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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잔치는 끝났다. 가치는 증명하고도 남았다. 전주고 정우주는 어떤 유니폼을 입게 될까.

전주고는 16일 제79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 대회 및 주말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결승전에서 마산용마고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정우주는 3번이나 마운드에 올랐다. 경기전부터 비가 예고된 상황. 전주고는 4강전에서 72개를 던진 2번째 투수 이호민이 투구수제한에 걸려 출전할 수 없었다. 마산용마고에 좋은 좌타자가 많아 사이드암 김영빈을 활용하기에도 부담이 있었다.

정우주는 처음에는 불펜에 대기했다. 하지만 선발로 나선 1학년 이시후가 1회부터 3연속 볼넷으로 밀어내기를 허용하자 급하게 몸을 풀고 등판했다. 등장하자마자 연신 150㎞ 안팎의 직구를 던져 좌중을 놀라게 했다. 0-1로 뒤진 1사 만루의 위기를 연속 삼진으로 막아냈다.

2회 첫 타자까지 3타자 연속 삼진을 잡은 정우주는 우익수로 빠졌다. 하지만 다음 투수가 정우주 자신의 실수가 섞인 3루타를 허용하자 다시 등판했다. 이번에도 실점 위기를 끊어냈다.

이날 현장에는 폭우가 거듭 쏟아졌다. 정우주가 던지던 3회말 1사에서 폭우로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양팀 모두 지방팀인데다, 양팀 합쳐 1000명 넘는 모교 응원단이 뜨거운 응원전을 펼치는 상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측은 가능하면 이날 경기를 끝내길 원했다.

1시간 40분쯤 기다린 뒤에야 경기가 재개됐다. 거듭된 폭우로 제법 헐거워진 마운드에서 투수들도 조심스러운 피칭을 이어갔다. 그 와중에도 정우주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다. 발디딤을 걱정하는 와중에도 포수 미트에 빨려들어가는 150㎞ 직구가 돋보였다.

다행히 그 뒤로는 날씨가 개면서 시상식 전까진 큰 비가 내리지 않았다. 인조잔디라 배수가 잘되는 목동구장의 환경도 큰 도움이 됐다.

고교야구 규정상 투구수 45개를 넘기면 하루를 쉬어야한다. 만약 이날 경기가 중단되고 서스펜디드게임으로 치러질 경우 자칫 정우주가 등판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때문에 정우주는 투구수 45개를 채운 뒤 다시 우익수로 빠졌고, 마지막 9회말 다시 마운드로 돌아와 우승을 확정지었다.

올해초 이마트배 준우승 당시 정우주는 아쉬움의 눈물을 쏟은 바 있다. 경기 후 만난 정우주의 표정은 후련해보였다. 그는 “올해의 목표가 전국대회 우승이었는데, 놓치지 않아서 기쁩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이마트배 때는 부담감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 때문에 진 거잖아요. 이번 대회는 제 뒤의 투수와 야수들을 믿고 설레는 맘으로 던졌습니다. 이마트배도, 이번 대회도 (이)호민이 덕분에 우리 팀이 결승까지 왔어요. 호민이에게 고맙고 미안합니다.“

거듭된 등판과 뜻하지 않은 이도류까지 펼쳤다. 그래도 정우주는 6회초 좌측 깊숙한 2루타를 치는 등 불방망이까지 뽐냈다. 그는 “타격도 해보니까 재미있네요. 야수로도 1인분 정도는 한 것 같아요“며 미소지었다.

정우주는 전주고의 '전설' 김원형-박경완 배터리에 대해 “(이)한림이 덕분에 그런 말도 듣는다. 한림이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던질 수 있었을까 싶다. 제 실력도 덕분에 많이 늘었다“며 단짝에게 공을 돌렸다.

이제 정우주에게 남은 건 또다른 전국대회인 대통령배, 그리고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다. 정우주는 “무조건 1순위가 목표다. (덕수고)정현우에게 고맙다“며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목동=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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