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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70~80개 사이에 힘이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내정한 제임스 네일의 투구를 이렇게 예상했다.

턱관절 골절상이라는 큰 부상을 한 지 두 달만의 첫 실전 등판. 놀라운 회복 속도 속에 단계별 투구 프로그램과 두 차례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비로소 마운드에 설 수 있었다. 하지만 긴 실전 공백으로 떨어진 투구 스태미너 극복은 쉽지 않았다. 올 시즌 리그 평균자책점 1위(2.53)를 기록한 네일이지만, 떨어진 실전 감각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1차전 승부의 관건이었다.

이 감독은 “1차전 선발 자리를 네일과 양현종 중 고민했는데, 네일은 먼저 내보내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닝 수는 모르겠지만, (투구 수는) 70~80개 사이에 힘이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투구 수에서 힘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공격적으로 바꿀 수 있지만, 한계 투구 수에 도달해도 괜찮다고 보여지면 그대로 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비로 66분 지연 끝에 막을 올린 승부.

네일은 두 달을 쉰 투수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호투했다. 1회초 선두 타자 김지찬에 볼넷을 내줄 때 공이 높게 들어가며 볼넷을 내줬고, 2사 1루에서 강민호에 좌중간 2루타를 맞는 등 실전 공백에 대한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네일은 김영웅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1회 위기를 넘긴 뒤 네일은 자신감을 찾은 듯 했다. 장기인 스위퍼를 앞세워 삼성 타선을 공략했다. 4회말엔 강민호 김영웅 박병호를 차례로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쾌조의 페이스를 보였다. 5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한 네일의 투구 수는 66개. 이 감독이 예상한 한계 투구 수 이하였다.

그러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6회초 다시 마운드에 오른 네일. 김헌곤과의 2B2S 승부에서 뿌린 스위퍼가 가운데로 몰렸다. 김헌곤이 이 공을 밀어쳤고, 타구는 우측 폴대 안쪽에 떨어지는 솔로포가 됐다. 0-0 균형을 깨는 선취점.

네일이 선제점을 내주자 포수 김태군과 정재훈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네일을 진정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네일은 디아즈에게도 볼넷을 내줬다. 결국 정 코치가 공을 쥔 채 마운드에 올랐고, 네일의 한국시리즈 첫 투구는 그렇게 마무리 됐다.

네일이 이날 던진 76개의 공 중 90.7%가 투심(38개)과 스위퍼(31개)였다. 투심 최고 구속은 150㎞, 스위퍼는 137㎞였다. 구위나 제구 면에서도 손색이 없는 공이었다. 그러나 실투 하나를 극복하지 못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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