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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누가 상상이라도 했을까. 2024시즌 K리그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순위표는 눈을 비비고 다시 봐야 할 지경이다. 강등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던 강원FC가 2위, 상위스플릿도 버거울 것으로 보였던 포항이 3위다. 제시 린가드를 영입하며 인기몰이를 예고했던 서울은 9위, 영원한 우승후보 전북은 11위다. 특히 포항과 강원은 완전히 다른 팀컬러로 돌풍을 일으키며 K리그 흥행몰이에 앞장섰다. 초반부터 독주를 달린 포항이 숨고르기에 돌입하자 다크호스 강원이 새로운 페이스메이커로 등장했다.

강원은 지난 15일 춘천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K리그1' 17라운드서 수원FC를 3대1로 완파했다. 강원은 2017년 6월 18일(제주전 2대1승) 이후 무려 2554일 만에 5연승을 질주했다. 울산이 17라운드를 치르기 전까지 잠시 단독 선두에 오르는 달콤함도 즐겼다. 강원은 9승4무4패 승점 31점으로 선두 울산에 승점이 단 1점 뒤졌다. 오는 22일에는 김천상무를 상대로 창단 첫 6연승까지 도전한다.

사실 시즌 초반 K리그 주인공은 포항이었다. 포항은 2023시즌에 비해 전력 이탈이 극심했다. 주전 센터백과 공격진이 완전히 물갈이 됐다. 오랫동안 포항 지휘봉을 잡았던 김기동 감독도 서울로 떠났다. 포항의 레전드 박태하 감독이 새롭게 취임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박태하 감독은 준비된 사령탑이었다. 포항은 개막전 패배 후 12라운드까지 11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질주했다. 후반 족집게 용병술이 적중하며 '태하드라마'라는 멋진 애칭도 붙었다. 박태하 감독은 가장 약점으로 지적된 수비를 강점으로 탈바꿈시켰다. 포항은 17라운드까지 리그 최소실점(16점) 1위다.

포항이 최근 5경기 1승2무2패로 주춤하는 사이 강원이 바통을 터치했다. 중위권에서 웅크리던 강원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파괴적인 공격축구를 꽃피웠다. 지난 시즌 중반부터 지휘봉을 잡은 윤정환 감독의 지도력이 자리를 잡았다. 강원은 약점을 보완하기보다 강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내용과 결과까지 잡았다. 강원은 리그에서 실점이 제일 많지만(27점) 득점도 울산(33점)에 이어 2위(32점)다. '고등학생 윙어' 양민혁도 유럽이 주목하는 특급 유망주로 부상해 흥행 요소가 가득하다. 윤정환 감독은 여전히 상위스플릿이 목표라고 말을 아꼈지만 이 기세면 최상위 아시아 클럽대항전인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출전도 노릴 만하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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