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7-10 06:33:00]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그야말로 '미다스의 손'이다. 윤정환 강원 감독이 포지션을 바꾼 선수들이 하나같이 '대박'을 치고 있다. 시작은 이기혁이었다. 수원FC, 제주 등에서 미드필더로 활약한 이기혁은 '하나은행 K리그1 2024' 동계훈련을 준비하면서 '왼발잡이 센터백' 임무를 부여받았다. 윤 감독은 안정에 기반을 둔 전술을 주로 활용해온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올 시즌엔 현대축구의 흐름에 발맞춰 빠른 템포의 패스 연결과 빌드업을 앞세운 공격적인 색깔을 강원에 입히려고 했다. 축구인들 사이에서 '패스 줄기가 좋은' 이기혁은 빌드업의 시발점 역할을 하기에 최적화된 자원이었다. 이기혁은 몇 차례 정통 수비수라면 하지 않을 실수를 범하기도 했지만, 미드필더다운 여유있는 볼 관리와 날카로운 전진패스, 상대 뒷공간 패스로 코치진의 기대에 부응했다.
'포르투갈 유학파' 황문기는 2021년 강원에 입단한 이후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멀티플레이어였다. 윤 감독은 황문기 특유의 기동성이 100% 발휘가 되는 최적 포지션이 라이트백이라고 판단했다. 우측 사이드라인을 쉴새 없이 오르내리고, 때론 중앙으로 자리를 옮겨 숫자 싸움에도 도움을 줬다. '비전문 수비수'인 이기혁 황문기는 당당한 주전 포백의 일원으로 강원 돌풍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가장 최근 윤 감독의 손에 닿은 선수는 풀백 이유현이다. 핵심 중앙 미드필더인 김이석 김대우가 줄줄이 장기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고, 베테랑 한국영이 전북 현대로 떠나 절대적으로 숫자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윤 감독은 고심 끝에 백업 풀백으로 활용하던 이유현을 김강국의 중원 파트너로 기용했다. 지난달 30일 인천전에서 처음 선보인 '미드필더 이유현'은 절반의 성공이었지만, 7일 광주전에선 부족한 절반을 채우는 활약을 펼쳤다. 이유현은 90분 동안 긴 머리를 휘날리며 중원을 쓸고 다녔다. 부딪혀야할 때 충돌했고, 템포 조절을 해야 할 땐 완급을 잘 조절했다. 윤 감독은 2대0 승리 후 “새로운 발견이다. 너무 잘 해줘서 고맙다“라며 반색했다. 이유현의 등장으로 7월 중순 김동현이 전역하기 전까지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경기 후에 만난 이유현은 “유스 시절, 전남, 전북에서 뛰며 간혹 미드필더를 본 적이 있다. 윤 감독님께서 미드필더로 뛰어본 적이 있느냐고 여쭤보셔서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 일단 미드필더로 전술 훈련을 같이 해보자'고 하셔서 알겠다고 했다. 좋게 봐주셔서 경기에 나설 수 있었던 것 같다.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뛰었다. 오늘 팀에 더 보탬이 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팀이 승리한 점에 만족한다“고 했다.
올해 전북에서 임대 온 이유현은 “풀백으로 경기를 준비하면서 이 팀이 가고자하는 방향을 숙지하고 있었고, 선수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발을 맞춰왔기 때문에 (새로운 포지션에)잘 녹아들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올시즌 강원은 연승을 하나, 연패를 하나 같은 전술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틀이 갖춰지다보니, 새로운 선수가 새로운 자리에 들어가도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강원 역사상 최고의 시즌을 보낼 정도로 팀 분위기가 좋은 점도 '포지션 변경'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인자로 보인다. 이유현은 “강원 선수들은 굉장히 끈끈하다. 자주 소통하는 점이 운동장에서 좋게 표현되는 것 같다“며 “일단 강원이 목표로 하는 우승을 못 하란 법이 없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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