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7-18 19:26:20]
NBA 무대서 3점슛을 한번씩 터트릴 때마다 화제를 모으던 선수가 있었다. 다름아닌 레전드 센터 샤킬 오닐(52‧216cm)이다. 주무기도 아니었고 자주 쏘지도 않았지만 어쩌다 던진 외곽슛이 림을 가르게되면 경기장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선수들도 매우 놀랐다는 표정으로 오버스런 동작을 취하는 것은 물론 다음날 신문에도 대서득필될 정도였다.
당시는 지금처럼 빅맨도 외곽슛을 갖춰야되는 시대는 아니었다. 포지션별로 역할이 정해져있었으며 센터는 포스트만 잘 지켜줘도 칭찬받았다. 더욱이 오닐은 큰 체격을 앞세워 파워 농구에 강점이 있던 선수인지라 누구도 그에게 3점슛을 기대하지도 쏘라고도 하지않았다. 가끔 던지는 3점슛은 이벤트성이거나 시간에 쫓겨서 한번씩 시도하는 정도였다.
만약 센터가 아닌 가드였다면? 3점슛 자체가 화제가 될리없다. 지금보다 외곽의 중요성이 낮은 과거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가드에게 3점슛은 당연히 갖춰야할 기본기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비록 서머리그이기는 하지만 브로니 제임스(20‧187cm)는 다른 쪽으로 대단하다.
사이즈작은 가드가 16번째 시도 만에 처음으로 3점슛을 성공시켰는데 단숨에 많은 이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브로니의 소속팀 LA 레이커스는 18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토마스 앤 맥 센터서 있었던 2024 NBA 2K25 서머리그 애틀랜타와의 경기에서 87-86으로 승리를 거뒀다.
스포트라이트는 당연스레 브로니에게 쏟아졌다. 마치 브로니가 멱살잡고 레이커스를 승리로 이끈 분위기다. 그렇다면 브로니가 레이커스 서머리그 멤버중 가장 잘하는 선수인가. 절대로 아니다. 2024 NBA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55순위로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은 브로니는 이전 3경기에서 평균 5득점, 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형편없는 볼륨이다. 그렇다면 효율은 좋았는가하면 그것도 아니다. 필드골 성공률은 23%에 머물렀는데 특히 3점슛같은 경우 15개를 던져 1개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브로니의 멘탈은 나쁘지 않은듯 하다. 주위의 시선이 온통 자신에게 쏟아지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도 인터뷰 등에서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고 애틀랜타전에서는 그동안 시합중 가장 나은 경기력까지 만들어냈다.
엄청 대단한 것까지는 아니었다. 23분 38초를 뛰며 12득점, 1리바운드, 1스틸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이전 경기들과는 차이가 컸다. 더욱이 16번째 시도만에 3점슛을 성공시키며 팬, 언론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이날 그는 3점슛을 5개 던져 2개를 적중시킨 것을 비롯 야투 11개중 5개를 넣었다.
딱히 다른 동료들보다 나을 것이 없었지만 언론에서는 브로니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경기를 이기든 지든, 경기력이 좋았든 나빴든 경기전후로 무수한 기자들이 브로니를 따라다니고있으며 잠시만 걸음을 멈추면 삽시간에 무수한 마이크가 들이밀어진다. 그야말로 어지간한 슈퍼스타 부럽지않은 관심도다.
브로니가 일단 눈에만 보이면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가 되고 있다. 최근 브로니는 다재다능함(?)도 뽐냈다. 서머리그 중 열린 ‘콜 오브 듀티’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콜 오브 듀티는 세계적인 1인칭 슈팅 게임(FPS) 중 하나다. 해당 토너먼트는 서머리그 축제의 일환으로 열렸다.
여기에서 브로니는 그랜트 윌리엄스(샬럿 호네츠)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며 1만 달러(약 1400만원)의 우승 상금과, 콜 오브 듀티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감았다. 브로니가 NBA 입성후 차지한 첫 우승(?)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현재까지의 브로니 행보에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분위기다.
나름의 개성도 발휘하는 등 스타성은 어느 정도 갖춘 선수임은 분명하지만 스스로의 능력보다는 부친인 르브론 제임스(40‧204.5cm)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르브론이 아니었다면 55픽의 낮은 순위로 들어온 선수가 레이커스같은 명문팀에서 4년 790만 달러(약 109억 원) 규모의 다년계약이 가능했을까. 아니 애당초 지명조차 쉽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설상가상으로 기량마저 최소한의 기대치도 만족시키지 못하며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아빠찬스’, ‘불공평한 금수저다’는 말이 나오고있는 이유다. 물론 앞으로 브로니의 행보는 오롯이 자기 하기에 달려있다. 본인이 노력해서 벤치 멤버로라도 어느 정도 활약할 수 있다면 화제성을 긍정적인 부분으로 이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지못할 경우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관심은 당사자에게 항상 선물로 다가오지만은 않는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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