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7-14 08:30:55]
[점프볼=조영두 기자] 6월 4일 모든 농구 팬들이 깜짝 놀랄만한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고양 소노 슈터 전성현이 창원 LG로 향하고, LG 가드 이재도가 소노 유니폼을 입게 된 것. 2022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고양에 새 둥지를 틀었던 전성현은 창원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지난 시즌 아쉬움을 딛고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제는 창원의 ‘불꽃슈터’가 된 전성현의 얼굴에는 설렘과 기대감이 가득했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7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LG로 가게 됐는데 기분이 어떤지?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오묘한 감정이 든다. 트레이드 상대가 나와 가장 친한 (이)재도라서 마음이 좋지 못했다. LG 팬들도 걱정이 많으신 것 같다. 메시지로 허리 상태를 많이 물어보시더라. 팬들한테 인정받을 수 있도록 잘해야 될 것 같다.
이재도와는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트레이드 발표가 되고 나서 연락했다. 우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없다. 프로의 세계는 비즈니스다. 가서 다치지 말고 최고로 잘하자고 이야기했다. 재도와는 지금도 자주 연락을 한다. 서로 트레이드가 됐다고 해서 크게 개의치 않는다.
지난 시즌 아쉬움이 많을 것 같은데 돌아본다면?
내 농구인생에서 최악의 시즌이었다. 그 정도로 많이 좋지 못했다. 핑계지만 부상이 있었다. 이전부터 징조가 있었는데 몸 관리를 잘하지 못한 내 잘못이다. 많은 연봉을 받고서도 경기를 반밖에 뛰지 못했다. 경기에 나서긴 했지만 내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 LG 팬들이 더 걱정하시는 것 같다.
2022-2023시즌 워낙 잘했기에 더 아쉬울 것 같다.
맞다. 사실 시작은 좋았다. 지난해 오프시즌 결혼식을 올렸고, 남자농구 대표팀 일정을 소화했다. 팀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는데도 개막 첫 경기에서 나름 잘했다. 슛 컨디션도 괜찮았다. 그래서 지난 시즌도 기대를 했는데 안일했다. 이전부터 허리가 아팠다. 별일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탈이 났다.
허리 부상은 갑작스러웠는데?
사실 대표팀에서 훈련할 때부터 허리가 좋지 못했다. 나는 휴가 때 가벼운 운동만 하고 웬만하면 쉬는 편이다. 팀 합류 후 몸을 천천히 만들어서 개막전에 100%를 맞췄다. 10월 초중순에 100%를 만드는 게 내 루틴이다. 하지만 지난해 아시안게임을 뛰느라 준비를 하나도 못했다. 갑작스럽게 경기를 뛸 수 있는 몸을 만들다보니 허리에 통증이 왔다. 단순히 근육통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계속 피로가 누적되면서 디스크가 왔다. 내 루틴대로 시즌 준비를 하지 못한 것이 무리가 온 것 같다.
이정현(소노)과의 불화설도 있었다.
너무 억울하다. 나는 트레이드 과정에서 (이)정현이를 언급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어디서 불화설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우리 사이도 전혀 문제가 없다. 트레이드 발표가 난 직후에 정현이에게 먼저 메시지가 왔다. 나도 아쉽고 고맙다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정현이와 너무 잘 지내고 있으니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고양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클 것 같은데?
팬들께 감사한건 평생 잊을 수 없다. 사람이 힘들 때 옆에 있어야 하고 배신하면 안 된다는 말이 있지 않나. 데이원(현 소노) 시절에 급여도 받지 못하고 몇몇 선수들이 빵과 라면을 먹고 경기를 뛰었다. 이런 와중에 팬들마저 등을 돌렸다면 버틸 수 없었을 거다. 물질적으로도 많은 지원을 주셔서 나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잊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소노가 새롭게 창단하면서 3시즌 안에 우승은 못하더라도 챔피언결정전은 꼭 가고 싶었다. 근데 이루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서 마음이 아프다.
