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9-17 21:55:20]
[점프볼=이규빈 기자] 멤피스의 차기 시즌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멤피스 그리즐리스는 2010년대 서부 컨퍼런스의 강호 중 한 팀이었다. 슈퍼스타는 없지만, 마크 가솔, 마이크 콘리, 잭 랜돌프, 토니 앨런 등 알짜배기 선수들이 다소 포진한 라인업을 갖췄다. 이 라인업을 바탕으로 탄탄한 수비와 끈적한 팀 컬러는 멤피스의 상징이었다. 이런 멤피스를 두고 옛날 전성기 시절 디트로이트 피스톤즈가 떠오른다는 의견도 있었다.
멤피스는 2012-2013시즌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진출했으나, 그 후 주축 선수들의 노쇠화로 내리막을 걸었다. 멤피스는 팀의 상징이었던 콘리와 가솔까지 트레이드로 보내며, 전면 리빌딩을 선언했다.
리빌딩을 선언한 멤피스는 서부 컨퍼런스 최하위에 위치했다. 그 대가로 드래프트에서 최상위 순번을 획득할 수 있었다. 멤피스는 빠르게 팀을 정비했다.
2018 NBA 드래프트 전체 4순위로 재런 잭슨 주니어를 지명했고, 2019 NBA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자 모란트를 지명했다. 여기에 트레이드를 통해 2020 NBA 드래프트 전체 30순위로 데스먼드 베인까지 획득했다. 또 2019 NBA 드래프트에서는 트레이드를 통해 얻은 전체 21순위로 지명권으로 브랜든 클락을 지명하며, 유망주들을 대거 수집했다.
멤피스는 효율적인 드래프트를 통해 빠르게 코어 선수를 확보했다. 그리고 곧바로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모란트의 가세가 팀을 바꿔놨다. 모란트는 신인 시즌부터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으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모란트는 신인왕을 수상했고, 곧바로 NBA에서 공격형 가드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여기에 잭슨 주니어도 드래프트 시절 기대받았던 잠재력을 NBA 무대에서 보여주기 시작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베인의 활약이었다. 전체 30순위로 지명한 베인이 수준급 슈터로 성장하기 시작하며, 리빌딩이 성공적으로 완성됐다.
모란트, 베인의 가드진에 브룩스, 잭슨 주니어의 포워드진이 완성되며, 멤피스는 서부 컨퍼런스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멤피스는 2020-2021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오랜만에 봄 농구를 했다. 그리고 2021-2022시즌 멤피스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멤피스는 서부 컨퍼런스의 강호로 급부상했고, 젊은 선수들의 에너지 레벨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농구로 정규 시즌 서부 컨퍼런스 2위를 기록했다.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1라운드는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를 상대로 승리했으나, 2라운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상대로 2승 4패로 패배하며, 탈락했다. 비록 탈락에도 멤피스의 농구는 인상 깊었다. 골든스테이트와 시리즈는 명승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경기였다.
여기까지 멤피스의 미래는 창창해 보였다. 2022-2023시즌부터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2022-2023시즌 멤피스의 정규 시즌은 여전히 강력했다. 이제는 NBA를 대표하는 슈퍼스타가 된 모란트와 NBA 최고의 수비수가 된 잭슨 주니어를 바탕으로 서부 컨퍼런스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LA 레이커스를 상대로 충격의 업셋을 당하며, 탈락했다. 이제 멤피스도 더 이상 어린 팀이 아니었다. 성과를 내야 하는 팀이었으나, 연속된 플레이오프 탈락은 아쉬움이 컸다.
그런데도 멤피스는 서부 컨퍼런스 강호 중 하나였다. 모란트, 베인, 잭슨 주니어 등 전력이 건재했다. 2023-2024시즌에도 서부 컨퍼런스 정상을 놓고 다툴 것이 예상됐다. 오프시즌, 대형 사고가 터진다.
에이스이자 팀의 얼굴인 모란트가 SNS에 총기 관련 사고를 치며, 25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것이다. 모란트는 멤피스 공격 비중의 절반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멤피스는 2023-2024시즌 시작도 전에 사기가 꺾였다.
성적: 27승 55패 서부 컨퍼런스 13위
번번이 플레이오프에서 조기 탈락했던 멤피스가 칼을 뽑았다. 트레이드를 통해 마커스 스마트를 영입한 것이다. 스마트는 정상급 수비력을 보유한 가드이자, 경기 조율 능력을 갖춘 포인트가드다. 모란트와 좋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정상급 3점 슈터인 베인과의 호흡도 기대됐다.
정작 모란트가 25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으며, 멤피스의 구상은 시즌 초반부터 어긋났다. 그래도 베인, 잭슨 주니어가 건재했고, 트레이드로 스마트라는 포인트가드를 데려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모란트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거기에 모란트도 25경기 후에 복귀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멤피스가 플레이오프에 탈락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는 적었다.
