 나아지는 듯 했다. 하지만 상무전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웨이취안전에서도 침묵이 이어졌다. 류 감독은 “내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마지막 훈련이 있으니 그때 점검하면 된다“고 했지만, 문보경 스스로에겐 좀처럼 타격감이 오르지 않는 건 고민스러울 만하다.

노시환(한화)이 부상으로 하차하면서 '4번 고민'이 시작된 류중일호다.

올해 33홈런-115타점을 기록한 구자욱(삼성)까지 부상하면서 고민은 한층 더 깊어진 상태. LG 4번으로 제 몫을 해준 문보경이 중책을 맡았지만, 지금까진 '대표팀 4번'의 무게감에서 자유롭지 못한 눈치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류중일호가 마냥 4번 자리를 두고 고민할 정도는 아닌 듯 하다.

류 감독은 “타자들 모두 잘 친다. 타구의 형태가 좋다“고 밝혔다. '한방'을 갖춘 전형적인 거포들과는 거리가 있지만, 투수 유형-상황에 맞춘 타격을 할 수 있는 타자들이 많다는 뜻.

웨이취안전에서도 이런 모습은 여실히 드러났다.

선제 솔로포를 쏘아 올린 윤동희(롯데)와 이어진 타석에서 중월 직격 2루타를 때려낸 주장 송성문(키움) 모두 '거포'와는 거리가 있지만, 언제든 장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타격 능력을 갖춘 선수들. 38홈런-40도루를 기록한 김도영(KIA) 역시 찬스 상황에서 해결 능력을 갖췄다. 3타점 2루타를 터뜨린 김형준(NC)은 수비 부담이 큰 포지션 특성 탓에 하위 타순 배치가 주를 이루지만, 4번 못지 않은 장타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박동원(LG)도 김형준과 마찬가지로 장타 생산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언제든 4번 못지 않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자원으로 꼽힌다.

결국 경기 당일 컨디션에 맞춰 이들의 배치를 적절히 한다면, '4번 고민'에 얽매이지 않고 돌파구를 찾아갈 수 있다. 류 감독이 “당일 컨디션에 따라 4번 자리를 유동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이유이기도 하다.

어디까지나 준비 과정일 뿐, 실전에서의 모습은 또 달라질 수도 있다. 마냥 걱정할 필요가 없는 류중일호다.

타이베이(대만)=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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