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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팀의 치트키’, ‘우승 세팅의 마지막 조각’, 요근래 잘 나가고 있는 듀얼가드 즈루 할러데이(34‧191cm)를 가리키는 말이다. 올시즌 파이널 우승의 주축으로 활약했고 곧 있을 파리올림픽에 ‘드림팀’멤버로 출전을 확정지었다. 

 

에이스, 득점머신, 야전사령관 등…, 리그에서 명성을 떨치고있는 빅네임 가드는 보통 여기중 하나에 해당된다. 못하는 것 없이 전방위로 경기를 지배하던가 자신의 득점력을 활용해 상대 수비에 균열을 일으키고 동료들에게 오픈찬스를 많이 제공해준다. 

넓은 시야와 패싱게임을 통해 게임전체를 지휘하는 퓨어포인트가드는 과거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온 스타일이다. 할러데이는 3가지 유형중 어디에도 제대로 포함된다고 말하기 어렵다. 일단 단독으로 포인트가드를 맡기에는 리딩, 패싱능력에서 불안감이 있다. 옆에 이러한 부분을 도와줄 파트너가 있을 때 안정감을 보인다.


그렇다고 슈팅가드로 뛰기에는 사이즈가 딸린다. 폭발적 득점력에 안정적인 슈팅력을 갖추고있다면 어느정도 상쇄가 가능하겠으나 그렇지도 못하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고득점도 한번씩 뽑아내지만 그러한 경우가 많지않고 기복도 심하다. 한마디로 트위너 성향이 짙은 가드라고 할 수 있다.


NBA 입성후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뉴올리언스 펠리컨스 등에서 10여년동안 어정쩡하게 잘하는 선수로 혹평받았던 이유다. 재능은 있지만 한계도 명확하다는 것이 이때까지의 할러데이에 대한 평가였다. 하지만 대기만성이랄까. 밀워키 벅스로 트레이드되면서부터 할러데이에 대한 시선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할러데이는 이른바 ‘사용법에 따라 위력이 달라지는 선수’였다. 그는 상당수의 아쉬운 부분을 덮어버릴만큼 최상급 수비를 갖추고있었다. 필라델피아, 뉴올리언스에서 뛸때까지만 해도 리딩은 1번의 영역이었다. 르브론같은 특별한 선수를 제외하고는 팀내 공격조립은 대부분 포인트가드가 담당했다.


다른 장점이 있다해도 리딩이 약한 할러데이가 과소평가받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하지만 이후 타 포지션 선수가 리딩, 패싱게임 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그외 부분에서 쓰임새가 많은 할러데이의 가치가 올라갔다는 분석이다. 전력이 약한 팀을 이끌어갈 에이스감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갖춰진 팀이라면 훌륭한 조각이 될 수 있다. 밀워키 벅스, 보스턴 셀틱스에서 우승의 한축이 된 것이 이를 입증한다.


2020년 11월 트레이드로 둥지를 옮긴 밀워키는 할러데이가 날개를 펼치기에 최적의 팀이었다. 포인트가드의 리딩능력에 크게 영향을 받지않는 팀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릭 블렛소는 할러데이보다도 리딩이 좋지않은 선수였지만 밀워키의 주전 1번을 맡고있었다. 빅맨인 야니스 아데토쿤보에 더해 스윙맨 크리스 미들턴까지 리딩을 분담하던 시스템이었던지라 포인트가드의 리딩부담이 적었다.


할러데이는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다. 리딩을 동료들이 나눠서 해주는 상태에서 남는 에너지를 어디에 썼겠는가. 자신이 가장 잘하는 수비에 불태웠다. 밀워키가 피닉스 선즈와의 2021년 파이널에서 1, 2차전을 패배한 이후 극적인 4연승으로 50년만의 우승을 차지하게된 데에는 엄청난 수비가 뒷받침되었는데 그 중심에 할러데이가 있었다.


언제나처럼 득점력은 들쭉날쭉했으나 기복없는 수비력으로 피닉스 야전사령관 크리스 폴을 엄청나게 괴롭혔다. 경기내내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폴의 육체뿐 아니라 정신에까지 자물쇠를 채워버렸다. 풀코트 프레스를 걸며 하프라인을 넘기 전부터 괴롭히는가하면 외곽, 포스트, 미들라인 어디를 가도 폴의 옆에는 파이널 한정 스토커 할러데이가 있었다.


리딩가드로서 폴이 끼치는 영향력을 생각했을때 할러데이의 수비는 피닉스의 공격 시스템 자체를 흔들어버리는 바이러스와도 같았다. 할러데이의 수비는 거침없었고 상황에 따라서는 폴뿐 아니라 에이스 데빈 부커에게까지 쇠사슬 영역을 넓혀갔다. 올시즌을 앞두고 할러데이는 보스턴으로 다시 팀을 옮겼다.


우승에 목마른 밀워키는 할러데이를 포기하고 데미안 릴라드를 데려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밀워키는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데 반해 보스턴은 할러데이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파이널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파이널 MVP는 제일런 브라운이 가져갔으나 할러데이를 외치는 관중들도 적지않았을 정도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보스턴 핵심 멤버들은 수비를 못하는 선수가 없을 정도로 전원이 수준급 디펜더로 구성되어 있다. 거기에 리그 최고 앞선 수비수 할러데이가 가세한지라 그야말로 철의 장막이 만들어졌다. 파이널 포함 플레이오프 내내 할러데이는 자신의 영역인 앞선은 물론 상황에 따라 포워드수비까지 맡으며 전천후 디펜스로 팀에 공헌했다.


한번씩 공격에서도 터졌는데 공교롭게도 주득점원들이 주춤한 경기들이었다. 보스턴 팬들 입장에서 할러데이가 더더욱 인상적으로 보인 이유다. 미 국가대표팀 또한 할러데이의 플레이를 높이 평가했고 그런 이유로 발탁했다. 빠르고 끈질긴데다 힘까지 좋아 앞선은 물론 3, 4번 수비도 어느 정도 가능해 활용도가 무척 높다. 할러데이 치트키가 올림픽에서도 통할지 주목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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