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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한국시리즈가 끝난 후 김태군은 “이제 나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감있게 말했다.

KIA 타이거즈의 이번 통합 우승 뒤에는 안방 마님 김태군이 있었다. KIA는 2017년 우승 이후, 팀을 다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포수 고민을 안고 있었다. 2017년 우승 당시에는 트레이드 성공작으로 평가받던 김민식과 한승택이 있었다.

우승 이후 김민식이 다시 팀을 떠나게 됐고, 한승택과 신범수, 한준수 등 유망주급 포수들을 중심으로 안방을 꾸려나갔다. 그러나 안방 약점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으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양의지 영입설'까지 계속해서 소문으로 돌았지만, KIA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지난해 7월 삼성 라이온즈와의 1:1 트레이드를 통해 류지혁을 내주고 김태군을 영입했다. '윈나우' 대권 도전을 위한 일종의 승부수였다. 류지혁은 팀내에서 팀원들과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던 내야 멀티 요원이다. 내야 거의 모든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데다 리더십도 있어 쉽게 내주기가 힘들었다. 류지혁이 트레이드 되면서 절친한 사이였던 KIA 동료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만큼 KIA 구단도 나름의 결심을 하면서 류지혁을 내주고 김태군을 영입했다. 더이상 안방에 대한 고민이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뜻이었다.

LG 트윈스, NC 다이노스 그리고 삼성을 거쳐 다시 KIA까지. 이제 베테랑 포수인 김태군은 노련한 투수 리드와 경기 운영으로 안방 안정화를 빠르게 시켜나갔다. 물론 약점이 없지는 않았다. 타격이다. 수비에 집중하는 포수들이 타격까지 빼어나기는 쉽지 않다. 양의지, 강민호처럼 공격과 리드 모두 인정받는 포수들의 몸값이 엄청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태군은 통산 타율 2할5푼대 타자다. 그러다보니 올해 공격에서 완전히 눈을 뜬 한준수가 치고 올라서면서 새로운 경쟁 구도도 생겨났다. 한준수는 올 시즌 115경기를 출전해 타율 3할7리 7홈런 41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에서 이범호 감독의 선택은 주저없이 김태군이었다. 그리고 김태군은 공격으로까지 화끈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대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결정적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KIA가 3-0으로 리드를 잡은 3회초 원태인이 물러난 후 송은범을 상대로 좌월 만루 홈런을 쏘아올렸다. 자신의 프로 데뷔 첫 홈런이었다.

홈런 폴대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홈런. 마음 속으로 수십번 “제발 안으로 들어와라“고 빌었다는 김태군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2008년 프로에 데뷔한 후 16년만에 처음으로 친 만루 홈런이다. 정규 시즌에서도 단 한번도 하지 못한 것을,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에서 해냈다.

그리고 5차전 역전 타점의 주인공이다. KIA가 5-5 동점을 만들어낸 후 이어진 6회말 공격. 1사 1,3루 찬스에서 임창민을 상대한 김태군은 유격수 방면 깊은 내야 안타 타구를 만들어냈다. 3루주자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득점하면서 KIA가 마침내 6-5 역전을 한 점수였다. 발이 느리다는 평가를 받는 김태군이지만 전력질주를 멈추지 않았고, 선행 2루주자까지 살아남으면서 역전의 순간을 직접 만들어냈다.

김태군은 생애 첫 만루 홈런을 기록했던 4차전이 끝난 후 “4~5년 전부터 타격에 관한 지적을 받으며 의기소침했다. 식물타자가 아니라는걸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우승 포수가 되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지 않을까. 올해 꼭 우승 포수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 하면서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해냈다. 김태군은 한국시리즈 MVP 기자단 투표에서 99표 중 45표를 받았다. 아쉽게도 1표 차이로 김선빈(46표)이 MVP에 올랐지만, 사실상 공동 MVP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존재감이었다. 김태군은 MVP를 놓친 것에 대해서는 “어떤 선수가 받았어도 인정했을텐데 동갑내기 친구가 받아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며 쿨하게 축하를 건넸다. 하지만 “올해 큰 계약을 하면서 책임감과 부담감이 같이 있었다. 이렇게 좋은 시즌을 보내고 마지막에 우승까지 했기 때문에 이제 저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질 거라고 믿고 있다“며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LG 시절부터 유망주 포수였던 김태군은 백업 시절에 대한 설움이 남아있다. NC로 이적한 후 마침내 주전 포수로 도약하는 기회를 만드는듯 싶었지만, 군 복무를 하는 사이 NC는 리그 최고의 포수 양의지를 125억원에 FA로 품었다. 당연히 팀내 김태군의 입지와 출전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NC에서 창단 첫 우승도 함께했지만 당시를 돌이켜보며 김태군은 “정말 재미가 없었던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2021시즌을 마친 후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다시 의욕을 되찾았지만, 그곳에서도 강민호의 그늘이 있었다. 그리고 그가 삼성을 떠나 이적한 KIA에서는 이제 당당한 주전 포수로 자리를 차지했고 거기에 '우승 포수' 프리미엄까지 얹게 됐다. KIA가 김태군과 지난해 3년 총액 25억원에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할 때까지만 해도 몸값이 비싸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김태군은 오히려 이를 악물고 자신을 향한 저평가를 깨기 위해 노력했고 결실을 맺었다. 김태군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뜻깊은 우승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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