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7-06 11:19:42]
[점프볼=최창환 기자] 함승호(27) 통역의 농구 인생이 신설된 제도와 함께 다시 시작됐다. 직책도, 무대도 바뀌었지만 그의 각오만큼은 다부졌다.
WKBL(한국여자농구연맹)은 2024~2025시즌을 맞아 일본선수를 대상으로 하는 아시아쿼터를 도입했다.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에서 드래프트가 열렸고, 참가자 12명 가운데 9명이 선발됐다. 청주 KB스타즈는 1라운드 5순위로 나가타 모에, 2라운드 2순위로 시다 모에를 지명했다.
이들에 앞서 KB스타즈에 새롭게 합류한 지원스태프가 있다. 일본선수들의 통역을 담당하는 함승호 통역이다. “뜨, 뜨, 뜨리! 뜨리 포인트!”라는 코멘트로 유명한 배우이자 장내 아나운서 함석훈의 아들인 함승호 통역은 선수 출신이다. 삼일중에서 엘리트 농구를 시작한 함승호 통역은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고치중앙고-오사카 가쿠인대를 졸업했다.
함승호 통역은 2020 KBL 신인 드래프트에 일반인 자격으로 참가, 3라운드 8순위로 전주 KCC(현 부산 KCC)에 지명됐다. D리그에서 6경기 평균 6분 39초를 소화했고, 2022년 현역에서 은퇴했다. “선수 생활을 더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아쉬움도 있지만 빨리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함승호 통역의 회고다.
함승호 통역은 은퇴 후 군 복무에 임했고, 지난 2월 제대했다. 군 복무 중에도 틈틈이 일본어를 공부하며 자격증을 준비했던 함승호 통역은 마침 WKBL이 아시아쿼터를 신설, KB스타즈 통역 자리에 지원했다. 그는 통역, 훈련을 겸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아 통역으로 제2의 인생을 걸어가게 됐다.
“제2 외국어가 장점이라 생각했고, 선수 시절에도 꾸준히 공부했다. 내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찰나에 좋은 제도가 생겼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지만, 소통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관심이 생겨 지원했다. 농구를 이해해야 통역도 잘할 수 있고, 그게 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궁금한 부분은 감독님, 코치님들께 여쭤보며 적응하고 있다.” 함승호 통역의 말이다.
지난달 20일에는 함승호 통역의 생일을 맞아 선수단이 깜짝 축하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낯을 가리는 편인데 선수들이 먼저 다가와 줘서 고마웠다”라고 운을 뗀 함승호 통역은 “코칭스태프, 매니저들이 세세하게 챙겨주는 걸 보며 체계적인 팀이라는 걸 느꼈다. 스태프 생활은 안 해봐서 긴장도 되고, 걱정도 많았는데 운 좋게 곧바로 워크샵을 갔다.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와 친해질 기회가 빨리 온 덕분에 지금은 돈독하게 지내고 있다”라며 웃었다.
아시아쿼터 드래프트는 함승호 통역이 입사한 후 맞이한 첫 해외 출장이었다. 함승호 통역은 “나가타는 해외리그, 국가대표 경력이 있어서 강이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시다 역시 소속 팀인 샹송화장품이 KB스타즈와 오랫동안 교류전을 치른 사이다. 지난해 연습경기를 위해 KB스타즈 숙소에 왔고, 허예은과 강이슬이 인상 깊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함승호 통역은 이어 “아직 합류하진 않았지만, KB스타즈 시스템을 먼저 접한 시다가 나가타에게 적응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얘기해주고 있다. 밥도 맛있다고 했다(웃음). 두 선수 모두 훈련 환경, 시너지 효과를 중요시했다. 나도 선수 출신인 만큼 적응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싶다. 올 시즌이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
일본선수들은 아직 합류하지 않았지만, 함승호 통역은 국내선수들의 팀 훈련을 돕는 등 벌써 굵은 땀을 흘리고 있다. 함승호 통역은 “좋은 제도를 통해 통역을 맡게 됐다. 일본선수들에게 코칭스태프가 요구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잘 알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팀의 분위기, 시스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라고 말했다.
함승호 통역은 더불어 “플레이오프 진출, 우승도 하고 싶다. 팀이 목표를 이루는 데에 최대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선수 생활은 일찍 마무리했지만, 장점을 살려 코트로 돌아온 함승호 통역의 농구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사진_점프볼DB(김소희 인터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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