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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그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아닌 토트넘 홋스퍼를 택했다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역사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쓰일 수도 있었다. 한 사람의 선택이 지금의 역사를 만들었고, 그의 선택 뒤에는 큰 영향력을 지닌 한 인물의 목소리가 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 경이 맨유 대신 토트넘 지휘봉을 잡을 수도 있었다. 토트넘이 맨유보다 먼저 퍼거슨 경에게 제안을 보냈기 때문이다. 만약 퍼거슨 경이 토트넘으로 갔다면 EPL의 역사는 지금과 많이 다를 것이다.

영국 매체 TBR풋볼은 20일(한국시각) '퍼거슨 경이 맨유에 앞서 토트넘 감독직을 거절한 이유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퍼거슨 경은 맨유의 최전성시대를 만든 인물로 EPL 역대 최고 감독 중 하나로 손꼽힌다. 위대한 업적을 인정받아 기사 작위까지 받았다. 그래서 그의 이름 뒤에 '경'이라는 말이 붙는다.

이런 퍼거슨 경이 원래는 맨유가 아닌 토트넘의 감독이 될 뻔했던 비화가 공개됐다. 퍼거슨 경이 방송에서 직접 말한 내용이니 틀림없는 팩트라고 볼 만하다. 퍼거슨 경은 TNT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에버턴 감독 시절 토트넘 입단 제안을 받고 고민했지만, 맨유로 가라는 지시를 받고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퍼거슨 경이 스코틀랜드 1부리그 애버딘 감독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1980년대 이야기다. 퍼거슨 경은 셀틱FC와 레인저스FC의 양강 구도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던 스코틀랜드 1부리그에서 애버던 지휘봉을 잡은 지 두 번째 시즌인 1979~1980시즌에 우승을 거두며 혁명을 일으켰다. 이후 기세를 이어가 스코틀랜드 중상위권이었던 애버던을 유럽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강호로 탈바꿈시켰다.

결국 젊은 명장 반열에 오른 퍼거슨 경에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의 러브콜이 쏟아졌다. 아스널과 울버햄튼이 차례로 퍼거슨 경에게 제안했다. 퍼거슨 경은 두 구단을 모두 거절한 뒤 세 번째로 토트넘의 제안을 받았다.

여기서 흔들렸다. 실제로 토트넘으로 가려고 했었다. 퍼거슨 경은 인터뷰에서 “아스널도 거절하고, 울버햄튼도 거절했다. 토트넘 제안마저 거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퍼거슨 경은 토트넘으로 마음이 넘어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퍼거슨 감독의 마음을 바꾼 사람이 있었다. 딕 도널드 애버딘 회장이었다. 퍼거슨 경은 “이제는 떠나야 할 때라고 말하자 도널드 회장이 나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면서 맨유로만 가야한다고 발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 말을 들은 퍼거슨 경은 토트넘 측에 거절의사를 밝혔고, 이후 제안이 들어온 맨유 지휘봉을 잡게 된다. 1986년 11월에 벌어진 일이다.

이후 맨유는 퍼거슨 경에 의해 1990년대 최전성기를 누리게 된다. 퍼거슨 경은 맨유에서만 13번의 리그 우승과 2번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머쥐게 된다. 맨유의 전설이 됐다.

만약 토트넘의 제안을 수락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토트넘이 1990년대 최전성기를 누리며 맨유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거나 혹은 퍼거슨 경이 '감독들의 무덤' 토트넘의 기에 눌려 평범한 커리어만 남긴 채 은퇴했을 것이다. 가정은 무의미하다. 퍼거슨 경은 결국 토트넘을 피해갔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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