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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역시 '베테랑 대도'는 달랐다. 박해민의 허를 찌르는 도루 하나가 호투하던 와이스를 무너뜨리며 결국 LG의 역전을 만들어냈다.

LG 트윈스가 1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서 7회초 박해민이 만든 한화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역전을 만들어 8대4로 승리했다. LG는 한화와의 주말 3연전서 2승1패의 위닝시리즈를 가져가며 주중 3연전서 KIA에 스윕을 당한 충격에서 벗어났다.

한화 라이언 와이스와 LG 케이시 켈리의 선발 맞대결은 '대전 예수'와 '잠실 예수'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둘이 공격적인 피칭으로 이닝 이터의 모습을 보이는 것도 비슷해서 더욱 흥미를 끌었다.

둘 다 6회까지는 호투를 했다. 켈리는 6이닝 동안 8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1자책점)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패전 위기에 몰렸다가 7회초 타선의 역전 덕분에 승리 투수가 됐다. 시즌 5승째. 와이스도 6회까지는 1실점의 좋은 피칭을 했으나 7회초 4실점을 하며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6⅓이닝 9안타 2볼넷 7탈삼진 5실점으로 시즌 첫 패전.

한화는 이원석(우익수)-장진혁(중견수)-페라자(좌익수)-안치홍(1루수)-채은성(지명타자)-황영묵(2루수)-이도윤(유격수)-하주석(3루수)-최재훈(포수)로 선발라인업을 구성했고, LG는 홍창기(우익수)-문성주(지명타자)-김현수(좌익수)-문보경(1루수)-오지환(유격수)-박동원(포수)-구본혁(3루수)-박해민(중견수)-신민재(2루수)로 짰다. 전날 4회초 슬라이딩을 하다가 왼쪽 어깨 통증으로 교체됐던 박해민이 별 이상없이 선발 출전했다.

LG가 초반 승기를 잡을 기회를 놓쳤다. 1회초 문성주와 김현수의 연속안타로 만든 1사 1,2루 기회에서 문보경의 유격수앞 병살타성 타구를 유격수 이도윤이 포구를 제대로 못하며 1루주자만 2루에서 아웃되며 기사회생. 이어진 2사 1,3루서 오지환의 우중간 안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그리고 2회초엔 안타와 볼넷, 희생번트로 1사 2,3루의 찬스를 만들며 와이스를 압박했다. 출루율 1,3위인 홍창기 문성주의 차례라 더욱 득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홍창기는 짧은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고, 문성주는 유격수앞 땅볼로 아웃.

초반 득점에 실패하자 와이스가 힘을 냈다. 3,4회 연속 삼자범퇴. 특히 3회초 오지환부터 4회초 박해민까지 4타자 연속 삼진을 뽑아내며 빠르게 LG 타자들을 처리했다.

켈리에 막혔던 한화 타자들도 4회말 드디어 힘을 냈다. 선두 페라자의 우전안타와 안치홍의 3루수 내야안타로 만든 무사 1,2루서 채은성의 좌전안타가 나와 1-1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망 황영묵의 번트를 1루수 문보경이 잡아 3루로 던져 아웃됐고, 이어 이도윤의 3루수앞 땅볼 때 3루수 구본혁이 2루로 던져 1루주자를 포스아웃시켰는데 이때 채은성이 2루로 돌아가다가 태그아웃돼 병살이 되고 말았다. 무사 1,2루의 역전 찬스가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한화는 그러나 6회말 역전에 성공했다. 안치홍의 안타와 채은성의 2루타로 2사 2,3루의 기회에서 이도윤의 2루수앞 땅볼을 2루수 신민재가 제대로 잡지 못하는 실책을 하는 바람에 2-1을 만들었다.

와이스의 호투 속에 상대 실책으로 역전에 성공해 한화의 분위기가 상승세고 LG는 바닥을 칠 수 밖에 없는 상황. 이때 LG의 구원자로 나선 이가 바로 박해민이었다. 그의 기지와 빠른 발로 역전의 틈을 만들었고, 후속 타자들이 역전의 꿈을 이뤘다.

1-2로 뒤진 7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박해민이 좌전 안타로 출루한 뒤 후속 타자 신민재의 초구에 도루를 했다. 그런데 와이스가 던질 때 뛴 게 아니라 던진 뒤에 공을 받고 난 뒤에 뛰었다. 와이스와 2루수 황영묵, 유격수 이도윤 등 누구도 박해민에게 눈길을 주지 않을 때 박해민이 2루로 내달린 것.

초구 신민재가 번트 모션을 취하자 황영묵은 1루쪽으로 뛰었고 이도윤은 2루쪽으로 뛰었다. 그러나 공이 너무 높게 와 볼이 됐다. 이도윤은 유격수 자리로 뒤돌아 가고 있었고 1루로 온 황영묵은 박해민과 비슷한 위치에 있었다. 그리고 포수 최재훈으로부터 공을 건네받은 와이스가 아래를 보자 박해민이 곧바로 2루로 달렸고 뒤늦게 박해민이 뛰는 것을 본 와이스가 공을 던지려고 했으나 역시 뒤늦게 알아차린 이도윤이 2루로 와서 공을 받기엔 늦었다.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만든 2루 도루였다. 와이스가 공을 받고 아래를 보는 습관을 LG벤치나 박해민이 간파했다는 뜻.

LG는 박해민이 만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신민재가 삼진을 당했지만 홍창기의 안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진 1사 1,2루서 김현수의 우전안타로 3-2 역전에 성공하며 와이스를 강판시켰다. 문보경의 희생플라이와 오지환의 적시타까지 더해 무려 4점을 뽑아 5-2로 앞섰다.

LG는 8회초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2사후 연달아 볼넷 3개를 얻어 만루의 기회를 만든 뒤 문성주의 1루수앞 내야안타 때 2명의 주자가 홈을 파고 들었고, 이어 김현수의 우전안타 때 1점을 추가해 8-2까지 벌렸다.

한화는 8회말 채은성의 투런포로 33번째로 경기장을 꽉 채운 팬들에게 위안의 선물을 했다. 9회말엔 상대 마무리 유영찬을 상대로 1사 1,2루의 찬스를 만들었으나 득점엔 실패했다.

LG는 이날 주축 왼손 타자들이 살아난 부분이 고무적이었다. 김현수가 5타수 3안타 2타점, 오지환도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이날 친 12개의 안타 중 우타자가 친 안타는 구본혁이 친 것 하나 뿐이었다. 대전=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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