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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03 06:00:21]
[점프볼=최창환 기자] 한 시즌이었지만 워낙 강렬했기 때문일까. 디온테 버튼(KCC)의 컴백 소식이 전해지자, KBL 팬들은 환호했다. 외국선수가 1명만 출전하는 제도에서 스윙맨을 1옵션으로 앞세워 우승할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도 있지만, 부산 KCC의 농구를 보는 재미가 더해진 것은 분명한 바다.
버튼처럼 재미와 성적을 모두 안겼던 스윙맨 유형의 외국선수는 누가 있었을까. 애런 헤인즈, 마퀸 챈들러처럼 다섯 시즌 이상 소화해 최근 유입된 팬들에게도 익숙한 ‘고인물’은 제외하고 추억의 외국선수를 소환해 봤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11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애들 노는 곳에 왜 어른이…”
안양 프랜차이즈에는 ‘설교수’ 제러드 설린저 이전에 ‘단선생’이 있었다. 문경은(당시 전자랜드)은 “애들 노는 곳에 왜 어른이 왔는지 모르겠다”라는 뼈있는 농담을 던질 정도였다. 주인공은 단테 존스. 전체 1순위 앨런 아이버슨을 비롯해 마커스 캠비, 레이 앨런, 코비 브라이언트, 스티브 내쉬 등 전설이 대거 배출됐던 1996 NBA 드래프트 출신이다. 존스는 21순위로 뉴욕 닉스에 지명됐다.
NBA에서는 15경기 평균 6.1분을 소화한 게 전부였지만, 존스는 NBA의 하부리그 격인 ABA에서는 영향력이 큰 선수였다. 2004-2005시즌 내쉬빌 리듬 소속으로 뛰며 득점, 리바운드 모두 전체 1위에 올라 있는 에이스였다. KBL 팀들도 예의주시했지만, 영입이 쉽지 않은 거물이기도 했다. 당시 서울 SK 감독을 맡고 있었던 이상윤 IB 스포츠 해설위원도 “팀에 대체 외국선수로 건의했지만 계약이 성사되진 않았다”라고 돌아봤다.
안양 SBS(현 정관장)가 부상으로 퇴출됐던 조 번의 대체 외국선수로 존스를 영입했는데, ‘울며 겨자먹기’가 전화위복이 된 사례였다. SBS는 시즌 초반 켄달 다르테즈의 대체 외국선수 주니어 버로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 마지막 외국선수 교체 카드를 사용하려 했으나 만족스러운 대안을 찾지 못했다. 이게 존스를 영입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될 줄이야. KBL에 대해 별다른 마음이 없었던 존스를 전화로 설득한 선수가 바로 존경하는 선배 가운데 1명인 버로였다.
버로 덕분에 이뤄진 존스 영입 효과는 예상을 훌쩍 뛰어 넘었다. 18승 17패를 기록 중이었던 SBS는 존스를 영입하자마자 15연승을 내달리며 3위로 도약했다. 종전 기록인 11연승을 훌쩍 뛰어넘는 KBL 최다연승(당시 기준)이었다. 비록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패하며 무패 행진은 마침표를 찍었지만, 존스는 16경기 평균 29.4점 3점슛 2개(성공률 40%) 12.1리바운드 3.4어시스트 2.4스틸 1.1블록슛으로 맹활약했다.
뚜렷한 팀컬러가 없었던 SBS도 공격 농구의 팀으로 거듭났다. 평균 84.7점을 기록했던 SBS는 존스와 함께한 16경기에서 96.3점을 남겼다. 존스는 내외곽을 오가며 화력을 발휘했을 뿐만 아니라 김성철, 양희승 등 슈터들의 찬스를 살려주는 역할도 능숙히 해냈다. 공이 투입되면 킥아웃 패스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조 번이 뛸 때와 비교하면 양희승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폈다. “그 친구 덕분에 누구를 만나도 질 것 같지 않았다”라는 게 양희승의 회고다.