팬들을 불러서 식사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팬들한테 소소하게 식사 대접하고 담소도 나누고 싶다고 아내한테 이야기했다. 아내가 흔쾌히 허락해줬고, 인원을 늘리고 식당도 더 좋은 곳으로 잡으라고 하더라. 처음에는 100명으로 인원을 잡았는데 신청 받은지 30분도 안 되어서 500명이 넘었다. 다음날에는 1200명이 넘었다. 그래서 예정보다 인원을 늘려 130명을 초대했다. 어쩌다보니 팬 미팅이 됐는데 전날 준비하느라 새벽 4시까지 잠을 못 잤다. 팬들을 위해 애장품을 드렸고, 친필 글씨와 사인이 새겨진 머그컵을 준비했다. 팬 미팅이었지만 이별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마냥 좋을 수만은 없었다. 처음이라 많이 어수선하고 지루할 수도 있었을텐데 팬들 반응이 좋아서 너무 감사했다.
경품으로 200만 원 상당의 아이폰15 프로 맥스 512GB를 준비했는데?
아내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원래 아이폰이 아니라 아이패드 정도를 생각했다. 백화점에서 선물을 둘러보는데 지갑이 눈에 띄더라. 근데 지갑은 당첨될 팬의 성별을 알 수 없어서 애매했다. 고민하던 와중에 아내가 1등 선물을 제대로 준비하자고 의견을 냈다. 그래야 팬들도 정성을 느끼지 않겠나. 아이폰은 호불호가 없다고 생각해서 준비하게 됐다. 중고로 되팔 수도 있어서 그 자리에서 액정 보호 필름을 붙여드렸고, 케이스까지 끼웠다. 당첨된 팬이 아이폰에 내 사인을 받아 가셨기 때문에 팔지는 않을 것 같다(웃음).
“두경민과의 공존? 서로 맞춰가면 될 것”
2시즌 연속 정규리그 2위를 하고도 4강 플레이오프에서 고배를 마신 LG는 오프시즌 파격적으로 선수단 개편을 단행했다. 전성현과 더불어 트레이드로 두경민을 영입한 것. 또한 허일영, 최진수, 장민국을 데려오며 로스터를 채웠다. 새로운 아시아쿼터로는 필리핀 국가대표 포워드 칼 타마요를 선택했다. 1옵션 외국선수 아셈 마레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주전 멤버가 모두 새 얼굴로 채워졌다. 새롭게 선수단을 꾸린 LG는 창단 첫 우승이라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밖에서 본 LG는 어땠는지?
굉장히 조직적이고 팀 플레이가 단단한 농구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끈끈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수비가 워낙 좋아서 상대로 만나면 힘들었다. 특히 마레이가 수비를 너무 잘 잡아준다. 대부분 외국선수들이 매치업 상대한테만 점수를 주지 않으려고 하지 팀 수비는 신경을 거의 안 쓴다. 마레이는 투맨게임 상황에서 헷지도 적극적으로 나가고 토킹도 활발하게 한다. 골밑에 마레이를 믿기 때문에 LG 국내선수들이 수비를 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조상현 감독과는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통화만 짧게 했다. 코트 안에서 내가 해야 될 역할을 짚어주셨다. 또한 선후배 사이에서 가교 역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감독님과는 예전에 대표팀에서 함께한 적이 있다. 그때는 굉장히 엄격한 이미지였는데 LG 선수들 이야기 들어보니 대화를 많이 하고, 공감도 잘해주신다고 하더라. 선수들이 믿고 따르는 분이어서 나도 기대가 된다.
현재 몸 상태는?
사실 트레이드 소문이 돌면서 운동을 내려놨다. 집중이 전혀 안 되고, 마음도 잡히지 않더라. 빨리 행선지가 결정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래야 마음을 다시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계속 가벼운 운동만 하다가 며칠 동안 강도를 올렸다. 허리 상태는 괜찮다. 지난 시즌 막판에도 경기를 뛰었다. 문제될 건 전혀 없다.
두경민과의 공존에 우려의 시선이 있는데?
