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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왕조의 시작'은 3연패다. 울산 HD가 그 고지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울산은 2년 전 17년 만의 K리그1 정상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창단 후 첫 2연패를 달성했다. 3연패까지 이제 우승 매직넘버 '1'을 남겼다. '1'인 이유는 다음 경기 상대가 2위 강원FC이기 때문이다. 울산은 강원을 꺾으면 남은 두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올 시즌 우승을 확정한다.

울산은 휘슬이 울리기 전 위기감이 감돌았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서 3전 전패의 늪에 빠졌다. 전날 강원이 김천 상무를 1대0으로 제압하면서 그야말로 턱밑 추격을 허용했다. 울산과 강원의 승점차는 단 1점이었다. 그 파고를 넘었다. 울산은 27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파이널 2라운드에서 수적 우세를 앞세워 2대0 승리했다. 승점 3점을 추가한 울산(승점 65점)은 강원(승점 61)과의 승점차를 4점으로 다시 벌렸다. 울산은 11월 1일 다음 라운드에서 강원을 홈으로 불러들인다.

포항은 후반 승부수를 던졌지만 대형 악재에 땅을 쳤다. 센터백 이규백이 후반 6분 이청용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발바닥으로 무릎을 찍었다. 바로 앞에서 그 상황을 지켜본 주심은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꺼냈다. K리그1 3경기 연속 무승(2무1패)을 기록한 포항은 승점 52점으로 5위에 머물며 4위 탈환에 실패했다.

울산은 고승범에 이어 국가대표 주민규가 골망을 흔들었다. 위기 뒤 기회였다. 포항은 전반 31분 결정적인 기회를 먼저 잡았다. 역습 상황에서 정재희의 크로스가 윤민호에게 연결됐다. 윤민호가 발을 갖다댔지만 제대로 볼을 맞추지 못해 조현우에게 걸렸다.

1분 뒤 울산의 결승골이 터졌다. 루빅손의 강력한 크로스를 고승범이 왼발로 방향을 바꿔 골망을 흔들었다. 주민규는 후반 19분 골네트를 찢었다. 그는 보야니치의 감각적인 패스를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 쐐기골로 장식했다. 주민규는 최근 골 침묵이 길었다. 울산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골 맛을 본 것은 7월 13일 FC서울전(1대0 승)이었다. 그는 106일 만에 9호골을 작렬시켰다.

주민규의 골 소식은 늘 화두였다. 김판곤 울산 감독은 경기 전에도 “주민규는 가장 어려운 상황이지만 곧 해가 뜰 것이다. 스스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 시선이 주민규에게만 집중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안쓰러워했다. 긴 기다림이 끝났다. 주민규는 김판곤 감독 체제에서 첫 골을 터트렸다. 김 감독은 “주민규가 오랜시간 동안 힘들어할 때 모든 선수들이 격려해줬다. 선수 본인이 미안해하는 마음이 많았는데 나 또한 상당히 기쁘다. 득점할 때도 퀄리티가 나왔다“고 미소지었다.

주민규는 “굉장히 중요한 경기였는데 이겨 기분이 좋은 하루“라고 말했지만 표정은 밝지 않았다. 골 가뭄을 털어낸 심경을 묻자 “기분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아직 부족하고, 더 많이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갈 길이 멀다. 그래도 다음 경기를 준비하면서 여유가 생겼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주민규는 이어 “헌신하고 수비하는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내가 찬스를 살렸다면 몇 경기에서 승점을 더 가져왔을 거라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감독을 향해서도 “감독님 오시고 첫 골이다.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남은 경기에서 승점 3점을 가져올 골을 넣어서 감독님, 동료들, 팬들에게 기쁨을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주민규는 2021년과 2023년 K리그1 득점왕을 거머쥐었다. 포항전 골은 올 시즌 K리그1 9호골이었다. 남은 경기는 3경기다. 통산 세 번째 득점왕 등극은 쉽지 않다. 득점 선두 무고사(인천·15골)와는 6골 차다. 그래도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골은 가능하다.

그는 “사람인지라 기사를 많이 본다. 감독님께서 많은 믿음을 주셨는데, 직접적으로 이야기는 못했지만 나를 대변해 좋은 말씀을 해주셰서 감사한 마음이다. 골이 안터져 죄송한 마음이었는데 남은 경기에서 화산처럼 많은 골을 넣으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주민규는 울산에선 골 소식이 없었지만 A대표팀에선 9월 11일(한국시각) 오만전에서 쐐기골을 작렬시키며 대한민국의 3대1 승리에 일조했다. A매치 2호골을 터트린 그는 당시 아내의 임신을 감사하는 세리머니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주민규는 “'언젠가 터지겠지'라며 가족이 눈치를 많이 봤다. 와닿았던 말중 하나가 골을 넣는 것보다 사랑하고 좋아하는 축구가 먼저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축구를 즐기자는 마음이었다. 오늘 중요한 경기였기 때문에 앞에서 많이 뛰며 수비에 중점을 뒀다. 좋은 기회가 와서 운 좋게 골을 넣을 수 있었다. 아내도 그렇고 부모님도 숨죽이면서 내게 이야기를 못한 것에 죄송한 마음이다. 가족들도 마음 편히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며 비로소 미소지었다.

홑몸이 아닌 아내를 향해서는 “아내에게 굉장히 미안했다. 입덧도 있고, 몸도 힘들었는데 내 눈치를 보게 했다“며 “홑몸이 아닌 데도 날 생각해준 마음이 너무도 고마웠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정상이 멀지 않았다. 주민규는 “올 한 해 아쉬운 순간들이 참 많았는데, 내가 골을 넣고 우승한다면 그런 힘든 순간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그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매직넘버 '1'에 대해 “강원전이 마지막이라는 생각보다 모든 경기가 그렇지만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자세로 임하겠다“라면서도 “나도 끝내기를 바란다. 하지만 스스로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세 경기 남은 상황에서 너무 에너지를 쏟다가 결과가 안 좋을 수 있다. 잘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포항=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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