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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형, 그렇게 던질거면 그냥 내려가.“

지난 7월 23일. 광주 NC전에서 무실점 투구를 펼치던 KIA 타이거즈 양현종은 6회초 선두 타자 서호철에 좌중월 솔로포를 내줬다. 양현종은 이후 세 타자를 삼진, 투수 땅볼,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그런데 수비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포수 김태군이 양현종을 찾았다. “형, 그렇게 던질거면 그냥 내려가.“

무실점 투구 끝에 홈런을 맞은 투수에게, 그것도 그와 호흡을 맞추는 포수가 쉽게 꺼낼 수 없는 말. 그런데 양현종은 이후 오히려 더 힘을 냈고, 완투승을 거두며 김태군과 얼싸 안았다.

왜 김태군은 그때 그런 이야기를 꺼냈을까.

김태군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공을 툭툭 던지는 거다. 포수는 그런 공을 받으면 (투구 수나 이닝을) 조절하려고 한다는 걸 안다. 에이스는 그러면 안된다“며 “현종이형에게 더그아웃에서 대놓고 '전혀 이기고 싶은 공이 아니다. 그렇게 던지려면 그냥 내려가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종이형이 '미안하다'고 하며 투구를 이어갔다. 사실 올 시즌 그런 적이 몇 번 있었다“고 밝혔다.

김태군의 독설은 투수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그는 “올 시즌 내게 욕 먹은 선수들이 많다. 라커룸에서도 아니다 싶은 행동을 하면 '나가라'고 했다. 작은 실수도 전혀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프로는 결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1군 엔트리는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마음이 편할 리 없다. 하지만 김태군은 “후배들 입장에선 '태군이형은 가차 없구나' 느낄 수도 있다. '나쁜 선배'처럼 비춰질 수도 있는데, 나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V12 확정 직후. 펑펑 눈물을 쏟은 의미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우승하는 순간 그동안 지내온 야구 인생 뿐만 아니라 올 시즌 동료, 후배들에게 했던 말들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고 말했다.

'당연한 결과'는 없다. 피나는 과정, 남모를 눈물이 더해져야 비로소 세상에 빛을 볼 수 있다. 선발진 붕괴, 외국인 문제, 2위 추격 등 갖가지 악재를 뚫고 페넌트레이스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하면서 37년 만에 광주에서 V12의 깃발을 들어올린 KIA. 그 안엔 '독설가'를 자처한 안방마님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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