내 주변에서도 많은 걱정을 하셨다. 정현이와 뛰었던 것처럼 (두)경민이가 잘하는 부분에 내가 맞추고, 내가 잘하는 부분에 경민이가 맞춰주면 된다. 서로 양보하고 희생한다면 좋은 성적이 나지 않을까 싶다. 좋은 성적이 나야 둘 다 명예 회복을 할 수 있다. ‘아직 살아있네’라는 말을 들으려면 무조건 성적을 내야 한다. 나와 경민이의 득점이 떨어져도 승리만 하면 된다. 경민이한테 장난으로 패스 3번만 주면 3점슛 3개를 넣겠다고 했다. 그럼 경민이의 어시스트는 평균 3개가 유지 되지 않나. 여기에 마레이, (최)진수 형, (허)일영이 형, (유)기상이한테 패스 한번씩만 줘도 어시스트 평균 9개는 할 수 있다. 감독님을 비롯해 LG 관계자 분들도 트레이드 고민을 정말 많이 하셨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경민이가 더 잘해야 한다.
2025-2026시즌에는 절친 양홍석과 함께 뛰게 된다.
아직 (양)홍석이와 연락을 하진 못했다. 워낙 친하고 홍석이가 잘 맞춰준다. 생활적인 문제는 전혀 없을 거다. 같이 훈련하지 않아도 서로 장단점을 워낙 잘 알고 있다. 사실 당장 이번 시즌이 더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홍석이가 오기 전에 우승하고 싶다. 하하하.
평소 전성현을 롤모델로 꼽았던 유기상도 있는데?
내 역할이 정말 중요할 것 같다. 나를 바라보는 후배가 있기에 잘해야 된다. 잘하는 걸 보여주고 가르쳐줘야 후배들이 따르지 않겠나. 기상이가 나를 롤모델로 꼽아줘서 고맙고 뿌듯하다. 올 시즌 둘 다 잘해서 나의 좋은 점만 빼갔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나보다 더 크게 될 선수라고 생각한다.
등번호는 계속 23번을 유지하는 건지?
신인 때부터 계속 달던 번호라 애착이 크다. LG에서 원래 (정)인덕이가 23번을 달았다. 송도중-송도고-중앙대 후배라 트레이드 발표가 난 후에 먼저 연락이 왔더라. 대화를 나누다가 조심스럽게 미안한데 23번 양보해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대신 원하는 선물을 사주겠다고 했다. 시간이 지난 후 인덕이가 23번 하시라고 연락이 왔다. 아직 어떤 선물을 원하는지 듣지 못했다. 내가 먼저 선물을 줄 수도 있지만 필요한 걸 사주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다. 진수 형도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23번을 달았는데 내가 23번을 달기로 했다는 걸 듣고 다른 번호를 고른다고 하더라. 인덕이와 진수 형에게 모두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올 시즌 목표는?
현재 LG는 목표를 높게 안 잡을 수가 없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를 했고, 4강 플레이오프에 갔기 때문이다.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개편했는데 내가 플레이오프 진출이 목표라고 할 순 없지 않나. 지난 시즌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건 우승이다. LG 스포츠단 사장님을 만났는데 올 시즌에는 최소 챔피언결정전에 가야 된다고 하셨다. 다음 시즌에는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이셨다. 사장님이 평소 애플워치를 차고 다니시는데 이유가 심박수를 체크하기 위해서라고 하시더라. LG 경기를 보면 4쿼터에 심박수가 엄청 높게 올라간다고 하셨다. 오래 살고 싶으니 4쿼터에 20점 이상 점수를 벌려달라고 하셨다. 코트 안에서는 감독님, 밖에서는 단장님, 국장님께 말씀드리면 다 지원해준다고 하셨다. 스포츠에 워낙 진심이셔서 든든하다. 최선을 다해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세바라기 분들이 재도가 떠나서 슬프고 서운할 거라고 생각한다. 나로 재도의 빈자리를 채울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러나 이제 LG의 가족이 됐고, 2년 동안 함께 해야 한다. 그러니 좋게 봐주시고 응원도 많이 해주셨으면 한다. 허리 상태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몸 관리 잘해서 시즌 때 좋은 플레이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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