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7-15 07:00:39]
[점프볼=조영두 기자] B.리그 2023-2024시즌이 8개월의 대장정을 마치며 막을 내렸다. 정규리그 7위로 간신히 플레이오프 진출한 히로시마 드래곤플라이스가 파이널에서 강호 류큐 골든 킹스를 제압하고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EASL(동아시아 슈퍼리그) 2023-2024시즌 챔피언 치바 제츠는 세미 파이널(4강)에서 탈락, EASL 출전권 획득에 실패했다. 이대성(미카와)은 한국인 최초로 B.리그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기도 했다. 이변의 연속이었던 B.리그 플레이오프 이야기를 담아봤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7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8강에서 멈춘 이대성과 미카와의 플레이오프
씨호스즈 미카와 소속의 이대성은 코리안리거 중 유일하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한국인 최초의 B.리그 플레이오프 출전이었기에 그 의미가 더욱 컸다. 미카와의 쿼터 파이널(8강) 상대는 나고야 다이아몬드 돌핀스. 1차전에서 이대성은 28분 3초를 뛰며 9점 3리바운드 1어시스트 2스틸로 다방면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3점슛 1개 포함 야투 7개 중 4개를 적중시켰다.
이대성과 더불어 외국선수 3인방 잭 어거스트(16점 8리바운드), 드반테 가드너(13점 8리바운드 4어시스트), 제이크 레이먼(11점 7리바운드 2어시스트)이 두 자리 수 득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자국선수들의 지원사격이 전혀 되지 않으며 69-78로 패했다.
미카와의 패배는 라이언 리치먼 감독의 선수기용이 큰 지분을 차지했다. 정규리그에서 미카와는 레이먼, 어거스트, 이대성이 함께 뛸 때 속공에서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하지만 정규리그 막판과 플레이오프에서 빅맨 셰퍼 아비 코키와 외국선수 2명을 함께 내보내는 트리플 포스트를 즐겨 사용했다.
높이 싸움에서 상대에게 밀리지 않기 위한 전략이었지만 오히려 속공이 완전히 죽어버리는 역효과가 났다. 기동력이 떨어지는 셰퍼와 가드너가 같이 코트에 머무를 때는 공격이 더욱 정체됐다.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한 후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에이스 니시다 유다이 기용을 고집한 것도 패착이었다. 니시다는 1차전에서 30분 36초 동안 9점 1리바운드 1어시스트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차전에서도 리치먼 감독의 선수기용은 바뀌지 않았다. 결과는 미카와의 75-84 패배, 2연패로 8강에서 탈락했다. 가드너(14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와 레이먼(14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이 제 몫을 했고, 니시다(11점 2리바운드 3어시스트)도 1차전보다 나아진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1, 2차전 모두 나고야의 주전 가드 사이토 타쿠미를 제어하지 못하며 무릎을 꿇었다.
이대성은 2차전에서 18분 33초를 뛰며 4점 2리바운드 1스틸의 기록을 남겼다.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제한된 역할만 부여받았고,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아쉽게 플레이오프를 마쳤다. 플레이오프를 마친 이대성은 서울 삼성과 2년, 보수 6억 원(연봉 4억 2000만 원, 인센티브 1억 8000만 원)에 계약하며 1년 만에 KBL로 돌아오게 됐다.
