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11-11 07:15:00]
“가야돼, 가야돼!“ 국가대표 출신 조원희가 두 주먹을 불끈쥐는 시그니처 포즈를 취했다. 선수 은퇴 후 축구 관련 유튜브를 운영하는 조원희가 입고 있는 옷은 평소와 다르다. 통상적인 유니폼, 훈련복이 아닌 형광색 심판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손에는 휘슬이 들려있다. 조원희는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화합하는 통합축구를 위해 9일 '2024 스페셜올림픽코리아-K리그 유니파이드컵'이 열린 충북 충주 수안보생활체육공원을 찾았다. 조원희는 “좋은 취지의 대회라 다시 한번 통합축구 현장을 찾게 됐다“며 “은퇴 이후에 프로축구연맹에서 지역 사회, 유소년 발전, 스페셜올림픽 등 건강한 일을 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겠다는 걸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심판 판정에 '어필'을 하는 선수였다고 고백한 조원희는 “심판 자격증(3급)이 있어 큰 소리 떵떵 쳤는데, 실제로 해보니 너무 어렵고, 심판이 고단한 직업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며 멋쩍게 웃었다. 조원희는 경남과 부산, 프로축구연맹과 전남 등 2경기를 관장하며 통합축구를 온몸으로 느꼈다.
재단법인 케이리그어시스트(이사장 곽영진)와 스페셜올림픽코리아(회장 정양석, 이하 'SOK')가 공동 주최하고 현대자동차그룹,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링티, 동원샘물, 파파존스가 후원하는 '2024 스페셜올림픽코리아-K리그 유니파이드컵'은 4회째를 맞은 올해도 풍성했다. 수안보생활체육공원을 둘러싼 오색빛 단풍만큼이나 다양하고 특별한 스토리를 연출해 참가자들에게 큰 울림을 안겼다.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스포츠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나아가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포용과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 대회는 K리그 각 구단 산하 통합축구단 11개팀, 경남 부산 제주(디비저닝 A조), 부천 성남 인천 포항(B조), 대구 대전 전남 연맹(C조) 약 260명이 참가한 가운데 8일부터 10일 2박3일 일정으로 진행됐다. 코치진, 선수뿐 아니라 선수 부모, 구단 홍보팀 직원도 동행했다. 9일 본 경기를 앞두고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모두가 하나가 되는 시간을 가졌다. 통합축구팀 유니폼은 프로팀과 똑같이 맞췄다.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대구는 이 대회에 처음 참가해 남다른 실력을 과시했다. 스페셜 선수 우승환은 “돋보이고 싶어서“ 화려한 레게 머리를 하고 등장했다. 인천은 '스포츠를 통한 가치있는 사회인 육성'이라는 통합축구의 취지에 꼭 맞게 참가 선수 전원이 남양유업 직원 신분으로 대회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부천 파트너 선수로 참가한 유튜버 규태씨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곤룡포를 입은 뒤 부천 구단에서 연락이 왔다. 통합축구에 2년 연속 참가하고 있는데,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 축구공 앞에서 모두가 똑같으니까“라고 말했다. 모든 경기는 11인제 축구를 기반으로 각 팀당 스페셜(발달장애인) 선수 6명, 파트너 선수 5명이 경기에 나서 전후반 각각 25분씩(C그룹은 20분) 치렀다. 스페셜 선수는 오른팔에 완장을 차서 구분했다. 파트너 선수는 연속해서 골을 넣을 수 없도록 로컬룰을 정했다. 모든 경기는 승패 부담이 없는 조별리그로만 치렀다. K리거 출신 이윤표 이상협 이준희는 9일 트레이닝 세션 일일 코치로 참석해 '고급 기술'을 전수했다.
4년째를 맞다보니 그 안에서 다양한 스토리가 싹텄다. 2021년에 시작된 초대 대회부터 참가한 경남은 지난 대회까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통합축구가 '모두가 승리자'라는 콘셉트로 진행되지만, 승리를 통해 커다란 동기부여를 얻고자 했다. 특히, 한 번도 꺾지 못한 부산을 한번 잡고 싶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경남 통합축구팀에 '스카우트'된 정상혁의 해트트릭으로 부산을 4대1로 꺾었다. 정상혁은 '최애 선수' 이강인의 어퍼컷 세리머니, 제임스 매디슨의 다트 세리머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시우' 세리머니를 줄지어 선보이는 쇼맨십까지 발휘했다. 정상혁은 “해트트릭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제가 경남이 아닌 PSG 팬이긴 하지만, 이렇게 동료들과 대회에 출전하니 너무 즐겁다“며 미소지었다. 통합축구 최약체로 꼽히는 프로축구연맹과 대전은 대회 첫날 '라이벌전'을 치러 연맹이 소중한 1승을 담았다.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간의 대회를 끝마친 뒤 성적에 따라 희비가 갈렸지만, 표정은 모두 밝았다. 정양석 SOK 회장은 “발달장애인들이 통합축구를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지방시·도 단위에서도 이런 대회가 보급되어야 한다“며 “발달장애인의 권위 향상을 위해 목표 의식만 뚜렷한 것이 아니라 기구도 커져야 하고 많은 예산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충주=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2024 스페셜올림픽코리아-K리그 유니파이드컵 수상자
▶지도자상=양유영 제주 감독
▶MVP=스페셜-한재혁(대구)/파트너-조민규(성남)
▶득점상=스페셜-정상혁(경남)/파트너-안동준(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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