하지만 모란트의 공백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모란트가 빠지자, 멤피스의 공격은 전혀 위력이 없었다. 상대 팀은 멤피스의 공격 전개를 어려워하지 않았다. 공격이 안 되면, 수비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멤피스는 수비에서도 어려움을 겪으며, 공수 양면에서 형편없는 모습을 보였다.
멤피스는 시즌 시작과 동시에 6연패를 당했고, 시즌 첫 16경기에서 3승 13패를 기록했다. 빡빡한 경쟁이 펼쳐지는 서부 컨퍼런스를 생각하면, 시즌 초반부터 플레이오프 진출이 어려워진 것이다. 멤피스는 모란트가 복귀하기 전 25경기에서 6승 19패를 기록했다. 서부 컨퍼런스 최하위에 위치했고,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플레이오프 진출도 확률이 낮아졌다.
모란트가 복귀하자마자, 곧바로 팀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모란트는 복귀 경기였던 뉴올리언스 펠리컨즈와의 경기에서 종료 버저와 함께 득점을 기록하며, 115-113으로 승리를 챙겼다. 확실히 슈퍼스타가 왜 슈퍼스타인지 복귀 경기부터 입증했다. 모란트의 복귀 후 4연승으로 상승세를 타나 싶었으나, 이후 3연패를 당하며, 다시 하락세를 맞이했다.
그래도 모란트의 복귀로 분위기 반전에는 성공했다. 기존 전력이 탄탄했기 때문에 남은 경기에 다크호스로 상위권 팀을 괴롭힐 것이 유력했다.
하지만 곧바로 멤피스의 시즌이 끝나는 소식이 전해졌다. 모란트가 어깨 부상으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소식이었다. 모란트는 2023-2024시즌 단 9경기에 출전하고, 시즌을 마감한 것이다. 사실상 멤피스의 한 해 농사를 혼자 망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모란트의 이탈로 동력을 잃은 멤피스는 남은 시즌을 젊은 유망주들에게 출전 기회를 부여하며 마감했다. GG 잭슨 2세, 스카티 피펜 주니어, 데이비드 로디, 제이크 라라비아, 산티 알다마, 빈스 윌리엄스 주니어 등 다양한 유망주들이 출전 시간을 받으며, 가능성을 보였다.
멤피스 팬 입장에서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시즌이었다. 모란트라는 슈퍼스타가 자기 손으로 멤피스의 시즌을 망쳤다.
오프시즌 IN/OUT
IN: 루크 케너드(1년 1100만 달러), 잭 이디(드래프트), 제일런 웰스(드래프트), 캠 스펜서(드래프트)
OUT: 유타 와타나베(FA), 자이레 윌리엄스(트레이드)
멤피스는 이번 오프시즌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2023-2024시즌 평균 11점 2.9리바운드 45%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한 케너드와 1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케너드는 베인의 백업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날이 갈수록 3점슛의 중요성이 올라가는 NBA에서 케너드라는 정상급 3점 슈터를 확보한 것은 잘한 결정이다.
이탈자도 사실상 없었다. 와타나베는 2023-2024시즌 중반 멤피스로 트레이드됐던 선수고, 멤피스에서 전력 외 자원이었다.
윌리엄스는 2021 NBA 드래프트 전체 10순위로 지명할 만큼, 기대를 모았던 선수지만, NBA 무대에서 좀처럼 발전하지 못했다. 결국 멤피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랐고, 트레이드로 윌리엄스를 포기했다.
대신 드래프트에서 활발한 보강이 있었다. 2023-2024시즌 부진한 성적으로 2024 NBA 드래프트 전체 9순위 지명권을 획득한 멤피스는 잭 이디를 지명한다. 이디는 224cm의 엄청난 신장으로 관심을 모았던 선수다. 드래프트 직전 예상 순위로는 15~20순위 정도로 예상됐다. 이런 이디를 멤피스는 과감히 9순위로 지명했고, 이디는 2K25 서머리그부터 눈에 띄는 활약으로 기대감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디는 곧바로 멤피스의 주전 센터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반면 웰스와 스펜서는 NBA 무대가 아닌 G리그에서 주로 활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키 플레이어: 자 모란트
2023-2024시즌 기록: 9경기 평균 25.1점 8.1어시스트 5.6리바운드
모란트는 멤피스의 구세주이자, 팀을 망친 원흉이다. 이렇게 위상이 급변한 선수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모란트는 2019 NBA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멤피스에 지명된다. 당시 전체 2순위라는 높은 순번으로 지명됐으나, 모란트를 향한 언론의 관심은 없는 수준이었다. 그 이유는 2019 NBA 드래프트 전체 1순위였던 자이언 윌리엄슨이 엄청난 기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윌리엄슨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유튜브를 통해 이미 이름이 알려졌다. 거기에 듀크 대학교에서 눈이 호강하는 플레이로 대학 무대를 씹어먹었다.
윌리엄슨에 모든 관심을 뺏겼으나, 정작 농구로 활약한 것은 모란트였다. 부상으로 신인 시즌을 대부분 결장한 윌리엄슨과 달리 모란트는 곧바로 팀의 에이스로 거듭나며, 신인왕을 수상했다.