2년 연속 EASL 출전 좌절된 치바
지난 시즌 B.리그 파이널에 진출했던 치바 제츠는 올 시즌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베스트5를 수상한 하라 슈타가 부상으로 이탈한 것. 외국선수 저스틴 머츠와 DJ 스티븐스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NBA리거 재비어 쿡스와 지난 시즌 베스트5에 선정된 크리스토퍼 스미스를 재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여기에 부상선수들이 돌아오며 35승 25패, 와일드 카드로 간신히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치바의 쿼터 파이널 상대는 우츠노미야 브렉스였다. 시리즈 시작 전 우츠노미야의 우세를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탈락의 아픔을 겪은 우츠노미야는 올 시즌을 앞두고 검증된 외국선수 DJ 뉴빌과 귀화선수 개빈 에드워즈를 영입했다. 에이스 히에지마 마코토를 필두로 새 얼굴들이 힘을 내며 51승 9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EASL(동아시아 슈퍼리그) 2023-2024시즌 챔피언 치바의 저력은 강했다. 우츠노미야와의 쿼터 파이널 1차전에서 82-70으로 완승을 거뒀다. 비록, 2차전에서 58-67로 패했지만 3차전 2차 연장 혈투 끝에 승리했다. 외국선수 스미스(36점 11리바운드 3어시스트), 존 무니(22점 10리바운드 2어시스트)와 167cm 단신 가드 토가시 유키(20점 3리바운드 12어시스트)를 앞세워 세미 파이널(4강) 진출에 성공했다. 정규리그 5위로 KBL에서 우승을 차지한 부산 KCC처럼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하며 충분히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치바의 기세는 세미 파이널에서 멈췄다. 지난 시즌 B.리그 디펜딩 챔피언 류큐 골든 킹스와 만나 시리즈 전적 1승 2패로 파이널 티켓을 내줬다. 1차전에서 33점차(95-62) 완승을 거뒀으나 2, 3차전을 내리 패했다. 토가시와 스미스가 고군분투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활약이 저조했다.
파이널에 올라가지 못한 치바는 2시즌 연속 EASL 출전 또한 불발됐다. 지난 시즌 EASL 조별리그에서 압도적인 전력으로 6전 전승을 거둔데 이어 4강에서 뉴 타이베이 킹스를 꺾었고, 결승에서 서울 SK 제압하며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일본 국가대표 가드의 품격을 보여준 토가시는 대회 MVP에 선정됐다. 그러나 다음 시즌 EASL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치바를 볼 수 없게 됐다. 만약, EASL에 나섰다면 KBL의 KCC 또는 수원 KT와 맞대결이 예정되어 있었다. 자연스럽게 토가시와 허웅, 토가시와 허훈의 매치업 또한 무산됐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히로시마의 정상 등극
B.리그 2023-2024시즌의 주인공은 히로시마 드래곤플라이스였다. 그야말로 언더독의 반란이다. 히로시마는 정규리그에서 강팀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36승 24패를 기록, B.리그 24팀 중 7위에 랭크됐다. 와일드 카드 자격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정규리그에서 히로시마보다 강한 전력을 보여준 팀이 무려 6팀이나 있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히로시마의 저력은 놀라웠다. 쿼터 파이널에서 중부 지구 1위(46승 14패)를 차지한 산엔 네오피닉스를 2연승으로 가볍게 제압했다. 세미 파이널에서는 서부 지구 1위(41승 19패) 나고야를 2승 1패로 꺾으며 처음으로 B.리그 파이널 무대를 밟았다.
히로시마의 파이널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 류큐였다. 류큐는 잭 쿨리, 빅 로, 앨런 더햄으로 이어지는 외국선수 3인방에 귀화선수 알렉스 커크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여기에 일본 국가대표급 기량을 가진 이마무라 케이타와 키시모토 류이치가 원투펀치로 활약했다. 대부분 전문가들이 시리즈 시작 전 류큐의 우세를 예상했다.
히로시마는 1차전에서 62-74로 패배, 모두의 예상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그러나 2차전부터 반전이 일어났다. 창 대 창으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히로시마는 수비에 사활을 걸었고, 류큐의 득점을 63점으로 묶으며 72-63으로 승리했다. 3차전에서도 히로시마의 수비 집중력은 대단했다. 로와 이마무라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을 모두 한자리수 득점으로 막았고, 65-50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강력한 수비를 앞세운 늪농구로 정상 등극에 성공했다.
파이널 MVP는 3경기 평균 10.7점 2.3리바운드 1.7어시스트로 활약한 야마자키 료에게 돌아갔다. 2020-2021시즌 2부 리그인 B2에서 B.리그로 승격한 히로시마는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3시즌 만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B.리그 2023-2024시즌은 히로시마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파이널에 진출한 히로시마와 류큐는 B.리그 대표로 EASL 2024-2025시즌에 나선다. EASL에서 KCC, KT와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 사진_B.리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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