팬서비스에도 진심이었다. 존스는 당시 ‘웃찾사’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리마리오 댄스를 세리머니로 선보이는가 하면, 경기가 종료된 후에는 팬들에게 헤어밴드와 손목밴드도 선물했다. NBA 재도전 의지에 대한 질문에 “지금의 나에겐 KBL이 NBA다”라는 코멘트를 남겨 안양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존스 영입 전 홈 평균 관중이 2657명에 불과했던 SBS는 존스와 함께한 홈 9경기에서 평균 4222명이 입장, 코트 안팎에서 존스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경기가 끝난 직후 매표소에 다음 경기 티켓을 미리 사기 위한 팬들이 줄지어 서 있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당시 농구단 홍보를 담당했던 김지영 전 홍보과장은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농구특별시 안양’이라고 표현한 기사도 있었다. 업무량이 크게 늘었지만 즐겁게 일할 수 있었고, 인터뷰 요청이 쇄도해 항상 핸드폰 예비 배터리와 충전기를 갖고 다닐 정도였다. 입석이라고 새겨진 팻말을 보며 ‘언제 매표소에 걸어둘 수 있을까?’ 싶었는데 존스 덕분에 사용할 수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비록 SBS는 4강에서 디펜딩 챔피언 전주 KCC(현 부산 KCC)의 벽을 넘지 못한 데다 KT&G에 인수된 이후 함께 치른 두 시즌은 중하위권에 머물렀지만, 존스는 여전히 대체 외국선수 역사를 논할 때 첫손에 꼽히는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단선생’ 넘어선 ‘핏마 교주’
한 시즌에 남긴 임팩트만 보면 감히 버튼 이상이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스윙맨도 있었다. 2006-2007시즌 대구 오리온스에서 활약했던 피트 마이클이다. 마이클 역시 2000 NBA 드래프트에서 58순위로 뉴욕에 지명됐지만, NBA 무대를 밟진 못했다. 득점력, 운동능력 등을 두루 겸비했지만 NBA에서 스윙맨 역할을 맡기엔 신장(193cm)으로 인한 한계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리스, 러시아, 스페인 등 다양한 유럽리그에서 커리어를 쌓았던 마이클은 2006-2007시즌 오리온스와 거액에 계약을 맺었다. 개막 전까지만 해도 함께 스페인리그에서 뛰며 득점왕에 올랐던 루 로(당시 SK)가 더욱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마이클이 스포트라이트를 빼앗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이클은 52경기 평균 36분 56초 동안 35.1점 11리바운드 2.6어시스트 1.3스틸로 활약, 오리온스를 4강까지 이끌었다. 38경기에서 30점 이상을 쏟아붓는 등 산술적으로 1분당 1점을 기록한 셈이었다. 20점 미만에 그쳤던 건 단 1경기에 불과했다.
마이클은 탄탄한 체격을 바탕으로 한 돌파가 주무기였다. 왼손잡이지만 돌파를 마무리할 땐 오른손을 활용하는 데에도 능숙했다. 마이클이 자유투를 평균 9.9개나 시도할 수 있었던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이 역시 평균 득점과 더불어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는 한 시즌 최다 기록이다. 3점슛 성공률 37.8%를 기록하는 등 슈팅 능력도 뛰어났다. 오죽하면 별명이 ‘핏마 교주’였다.
당시 함께 뛰었던 김승현은 “승부욕이 대단했다. 화나면 나도, 감독님도 못 말렸다. 팀플레이보단 개인기에 의한 득점이 많았지만, 30점은 가볍게 넣으니 동료들이 신뢰하는 외국선수였다. 그로 인해 우리가 체력을 안배할 수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물론 1대1 공격이 주를 이뤘던 만큼 동료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었다. 김승현과 달리 김병철은 “대부분 오리온스 역대 최고의 외국선수를 논하면 마이클을 얘기하겠지만, 외부와 안에서 보는 시각은 다르다. 마이클은 개인기가 좋았지만 이길 확률이 떨어지는 농구였다. 40점 이상 넣을 때도 많았지만 그만큼 혼자 차지하는 공격 횟수가 많았다. 팀 성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나. 개인적으로는 마르커스 힉스, 대릴 먼로가 더 좋은 선수였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동료들과 함께하며 이기는 농구를 했다”라고 견해를 전했다.
