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LG 트윈스가 홈에서 기사회생했다.

LG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서 선발 임찬규의 5⅓이닝 무실점 호투와 곧바로 나온 '엘동원'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의 3⅔이닝 세이브로 1대0의 승리를 거두고 승부를 4차전으로 미뤘다.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게 패하는 것을 봤던 LG 어린이 회원 임찬규는 22년 뒤 LG 투수로 삼성에게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투수가 되며 개인적인 복수를 했다. LG도 탈락의 벼랑 끝에서 일단 탈출하며 시리즈 역전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됐다.

삼성은 선발 황동재에 이어 불펜을 동원해 LG 타선을 최소 실점으로 잘 막아냈지만 믿었던 타선이 터지지 않아 3차전에서 끝내지 못했다.

LG는 홍창기(우익수)-신민재(2루수)-오스틴(1루수)-김현수(좌익수)-오지환(유격수)-문보경(3루수)-박동원(포수)-박해민(중견수)-문성주(지명타자)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2차전서 빠졌던 문성주가 다시 돌아와 완전체로 벼랑끝 승부에 나섰다.

삼성은 구자욱이 빠진 자리를 윤정빈으로 채웠다. 김지찬(중견수)-김헌곤(좌익수)-윤정빈(우익수)-디아즈(1루수)-박병호(지명타자)-강민호(포수)-김영웅(3루수)-이재현(유격수)-류지혁(2루수)로 짰다. 1차전서 2번타자로 나와 3안타 3득점을 한 윤정빈과 2차전서 2번 타자로 나와 홈런 2개 등 3안타 4타점을 올린 김헌곤을 모두 기용해 구자욱의 빈자리를 메우게 했다. 이재현이 훈련 때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안주형으로 유격수를 바꿨다가 다시 좋아져서 다시 라인업에 넣는 해프닝도 있었다.

LG 염경엽 감독은 선발 임찬규 이후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곧바로 붙는 벼랑끝 전술을 준비했다. 반면 박진만 감독은 선발 황동재에게 4이닝 정도만 맡기고 이후 불펜진을 가동해 LG 타선을 막을 계획을 밝혔다. 만약 3차전으로 끝낼 수 있다면 1차전 선발로 나왔던 레예스를 마지막에 등판시킬 것도 생각하겠다고 했다.

3차전 승리를 위해 선취점이 절실했던 LG는 1,2회에 득점권 찬스를 번번이 놓치면서 답답한 경기를 이어나갔다. 1회말 선두 홍창기의 안타와 신민재의 내야 땅볼로 1사 2루의 기회를 만들었으나 오스틴과 김현수가 나란히 삼진을 당했고, 2회말엔 오지환이 볼넷에 2루 도루를 성공시켜 무사 2루의 천금같은 기회를 만들고 문보경의 좌익수 플라이로 1사 3루까지 이었지만 박동원이 친 타구가 투수 정면으로 굴러 3루주자 오지환이 협살에 걸려 아웃됐고, 이어진 2사 2루서 박해민이 삼진을 당했다.

그러나 LG는 임찬규가 굳건히 삼성 타선을 막아냈다.

1,2회를 삼자범퇴로 끝낸 임찬규는 3회말엔 2사후 류지혁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했지만 김지찬을 3루수 플라이로 잡고 무실점을 이었다.

삼성 선발 황동재가 예상외로 3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내자 삼성도 4회초 첫 득점권 찬스를 만들면서 임찬규를 압박했다. 윤정빈과 박병호의 안타로 2사 1,3루를 만든 것. 데뷔 이후 아직 한국시리즈에 가본 적이 없는 강민호가 선취점을 위해 타석에 섰으나 커브에 헛스윙 삼진.

4회말 LG는 오스틴이 볼넷으로 출루하며 다시 기회를 만들었다. 김현수 타석에서 박진만 감독이 투수 교체를 결정했다. 당초 3차전 선발로 예상됐던 좌완 이승현이 올라왔다. 오스틴이 2루 도루를 시도했다가 이승현의 견제구에 걸려 협살로 아웃. 그리고 김현수가 우전안타를 쳤으나 오지환과 문보경이 차례로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두들기고 두들긴 LG가 선취점을 뽑았다.

5회말 선두 박동원이 볼넷을 고른 뒤 박해민의 희생번트로 1사 2루를 만들었다. 그리고 문성주가 중전안타를 쳤다. 그런데 중견수 김지찬이 극단적으로 전진수비를 해 2루주자 박동원이 3루에서 스톱. 1사 1,3루서 홍창기가 좌익수 깊게 희생플라이를 쳐 박동원이 드디어 홈을 밟아 1-0을 만들었다.

삼성은 다시 투수를 송은범으로 교체. 신민재가 송은범으로부터 볼넷을 골라 1,2루가 되자 다시 삼성은 김윤수를 호출했다. 1,2차전에 이어 김윤수와 오스틴의 3번째 대결이 성사됐다. 이번엔 오스틴이 초구를 쳤다. 154㎞의 바깥쪽 직구를 쳤으나 평범한 우익수 플라이. 이번에도 김윤수가 이겨 LG는 추가득점에 실패했다.

6회초 선두 김헌곤이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난 뒤 LG도 투수 교체를 했다. 임찬규를 내리고 에르난데스를 올린 것. 장타력이 있는 왼손 타자들이 올라오자 구위가 좋은 에르난데스로 막겠다는 계산이었다.

임찬규는 5⅓이닝 동안 84개의 공을 뿌리면서 3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에이스의 모습을 보였다.

윤정빈이 에르난데스를 상대로 홈런성 타구를 쳤다. 하지만 우측 펜스 앞에서 홍창기에게 잡혔다. 대구였다면 홈런이 됐을 타구였지만 잠실이라 잡혔다. 디아즈도 좌익수 플라이로 아웃.

7회초 2사후 삼성에게 동점 기회가 왔다. 김영웅의 우전안타를 우익수 홍창기가 노바운드로 처리하려다 뒤로 빠뜨려 3루타가 된 것. 그러나 이재현이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되며 0이 계속 이어졌다.

LG도 1점으론 불안했지만 추가점이 나오지 않았다. 6회말엔 1사후 문성주가 안타를 쳤고 대주자 김대원으로 교체되며 추가 득점을 노렸으나 홍창기가 병살타를 쳐 무산.

삼성은 다시 7회초 김지찬의 내야안타와 윤정빈의 볼넷으로 2사 1,2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디아즈의 타석. 홈런이면 단숨에 역전이 되는 상황이었지만 디아즈의 타구는 2루쪽으로 향했고 유격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삼성도 불펜이 약하다는 평가였지만 LG 타선에 무너지지 않았다. 황동재 이후 좌완 이승현 송은범 김윤수 이상민 김태훈 임창민으로 총 5개의 안타만 내주고 1실점만 했다.

결국 타선이 터지지 않았다. 에르난데스는 9회초까지 나왔다. 박병호를 삼진, 대타 이성규를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김영웅까지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고 무려 3⅓이닝을 던지며 2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기록해 LG를 임찬규와 함께 벼랑끝에서 살려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