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7-11 10:20:46]
"현대건설에 오면서 터닝포인트를 맞은 것 같아요."
나현수는 대전용산고 3년이던 2018년 고교생 신분으로 처음 성인 대표팀에 발탁됐다.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최종 엔트리에 들며 이른 나이 기대를 모았다. 황연주(현대건설), 김희진(IBK기업은행)을 이을 새로운 토종 아포짓의 등장이었다.
그러나 같은해 나선 신인 드래프트 결과는 냉정했다. 1라운드서 밀려 2라운드 1순위로 KGC인삼공사(현 정관장) 유니폼을 입었다. 아포짓으로서 외국인 선수와 경쟁서 이기기엔 부족하단 평가였다. 실제로 KGC인삼공사 입단 후 나현수는 아포짓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끝내 출전 시간 확보를 위해 미들블로커로 위치를 옮겨야 했다.
포지션을 바꿔도 주전 경쟁이 녹록지 않은 건 매한가지였다. 한수지(은퇴)와 전체 2순위 입단 동기 박은진(정관장)이 중앙서 굳건히 버텼다. 여기에 한송이(은퇴)와 2019년 전체 1순위로 팀에 합류한 정호영(정관장)마저 아웃사이드 히터서 미들블로커로 전향하면서 나현수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결국 그는 KGC인삼공사서 뛰는 네 시즌 동안 총 62경기 31득점에 그쳤다. 이마저도 대부분 선발이 아닌 원포인트 블로커 교체 투입이었다.
그런 나현수에게 2022년 5월 터닝포인트가 찾아왔다. 트레이드 이적을 통해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게 된 것.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현대건설은 양효진과 이다현 등 리그 정상급 중앙 라인을 구축한 팀. 오히려 KGC인삼공사 시절보다 출전 기회를 받는 게 더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현대건설으로 이적하자마자 나현수는 눈에 띄게 출장 횟수가 늘었다. 2022-23시즌 33경기 83세트 출전해 54득점을 올렸다. 팀의 백업 미들블로커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때에 따라 아포짓까지 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다음 시즌인 2023-24시즌도 나올 때마다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며 팀의 통합우승을 도왔다.
시즌 종료 후 나현수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많은 팀이 관심을 보였다. 현대건설 또한 그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강성형 감독이 직접 그를 설득했다. 해외 왼손잡이 미들블로커 사례를 분석하며 앞으로 나현수라는 선수를 어떻게 활용하고 성장시킬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밀었다. 여기에 마음이 움직인 나현수는 다른 팀과 남은 미팅을 모두 취소하고 연봉 1억2천만원에 지난 4월 재계약 사인했다.
지난 10일 무안 전지훈련 중 기자와 만난 나현수는 "현대건설과 다시 한번 통합우승에 도전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팀들에서 이적 제의가 왔던 건 사실이다. 몇몇 팀과는 얘기를 나눠보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건설만큼 내게 미래에 대한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팀은 없었다. 강성형 감독님이 외국의 왼손잡이 미들블로커 훈련법을 직접 공부해 내게 가르치신다고까지 하셨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의 중앙 라인은 여전히 두텁다. 오는 2024-25시즌도 양효진-이다현 선발이 유력하다.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면 충분히 주전도 노려볼 만한 상황.
나현수는 "현대건설에 있으면서 선발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충분히 출전 시간을 늘렸다. 무엇보다 이 팀에 있으면 성장한다는 느낌이 든다. 감독님과 코치님께 듣는 조언도 도움이 되지만, 선수로서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양)효진 언니가 아직도 끊임없이 공부하는 걸 보면 나도 따라하게 된다. (이)다현이에게도 배울 점이 정말 많다. 또 (양)효진 언니, (황)연주 언니가 옆에서 해주는 조언도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다인 언니의 존재도 크다. 사실 내가 왼손잡이다 보니 미들블로커로서 장단점이 명확하다. 세터와 호흡이 맞지 않으면 경기에 나서기 쉽지 않다. 하지만 (김)다인 언니는 누구에게나 맞춰 토스할 수 있는 세터"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계속해서 팀의 백업 자원일 순 없는 노릇. 언젠가 주전으로 도약할 날을 꿈꾸며 나현수는 현대건설서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는 "아무래도 아포짓 출신이다 보니 나만이 할 수 있는 것들도 분명히 있다. 미들블로커들은 보통 이동 공격을 많이 하는데, 나는 아포짓처럼 오른쪽에서 기다렸다가 높은 공을 때린다. 수비할 땐 미들블로커, 공격할 떈 아포짓인 셈이다. 감독님도 계속 이렇게 해보라고 격려해 주신다. 또 뒤에서 백어택을 때리는 것도 자신있다"고 얘기했다.
오는 2024-25시즌 나현수의 목표는 역시 현대건설과 통합우승 2연패를 이루는 것이다. 동시에 팀서 자신이 차지하는 비중을 좀 더 늘리고 싶다. 그는 "지난 시즌 팀이 통합우승에 성공했을 때 정말 기뻤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통합우승에) 기여하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도 있었다"며 "다음 시즌에는 좀 더 팀에 많은 보탬이 되고 싶다. 왼손잡이 미들블로커는 상대 입장에서 익숙하지 않아 막기 까다로울 거라 생각한다. 나에 대한 분석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팀과 좋은 결과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각오했다.
지난 선수 생활을 돌아보기도 했다. 나현수는 "솔직히 이전 팀에 있을 때는 정말 미래가 안 보이고 막막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선수 생활을 포기할까 고민도 했다. 그러다 현대건설에 오면서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이전보다 훨씬 많은 기회를 받고 있다.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고 환하게 미소 지었다.
재계약을 통해 서로에 대한 믿음을 확인한 나현수와 현대건설이 오는 2024-25시즌 통합우승 2연패에 도전한다.
사진_무안/송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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