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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노동조합이 3선 도전이 유력한 이기흥 회장의 불출마를 촉구했다.

대한체육회 노동조합은 18일 '대한민국 체육의 봄은 올 것인가?'라는 제하의 성명서를 통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불출마를 촉구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에도 과도한 체육단체 개입 대신 진정성 있는 체육 개혁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대한체육회와 문체부의 갈등이 1년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대한체육회에 대한 국무조정실의 감사, 감사원 감사, 국정감사가 겹치면서 자료제공, 조사가 이어지는 상황, 직원들의 고통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대한체육회 노조가 대한민국 체육의 봄을 열망하며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수장, 이기흥 회장 불출마에 대한 목소리를 처음으로 냈다.

아래는 대한체육회 노동조합 성명서 전문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우리 노동조합은, 대한민국 선수단이 지난 파리하계올림픽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어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음에도, 참담하고 어두운 리더의 그림자 밑에서 별다른 기쁨과 보람을 얻을 수 없었다.

특히 최근 불거진 조직의 난맥상과 관련해서, 우리 조합원들은 사무처 소속의 인력이라는 한계와 무력감에 갇힌 채 별다른 내부 견제의 목소리를 내지 못 해왔다. 이기흥 회장이 2016년 대한체육회장으로 처음 선출된 이래 2019년 IOC 위원으로 선임되고 2021년 대한체육회장 연임에 성공하기까지 힘을 키워오던 동안, 그가 각종 정?관계 인맥까지 내세우며 그 위세와 영향력을 자랑하던 과정에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용기 있게 대항할 기틀을 갖추지 못했다.

이기흥 회장의 지난 8년 임기 동안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한체육회 재정규모는 국민체육진흥기금 기준 2016년 2,700억 원에서 2024년 현재 4,100억 원으로 약 1.5배 증가하여 외연을 넓혔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부터 2022년 ANOC(국가올림픽위원회총연합회) 총회, 2024년 강원청소년동계올림픽, 2027년 충청하계유니버시아드 등 주요 국제스포츠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유치?개최하는 데 기여하며 국제적 위상을 드높이기도 했다. 2019년에는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의 2단계 증축이 완료되어, 대한민국 국가대표의 요람이 태릉에서 진천으로 안정적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이러한 공적은 이기흥 회장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냈다기보다는 여러 체육인들의 협력과 더불어 사무처에 소속된 우리 조합원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 조직 내부의 환경, 조합원들의 처우는 그동안 어떠했던가. 리더의 대외적 위상이 올라갈수록 민주적인 소통 구조는 사라져갔고, 정확한 선임 절차와 역할을 알기 어려운 특별보좌역을 비롯해 각종 비선들의 입김이 점차 세게 작용했다. 강압적 분위기 속에서 대한민국 체육 발전과 공공기관의 책무를 이행한다는 기관 본연의 목적은 흐려졌고, 제대로 된 영문을 찾기 어려운 지시사항들만 쌓여갔다.

우리 노동조합은 그럼에도, 계속해서 소통과 대화의 장을 열고자 노력하였다. 그러나 지난 10월 8일 개최한 회장-조합원 간 타운홀 미팅에서 조합원들의 절박한 질문에 대한 회장의 답변은 마지막까지 남은 희망의 불씨마저 꺼트리는 내용 일색이었다. 조직의 위기 상황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정부 부처와의 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가 그토록 강조하는, 대한민국 체육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만병통치약과도 같은'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만을 지상목표로 내세우는 그의 답변에는, 정작 그 이후의 구체적인 비전이나 정책이 보이질 않아 공허함만이 맴돌았다.

한편, 현 회장을 견제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어떠한가. 과거 문화계에서는 블랙리스트의 작성을, 체육계에서는 K스포츠재단을 비롯한 국정농단을 집행한 최전선에 있었던 부처가 문체부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16년에는 체육단체 선진화를 명목으로 대한체육회-국민생활체육회 간 통합을 단기간에 무리하게 추진하고, 대한체육회장 선거제도 역시 문체부 주도로 바꾸었다. 문체부가 만든 선거제도로 선출된 사람이 결국 현 이기흥 회장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문체부 차원의 반성이 있었던가? 그들은 오히려 여전히 이러한 과거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체육 개혁의 주체로만 포장하고 있지 아니한가?

우리 노동조합은 대한체육회가 공공기관으로서 성실히 주어진 책무를 다하고 정부 부처에 협력할 필요성이 있음을 인정하며, 대한민국 체육 개혁을 위한 진정성 있는 접근에도 동참할 자세가 되어있다. 그러나 문체부가 체육계를 둘러싼 포퓰리즘에 편승하여 그저 '말을 잘 듣는' 대한체육회 조직을 만들기 위해 그들의 권한을 남용한다면, 결연히 저항할 것임을 밝힌다.

대한민국 체육의 봄은 올 것인가? 우리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그 시작은 이 모든 불필요한 갈등을 촉발한 이기흥 회장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차기 대한체육회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고, 질서 있게 퇴진하는 데에 있다.

이기흥 회장은 이제라도 본인이 남긴 체육계의 명암을 제대로 직시하기를 바란다! 불합리한 꼼수를 통한 연임에 도전하기보다는 남은 임기 동안 조직 구성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무엇보다도 진정한 체육 개혁의 움직임에 길을 열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는 바이다!





2024년 10월 18일

제18대 대한체육회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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