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7-13 06:00:24]
아직까지는 키가 조진석을 대표하는 수식어지만, 그는 이제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
경희대학교가 11일 고성군 국민체육센터에서 치러진 2024 대한항공배 전국대학배구 고성대회 남자부 A그룹 B조 경기에서 명지대를 세트스코어 3-1(28-26, 21-25, 25-22, 25-16)로 꺾었다. 앞선 단양대회에서 들쑥날쑥한 경기력으로 4강 진출에 실패했던 경희대는 이번 고성대회의 첫 경기에서도 홍익대를 상대로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명지대전에서의 좋은 경기 내용과 결과를 통해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띈 선수가 바로 조진석(4학년, MB, 216cm)이었다. 대학 무대는 물론 전 세계로 범위를 넓혀도 손에 꼽을 정도의 신장을 갖춘 조진석은 다소 부족한 리딩 능력과 잦은 부상으로 인해 이번 시즌 조금 아쉬운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조진석은 명지대전에서 경기 최다인 블로킹 4개를 잡아냈고, 공격 득점 5점‧서브 득점 1점을 터뜨리며 맹활약을 펼쳤다.
경기 종료 후 <더스파이크>와 만난 조진석은 “홍익대전에서 너무 아쉽게 져서, 이번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4강에 오를 수 있었다. 그렇다보니 나도 그렇고 동료들도 그렇고 많이 부담스러웠지만, 이겨내고 좋은 경기를 한 것 같아 너무 기쁘다. 동료들에게 고맙다”며 기쁜 마음으로 승리 소감을 전했다.
조진석은 최근 풀타임을 소화한 경기가 거의 없었다. 교체 투입되는 경기들도 많았고,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는 중도 교체된 적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는 선발로 나서 끝까지 코트를 밟았다. 그는 “그 동안은 부상이 좀 잦았다보니 컨디션 관리 차원에서 풀타임을 뛰지 못하는 경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고성대회를 앞두고는 운동도 잘 했고, 준비가 잘 돼서 풀타임 출전이 가능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조진석에게 “지방에서 치러지고 있는 1-2차 대회를 통틀어 가장 좋은 경기력이 나온 것 같다”고 말하자, 그는 덤덤한 표정으로 “홍익대전에서 워낙 많이 흔들렸다. 그래서 걱정이 많았고 압박감도 느꼈다. 하지만 감독님과 코치님이 ‘넌 할 수 있다’고 말해주셨고, 경기에 나설 기회도 다시 주셨다. 그 기회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다보니 좋은 경기력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조진석의 겸손한 이야기는 계속됐다. 세터 박준서(3학년, 185cm)와의 호흡에 대해서는 “(박)준서가 나를 믿고 많이 올려주고 있고, 플레이할 때 도움을 주는 부분도 많다. 준서 덕분에 우리의 호흡이 계속 올라오는 것 같다”며 박준서에게 고마움을 표했고, “1학년 때는 긴장을 정말 많이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감독님과 코치님이 많은 도움을 주신 덕분에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요령이 생겼다. 경희대에서의 4년 동안 가장 크게 성장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김찬호 감독과 이행 코치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그러나 조진석은 아직 완벽한 선수가 아니다. 그 스스로도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속공이나 파이프를 막는 블로킹은 어느 정도 잘하는데, 양 날개로 찢어지는 공격을 쫓아가는 리딩이 아직 좀 부족한 것 같다. 계속 보완 중”이라며 리딩 능력을 집중적으로 다듬고 있음을 전했다.
그렇게 발전을 원하는 조진석이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선수는 고향 선배 김규민이다. 조진석은 “고향 선배이시기도 하지만, 플레이적으로도 정말 보고 배울 점이 많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선배님께서 이런저런 조언이나 도움도 많이 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김규민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표했다.
조진석은 지난 2023-2024 V-리그 신인선수 드래프트에 얼리 드래프티로 도전장을 던졌고, 언론으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프로 무대의 벽은 높았다. 고배를 마셔야 했다. 4학년이 된 조진석은 이제 두 번째 드래프트에 나선다. 그는 “지금까지는 작년보다 폼이 좀 떨어진 것 같아서 걱정됐는데, 단양과 고성대회를 거치면서 컨디션과 경기력이 계속 올라오는 것 같아 긍정적이다.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두 번째 도전에 나서는 자신의 각오를 밝혔다.
끝으로 조진석은 늘 자신을 따라다니는 216cm의 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키로만 하는 배구라는 이야기를 그간 많이 들었다. 만약 프로에 들어간다면, 키만 갖춘 선수가 아닌 빠른 움직임과 남다른 볼 처리 기술까지 갖춘 좋은 미들블로커로 성장하고 싶다”며 키‘만’ 큰 선수를 넘어 키‘도’ 큰 팔방미인 미들블로커로 성장하고 싶은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압도적인 높이를 앞세워 1년 먼저 프로 무대에 도전했지만, 그 벽은 조진석의 압도적인 높이보다도 더 높았다. 그는 이제 높이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더 많은 것들을 다듬고 가꿔보려고 한다. 과연 조진석의 그런 노력이 두 번째 도전에서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사진_고성/김희수,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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