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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주자 있을 땐 피치컴 없인 힘들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피치클락'을 경험했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한화 이글스)은 올 시즌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KBO는 올 시즌 피치클락을 시범도입했다. 무주자시 18초, 유주자시 23초의 투구 시간 제한을 두고, 타자는 투수가 공을 넘겨 받은 시점으로부터 8초 안에 타격 준비를 마무리하도록 했다.

하지만 투수와 포수가 사인을 주고 받는 피치컴은 도입하지 않은 게 지적됐다.

피치컴은 각 구종이 표시된 버튼이 달린 밴드 또는 장치를 포수가 누르면, 투수에게 신호로 전달되는 원리다. 사인 교환 시간을 단축시켜 무주자-유주자시 투구 시간 제한 시간이 있는 피치클락 준수에 도움을 준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2022시즌부터 피치컴을 도입했다. 앞서 논란이 됐던 사인훔치기 방지가 목적. 그런데 배터리 사인 교환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면서 피치클락 준수에도 큰 도움을 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류현진은 “주자가 없을 땐 (피치컴이 없어도) 크게 문제가 없다. 하지만 주자가 있으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기간 허구연 (KBO) 총재님께 말했지만, 피치컴 없는 상황에서 짧은 시간 안에 포수와 작전을 주고 받기 쉽지 않다. 총재님도 알고 있더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KBO는 스프링캠프 기간 피치컴을 각 구단에 배포했으나, 전파인증을 통과하지 못해 활용하지 못했다.

KBO는 15일 10개 구단에 피치컴 세트를 배포하고 관계자 설명회를 가졌다. 피치컴이 지난 1일 전파인증을 통과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 5~6일 인천에서 열린 KBO 올스타전 감독 간담회 때 피치컴 도입 및 사용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도 가졌다.

올해 첫 선을 보인 피치클락, '반쪽짜리' 오명을 피하지 못했다.

KBO는 피치클락 도입이 수 년 간의 과제였던 경기 스피드업 및 박진감 강화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시즌 초반부터 현장에서 피치클락 도입에 부정적인 의견이 잇달아 나왔다.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이뤄지지 않은 게 원인으로 지적됐다. KBO가 매주 위반 사례를 집계해 공유할 때마다 준수-미준수 팀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뿐,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

때문에 야구계 안팎에서 제도 정식 도입에 앞서 보완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최근 KBO와 구단, 심판, 선수협 관계자등이 모인 '피치클락 TF'가 구성돼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해당사자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리그 실정에 맞는 제도를 만들겠다는 취지. 피치컴 도입을 완료한 것도 이런 논의의 연장선이다.

각 구단에 전달된 피치컴은 16일 경기부터 활용 가능하다. 투수와 포수 뿐만 아니라 그라운드 내 야수 최대 3명까지 활용 가능하다. 각 구단의 활용법, 이후 일어날 변화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연 'K-피치클락'은 비로소 완전체로 진화할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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