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7-10 06:00:07]
“여기도 치열하고 더 간절하다.”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을 떠나 실업팀 수원특례시에서 새 출발을 알린 박은서의 말이다.
올해 여자 프로배구 자유신분선수 중 12명은 실업배구로 향했다. 흥국생명에서는 세터 박은서를 비롯해 베테랑 미들블로커 김나희, 아포짓 박현주가 수원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현대건설 정시영과 최호선은 각각 대구광역시청, 양산시청에 둥지를 틀었다. 한국도로공사 이미소, 정관장 서유경, GS칼텍스 윤결, IBK기업은행 김정아도 나란히 양산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다. GS칼텍스 문명화와 정관장 이예솔도 정시영과 함께 대구 유니폼을 입었다. IBK기업은행 박민지는 포항시체육회 소속으로 뛴다.
이들은 지난 5일 충북 단양에서 개막한 2024 한국실업배구 단양대회에 출격했다. 포항과 수원은 10일 대회 결승전에서 격돌한다.
2000년생 세터 박은서는 2018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1순위로 흥국생명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했다. 직전 시즌에는 19경기 34세트 출전하며 가장 많이 코트 위에 올랐지만, 흥국생명을 떠나게 됐다. 박은서는 6시즌 동안 34경기 58세트 출전해 7점을 기록했다.
도전을 외친 박은서는 수원에서 선발 세터로 나서고 있다. 아웃사이드 히터 김도아와 최윤이, 미들블로커 김보빈과 이호빈 등과 호흡을 맞췄다. 모두 V-리그 출신 선수들이다. 김나희, 박현주를 교체로 투입돼 수원의 결승행을 도왔다.
선발 세터로 팀의 승리까진 이끈 박은서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호흡이 잘 맞지 않았는데 언니들이 잘해줘서 재밌게 배구를 했다. 팀에 플러스 요인이 되고자 열심히 뛰어다녔다. 여기도 다들 치열하게 뛴다. 더 간절하기도 하다. 흥이 나서 열심히 했던 것 같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 박은서는 “다시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여기에 왔다. 더 단단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를 들은 김나희도 “은서가 또 기회를 얻은 것이라 방에서도 공부를 많이 하고, 뛰려고 준비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나희는 “실업배구에서는 외국인 선수가 없다. 보다 아기자기한 랠리도 더 많이 된다. 여기도 치열하다. 프로못지 않다. 선수들도 의지를 갖고 열심히 한다. 선수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며 새로운 도전에 만족스러움을 표했다.
이례적으로 V-리그 출신 선수들이 실업배구대회에 대거 출전했다. 팬들도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직접 단양을 찾기도 했다. 김나희는 “첫 경기 때 멀리서도 많이 오셨다. 관심을 주셔서 저희도 더 흥이 나고 잘할 수밖에 없었다. 활기도 넘쳤고, 코트 안에서 뛸 때도 즐겁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수원의 주장 김도아도 “이번에 새로운 선수들이 오면서 실업배구를 많이 보러 와주셨다. 이 분위기에서 실업팀도 배구를 할 수 있구나를 느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1993년생의 176cm 김도아는 김진희라는 이름으로 V-리그 무대에 오른 바 있다. 2011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했다. 2015년 KGC인삼공사(현 정관장)로 이적했고, 2017년에는 GS칼텍스에서 한 시즌을 보낸 뒤 V-리그를 떠났다. 7시즌 동안 116경기 251세트를 치르는 동안 341점을 기록했다. 2015-16시즌에는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인 24점을 터뜨리기도 했다.
실업팀으로 향한 김도아는 포항, 대구를 거쳐 2021년부터 수원에 둥지를 틀었다.
김도아가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이유는 하나다. 그는 “그냥 배구가 좋아서다. 코트 안에서 선수들과 호흡하면서 뛰어다니는 것이 즐겁고 좋다. 그래서 지금까지 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좋은 선수들이 있다고 해서 좋은 팀이 있는 것이 아니다. 팀이 하나로 돌아갈 때 좋은 팀이 된다. 우리는 아직은 부족할 수 있지만 같은 목표를 갖고 뛰어다니고 있다. 실업팀이라고 해서 못하는 선수가 아니라 기회를 못 받아서 아쉬웠던 선수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수원의 경우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다. 김도아는 “운동만 한다. 체계적으로 오전, 오후 훈련을 하고 있다”면서 “물론 프로팀 지원과는 다르겠지만 대우가 안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나희도 “우리 팀은 대우가 좋다”고 했고, 박은서도 “밥도 맛있다”고 했다.
끝으로 팬들에게도 메시지를 남겼다. 김도아는 “실업배구도 많이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 공짜로 볼 수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나희는 “프로팀보다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언제든 오시면 사인도 해드리고, 사진도 편하게 찍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실업배구에서 기회를 얻은 박은서, 김나희, 김도아는 간절한 마음을 안고 다시 코트 위에 오른다.
사진_단양/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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