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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손호영이 이렇게까지 잘칠줄은 몰랐다.“

명장도 깜짝 놀랐다. 미국 무대까지 진출했던 유망주지만, 올해 나이 서른살. 프로에서 좀처럼 빛보지 못하던 선수였다.

군복무와 독립리그를 거쳐 2020년 LG 트윈스 입단 당시만 해도 2차 3라운드(전체 23순위)에 뽑힐 만큼 손꼽히는 유망주였다. 하지만 이후 시즌 최다 출전이 36경기 74타석(2022년)에 불과할 만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좀처럼 LG의 두터운 유망주 풀을 뚫지 못했다.

개막 후인 3월 30일, 고속 사이드암 우강훈과의 맞트레이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트레이드 당시에는 롯데 자이언츠팬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스프링캠프 직전 김민수-김민성 맞트레이드도 소환되며 '윈나우' 기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말 그대로 '복덩이' 주축 선수로 거듭났다. 타격에선 클린업트리오로 나선다. 2루수 고승민, 1루수 나승엽, 유격수 박승욱과 더불어 3루수 손호영까지, 6월 들어 내야 전체가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그중에서도 손호영은 찬스에 강한 면모에 한방 장타력, 매경기 안타를 치는 꾸준함까지 갖췄다.

수비에선 내야 한자리를 확실하게 책임진다. 6월에는 주로 3루로 뛰었지만, 유격수와 2루도 언제든지 변신 가능하다. 덕분에 김태형 롯데 감독이 라인업에 변화를 주는데 있어 내외야를 오가는 고승민과 함께 활용폭이 넓은 선수다.

올스타전에서는 팬투표와 선수단투표 합산 3위로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투표가 이뤄지는 5월 내내 부상으로 빠진 까닭이 컸다.

6월 타격 성적은 타율 3할7푼 3홈런 1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34에 달한다. 16일까지 무려 27경기 연속 안타를 쳤다.

이제 손호영의 위에는 단 4명 뿐이다. 이명기 박재홍(이상 당시 SK, 28경기) 박정태(롯데, 31경기) 박종호(삼성, 39경기)가 그 주인공이다.

롯데 프랜차이즈 사상 손호영의 기록은 전설로 남은 '악바리' 박정태 바로 다음이다. 박정태의 기록은 롯데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1999년에 세워졌다. 롯데 구단 입장에서도 25년만에 만나는 경사다.

손호영은 트레이드 직후에도 설렘보다는 담담했다. “어쩌면 제 인생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면서도 절박함보다는 최대한 여유를 갖고 임하고자 했던 보람이 빛을 보고 있다.

반면 김태형 감독은 손호영 이야기만 나오면 입가에 미소를 그린다. 당시에는 “1군에서 쓸수 있는 내야수 카드를 늘리는 차원“이라던 그가 이제 “이렇게 잘칠줄은 나도 몰랐다“고 할 정도다. 전준우가 부상으로 빠진 와중에도 롯데가 마운드는 흔들릴지언정 타선의 파괴력은 살아있는 이유다.

'승부사' 김태형 감독의 승부수는 멋지게 성공했다. 손호영은 롯데가 염원하는 가을야구로 팀을 인도할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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