그 후에도 모란트는 윌리엄슨보다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3년차 시즌이었던 2021-2022시즌부터 본격적으로 NBA를 대표하는 슈퍼스타가 됐다. 2021-2022시즌 평균 27.4점 6.7어시스트 5.7리바운드로 올스타에 선정됐고, 기량 발전상도 받았다. 여기에 올-NBA 세컨드 팀에 뽑히며, 명실상부 NBA를 대표하는 가드가 됐다.
거기에 플레이오프에서도 뛰어난 활약과 덩크슛 등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멤피스를 넘어 NBA를 대표하는 스타가 될 것으로 기대받았다.
그 후 모란트의 몰락이 시작됐다. 2022-2023시즌에는 여전히 뛰어난 활약으로 정상급 포인트가드로 활약했으나, 부상으로 플레이오프 무대에 부진하며, 팀의 1라운드 탈락을 지켜봤다.
그리고 2023-2024시즌을 앞두고 SNS에 총기를 소지한 것을 드러내며, 25경기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부상도 아니고, 어이없는 행동으로 팀에 민폐를 끼친 것이다. 심지어 징계가 끝나고, 복귀하자마자 어깨 부상으로 곧바로 시즌을 마감했다. 에이스를 잃은 멤피스는 최악의 시즌을 보내며, 사실상 1년을 날렸다.
멤피스 팬 입장에서 모란트가 정말 미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모란트를 멤피스 팬은 여전히 사랑한다. 모란트가 징계 후 코트로 복귀했을 때 멤피스 관중들은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모란트 입장에서도 많은 것을 느꼈을 시즌이었다. 차기 시즌에는 무조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모란트 입장에서 차기 시즌은 그 어느 시즌보다 중요하다. 모란트 개인에게도, 멤피스 팀 입장에서도 모란트의 활약과 건강에 모든 것이 걸려있다.
예상 라인업: 자 모란트-마커스 스마트-데스먼드 베인-재런 잭슨 주니어-잭 이디
멤피스는 다양한 주전 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다. 장신 선수들을 활용하는 빅 라인업과 기동력을 살리는 스몰 라인업이 모두 가능한 선수 구성이다.
주전 포인트가드는 당연히 모란트의 차지다. 모란트는 최악이었던 2023-2024시즌의 악몽에서 벗어나, 칼을 갈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멤피스의 공격은 사실상 모란트가 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란트가 없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2023-2024시즌에 뼈저리게 경험했다.
베인이 주전으로 나올 것은 확실하다. 문제는 어떤 포지션으로 나올 것인지가 관건이다. 베인은 꾸준히 모란트와 백코트 파트너로 출전했다. 하지만 스마트라는 가드 자원이 합류했다. 2023-2024시즌에는 세 선수가 동시에 나오는 경우가 없었지만, 멤피스가 스마트를 데려오며 생각한 구상은 분명히 세 선수가 함께 뛰는 그림을 구상했을 것이다.
스마트는 NBA 최고의 가드 수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의 수비수'를 수상한 선수다. 스마트의 수비적 가치는 다양한 포지션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드는 물론 신장이 큰 포워드 수비도 가능하다. 아마 공격 상황에서는 스마트가 모란트와 함께 경기 조율을 맡을 것이고, 수비에서는 베인 대신 장신 포워드를 상대하는 그림이 예상된다.
파워포워드 포지션은 명확한 주전이 있다. 바로 잭슨 주니어다. 잭슨 주니어의 비중은 모란트와 비슷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란트가 멤피스의 공격을 담당한다면, 잭슨 주니어는 멤피스의 수비를 담당한다. 잭슨 주니어는 NBA 전체를 놓고 봐도 최고의 수비수 중 하나다. 뛰어난 신체 조건과 놀라운 운동 능력을 지녔고, 수비 센스도 훌륭하다.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평균 20점을 기록할 수 있는 자원이다. 모란트 못지않게 잭슨 주니어의 건강도 중요하다.
센터 포지션은 신인 이디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멤피스 수뇌부는 이디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디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NBA 무대에 진출한 즉시 전력감 신인이다. 올스타급 잠재력은 아니지만, 쏠쏠한 주전 선수로 기대받고 있다. 이디 입장에서 멤피스라는 팀에 입단한 것은 행운으로 보인다. 멤피스에는 이디의 약점인 기동력과 외곽슛을 메울 잭슨 주니어라는 선수가 있기 때문이다. 또 공격에서는 이디에게 양질의 패스를 제공할 모란트라는 플레이메이커도 있다.
멤피스의 2023-2024시즌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으나, 소소한 소득이 있다. 바로 유망주들의 성장이다. GG 잭슨, 피펜 주니어, 라라비아, 알다마 등 젊은 유망주들이 성장세를 보이며, NBA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것이다. 즉, 멤피스는 탄탄한 주전 멤버에 성장한 유망주들이 후보로 버티고 있는 밸런스 좋은 선수 구성이 완성됐다.
과연 멤피스와 모란트가 2023-2024시즌의 실패를 절치부심하고,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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