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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말그대로 억소리 나는 위약금이다.

로베르토 만시니 감독이 해고에도 웃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축구협회는 25일(한국시각) 공식 SNS를 통해 '만시니 감독과 상호 합의로 계약을 끝냈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 사우디 지휘봉을 잡은 만시니 감독은 14개월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만시니 감독은 사우디 대표팀을 이끌고 20경기를 치러 8승7무5패의 평범한 성적을 남겼다.

사우디는 최근 스포츠, 특히 축구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 여름의 주인공은 단연 사우디였다. 지난해 발롱도르 수상자인 카림 벤제마가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알 이티하드로 이적한 것을 시작으로, 은골로 캉테(알 이티하드), 리야드 마레즈(알 아흘리), 사디오 마네(알 나스르) 등이 차례로 사우디행을 택했다. 베테랑 뿐만이 아니었다. 전성기가 한창인 후벵 네베스,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이상 알 힐랄) 등과 같은 20대 스타들도 사우디행을 택했다. 스티븐 제라드 같은 레전드들은 감독으로 사우디행을 택했다. 정점은 역시 네이마르였다. 세계 최고의 스타 중 한명인 네이마르는 파리생제르맹을 떠나 알 힐랄 유니폼을 입었다.

시작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였다. 2023년 1월 호날두를 전격 영입한 사우디의 오일머니는 유럽의 슈퍼스타들을 흔들었다. 리오넬 메시, 킬리앙 음바페 영입까지 시도했다. 손흥민에게도 손을 뻗었다.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사우디의 자금력이 이적시장을 “변화시켰다“며, 엘리트 클럽들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우디 슈퍼리그의 고위 경영진인 영국 출신 피터 허튼은 BBC 인터뷰에서 “SPL은 몇년 더 사용할 예산을 보유하고 있다. 투자를 멈출 것이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40년째 스포츠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렇게 크고 야심찬 프로젝트를 본 적이 없다“며 “사우디리그는 50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팬을 확보했다. 정부 차원에서 아카데미, 남녀축구, 협회를 상호 연결하는 로드맵을 만들고 있다.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업그레이드 차원“이라며 급락한 중국 슈퍼리그의 열풍과는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30년 월드컵 개최에 도전하는 사우디는 최근 2027년 아시안컵에 이어 2023년 클럽 월드컵 개최권을 따내는 등 '축구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사우디는 사우디국부펀드(PIF)를 앞세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인수했고, 스타들을 품고 있다. '미스터 에브리싱'으로 불리는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스포츠를 중심으로 국제적 지위를 높이고 싶어한다. 인권 탄압국의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한 '스포츠 워싱'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리지만, 사우디의 천문학적인 '오일머니'를 거스르기는 쉽지 않은 모양새다. 이미 살만 왕세자가 정점에 있는 PIF는 알 나스르, 알 힐랄, 알 이티하드, 알 아흘리의 지분 75%를 보유, 선수 영입 등과 관련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까지 마련했고, 이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는 대표팀에까지 이어졌다. 세계 최고의 명장 중 하나인 만시니 감독까지 데려왔다. 만시니 감독은 인터밀란, 맨시티 등을 이끌고 이탈리아 세리에A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대표팀에서도 명성은 이어졌다. 2018년 이탈리아 대표팀을 이끌고, 아무도 예상 못한 유로2020 우승을 이끌었다. 만시니 감독은 탁월한 전술 운영 능력을 앞세워 숱한 영광을 이뤄낸, 당대 최고의 감독 중 하나다.

만시니 감독은 사우디의 러브콜을 받고, 곧바로 이탈리아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계약기간은 2027년까지였다. 사우디 축구협회는 만시니 감독을 데려오기 위해 말그대로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했다. 그의 연봉은 2150만파운드, 우리돈으로 390역원에 달했다. 과르디올라, 위르겐 클롭, 조제 무리뉴 등을 훌쩍 뛰어넘는 전 세계 축구 감독 중 단연 최고 연봉이었다. 하루에만 5만9000파운드, 1억600만원을 벌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잘못된 만남이었다. 데뷔전에서부터 꼬였다. 코스타리카에 1대3으로 패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이끌던 한국에도 0대1로 졌다. 지난 2023년 카타르아시안컵에서는 구설에도 올랐다. 당시 16강전에서 한국을 만나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만시니 감독은 승부차기가 끝나기 전 돌연 라커룸으로 먼저 떠나는 기행을 벌였다. 만시니 감독은 “경기장을 먼저 떠난 것에 대해 사과한다. 경기가 끝난 줄 알았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사우디축구협회장인 야세르 알미세할이 직접 “만치니 감독이 떠난 건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만치니 감독과 논의할 것“이라고도 했다.

동행을 이어갔지만,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사우디는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조별리그 C조에선 1승2무1패를 기록 중이다. 3위로 밀려났다. 북중미월드컵부터 본선 진출국은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난다. 아시아에도 4.5장에서 4장 증가한 8.5장의 티켓이 배정됐다. 각조 1, 2위가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쥔다. 3, 4위는 4차예선으로 향하고, 5, 6위는 탈락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대로면 4차예선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10월 A매치 2연전에서는 일본에 0대2로 패한데 이어, 바레인과 득점없이 비겼다. 안방에서 당한 무승부에 여론은 들끓었다. 특히 바레인전 이후에는 선수단 불화설까지 나왔다. 만시니 감독은 “때로는 선수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선수였을 때, 난 책임을 졌다“며 “감독의 잘못이라고 말하는 건 너무 쉽다. 하지만 많은 경우가 그렇지 않다. 감독이 팀을 향상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조련한다면, 선수들도 퀄리티를 보여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어렵다는 건 분명하다“고 비난했다.

결국 사우디의 선택은 경질이었다. 하지만 경질에도 불구하고, 만시니 감독은 미소를 짓고 있다. 양국 '더선'은 '만시니 감독이 사우디에서 해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3년 동안 6000만파운드(약 1080억원) 이상을 벌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만시니 감독과 결별 후 또 다른 명장들을 주목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유럽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이끈 지네딘 지단 전 감독, 에르베 르나르 전 감독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번에도 사우디는 역대급 오퍼를 준비 중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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