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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데뷔 첫 패전. 그것도 연장에서 끝내기 패배를 허용한 쓰라린 순간. 하지만 신인왕 0순위 다운 찬란한 영광이 함께였다.

두산 베어스 고졸 신인 마무리 투수 김택연이 하룻밤에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지난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두산과 KT의 경기. 6-6 동점 상황이던 9회말. 두산 벤치는 마무리 김택연을 마운드에 올렸다. 세이브 상황은 아니었지만, 필승조를 최대한 투입해 연장으로 끌고간 후 승부를 내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9회말 등판한 김택연은 놀라운 1이닝을 선사했다. 첫 타자 오재일 헛스윙-스트라이크-헛스윙 삼진 아웃, 두번째 타자 배정대 헛스윙-스트라이크-헛스윙 삼진 아웃, 세번째 타자 황재균 스트라이크-헛스윙-헛스윙 삼진 아웃. 3명의 타자를 공 9개로 삼진 아웃 처리했다.

해당 이닝은 KBO 공식 기록으로 통산 9번째 '한 이닝 최소 투구 (9구) 3탈삼진'으로 기록됐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무결점 이닝(Immaculate inning)'이라 부르는 기록이다.

역대 8명의 투수만 달성했던 기록이다. '의외로' 선동열, 최동원, 이강철, 송진우, 구대성 등 전설적인 투수들도 이 기록만큼은 달성하지 못했다. 다니엘 리오스(당시 두산)가 2007년 역대 1호로 무결점 이닝을 달성한 투수로 역사에 남았고, 이후 두산 금민철(2009년), 넥센 강윤구(2012년), 한화 김혁민(2012년), 삼성 우규민(2017년), NC 강윤구(2018년), 두산 알칸타라(2020년), 롯데 박세웅(2022년)이 달성했다.

특히 파울이 한차례도 없이 오로지 스트라이크/헛스윙으로만 9구 3연속 삼진을 잡아낸 투수는 박세웅이 역대 최초였고, 김택연이 두번째다. 고졸 신인으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엄청난 기록을 세운 셈이다.

물론 김택연은 '무결점 이닝'을 해내고도 경기 마지막에 고개를 숙이며 아쉬움을 삼켰다. 연장 10회말에도 투구를 이어간 김택연은 이번에도 김상수, 박민석을 삼진 처리하면서 5타자 연속 탈삼진을 잡아냈다.

하지만 연속 탈삼진이 끝나자, 흔들리기 시작했다. 2아웃 이후 홍현빈에게 볼넷을 내준 것이 화근이었다.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안타를 맞아 주자 1,3루. 위기 상황에서 강백호와 승부한 김택연은 6구째 장타성 타구를 허용했는데, 중견수 정수빈이 낙구 지점 포착에 실패하면서 끝내기 안타로 둔갑하고 말았다. 두산은 6대7로 졌고, 패전투수는 김택연이었다.

데뷔 첫 무결점 이닝을 해낸 감격스런 날이었지만, 데뷔 첫 패전으로 고개를 숙이며 경기장을 떠났다. 그래도 신인왕 최유력 후보로서의 행보에는 더욱 속도가 붙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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