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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호랑이 굴'에서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서스펜디드 변수가 몰아치며 사흘 간 이어진 한국시리즈 1, 2차전. KIA 타이거즈가 2연승으로 우승 확률 90%를 잡으면서 막을 내렸다. 플레이오프 사투를 펼치며 올라선 삼성 라이온즈에겐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결과.

그러나 2연패 과정에서 수확이 없지 않았던 삼성이다.

단단한 찐팬심을 여실히 확인했다. 21일 1루측 1층 원정 응원석을 가득 삼성 팬들은 서스펜디드 게임 선언, 비로 이틀이나 일정이 밀렸음에도 23일 재개된 승부에서 그대로 자리를 채웠다. 1차전 역전패 직후 이어진 2차전에서도 1회에만 5실점 빅이닝을 헌납하고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목소리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8회에도 반등을 바라는 '엘도라도' 응원가가 울려퍼졌고, 격차가 꽤 벌어진 9회에도 대부분의 팬들이 자리를 지켰다.

KIA의 안방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홈팀 KIA에겐 누구보다 편안한 안식처지만, 원정팀들에겐 '무덤'과 같았다. 정규시즌 2만500석의 관중석이 모두 채워지면 1루측 원정 응원석마저 KIA 팬들로 채워지기 일쑤였다. 소수의 원정팬이 응원전을 펼쳐도 “최강 KIA“ 함성에 묻히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번 한국시리즈만큼은 달랐다.

그라운드에서 이를 바라본 KIA 김도영도 적잖이 놀란 눈치. 김도영은 “올해 원정 팬분들이 챔필(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애칭)을 이렇게 많이 찾아오신 게 처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천만관중 시대를 맞이한 KBO리그. 이젠 단순히 야구가 아닌, 남녀노소, 가족, 친구가 모두 즐길 수 있는 아드레날린 분출구이자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비수도권 평일 저녁 경기임에도 수도권에서 당일치기 원정 응원을 펼치는 팬들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우리 팀'을 향한 무한한 사랑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경.

만원관중 속에 한국시리즈 2경기를 경험한 김도영은 “어릴 땐 이런 경기에 들어가는 걸 상상했을 때 몸이 전혀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는데, 자연스럽게 배트가 나가고 다리가 움직였다. '나도 이제 프로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팬들이 야구장을 이렇게 채워주시는 것 만으로도 선수로서 너무 행복하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제 한국시리즈는 대구 라이온즈파크로 이동한다. 라팍(라이온즈파크 애칭)은 올 시즌 누적 134만7022명, 평균 1만8452명으로 비수도권 1위이자 10개 구단 중 2위 관중 동원 능력을 가진 곳. 삼성이 2경기를 내주면서 반등을 바라는 함성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과연 '사자 굴'에선 어떤 풍경이 펼쳐지게 될까.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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