외국선수 MVP로 선정되는 등 굵직한 이정표를 남겼던 마이클과 KBL의 인연은 단 한 시즌 만에 마무리됐다. KBL은 2006-2007시즌이 종료된 후 외국선수 드래프트를 부활시켰다. 기존 외국선수와의 재계약도 불허했다. 외국선수 MVP로 선정되고도 오리온스와 재계약 협상을 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에 놓인 마이클은 2007 외국선수 드래프트 트라이아웃 참가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마저 무위에 그쳤다. 마이클을 비롯해 크리스 윌리엄스, 올루미데 오예데지, 크리스 버지스 등 KBL에서 최근 세 시즌 동안 뛰었던 외국선수는 참가할 수 없다는 방침이 이사회를 통해 내려진 것. “별다른 제한을 두진 않을 것”이라는 최초의 방침을 뒤집는 결정이었다. 타 리그에서 당시 외국선수 상한선인 월봉 2만 5000달러를 훌쩍 넘는 몸값을 자랑했던 이들이 드래프트에 참가하면 ‘뒷돈’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몇몇 팀들은 대놓고 보이콧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강경한 자세였다”라는 게 관계자의 회고다.
풀타임 기준 KBL에서 누구보다도 굵고 짧은 한 시즌을 치른 마이클은 이후 유럽리그에서 ‘잘 나가는 선수’로 커리어를 이어갔다. 스페인 명문 FC 바르셀로나와 계약했고, 2010년 유럽 투어 중이었던 LA 레이커스와의 친선경기에서 양 팀 최다인 26점에 13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곁들였다. 마이클은 2017년 혈전증 여파로 은퇴했다. NBA 팀의 전력분석을 맡을 것이란 소문도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마이클이 몸담은 NBA 팀은 없었다.
금전적인 면에서 부족할 게 없는 인생이기 때문에 새로운 직업을 구하지 않은 것 같다는 시선도 있다. 마이클은 오리온스에서 뛸 때 선수들이 단체로 묵는 숙소에서 나와 고급 아파트에 살았고, 외국선수로는 보기 드물게 개인 운전기사까지 고용했다. 마이클은 미국에 여러 채의 별장을 지닌 재력가였고, 원정경기를 위해 묵은 호텔에서 룸서비스를 즐기는 게 취미이기도 했다. 플레이스타일만큼 사생활도 화려했던 건 안 비밀. “그래도 공부 잘하는 자식은 뭘 해도 예뻐보이지 않나. 적어도 농구할 때만큼은 임무를 다했다”라는 게 당시 오리온스 사무국에서 근무했던 관계자의 회고다.
‘미스터 트리플더블’
2003-2004시즌은 애런 헤인즈, 라건아에 앞서 ‘원조 장수 외국선수’로 통했던 조니 맥도웰이 KBL에서 뛰었던 마지막 시즌이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맥도웰이 농구선수로 돈을 번 마지막 시즌이었다. 다시 말해 한 시대를 풍미했던 ‘탱크’라는 트렌드가 저물었다는 의미인데 새롭게 떠오른 트렌드가 테크니션이었다.
힉스가 오리온스를 통합우승으로 이끌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고, 2003 외국선수 드래프트에서 힉스의 대항마로 떠오른 이가 찰스 민렌드와 앨버트 화이트였다. KCC가 1순위로 민렌드를, 인천 SK 빅스(현 대구 한국가스공사)가 2순위로 화이트를 지명했다. 정태호 당시 오리온스 단장이 민렌드의 기량에 매료돼 힉스를 트레이드 카드로 제안까지 했다는 후문.
힉스가 시즌 개막 전 건강 문제로 퇴출돼 맞대결이 성사되진 않았고, 외국선수 판도도 재편됐다. 스코어러 민렌드, 올어라운드 플레이어 화이트가 라이벌 구도를 만들며 새바람을 일으켰다. 특히 화이트는 SK 빅스를 인수, 프로농구에 새롭게 뛰어든 전자랜드에 더할 나위 없는 퍼즐이었다. 당시 전자랜드는 리그를 대표하는 슈터 문경은을 보유했지만, 전통적으로 1번이 취약한 팀이었다. 맥도웰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상황도 심심치 않게 나왔을 정도다. 유재학 당시 전자랜드 감독이 많은 빅맨을 뒤로 하고 화이트를 2순위로 지명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화이트는 고교 시절 케빈 가넷, 폴 피어스, 빈스 카터 등과 함께 맥도날드 올아메리칸에 선정되는 등 손꼽히는 유망주였다. 크리스 웨버의 모교 미시건대학 입학 후 미주리대학으로 편입한 화이트는 NCAA 1998-1999시즌에 평균 16.4점 8.7리바운드 3.1어시스트로 활약했다. 미주리대학 역사상 세 부문 모두 1위에 오른 최초의 사례였다.
그만큼 화이트는 다재다능했다. 팀 사정상 1번부터 4번까지 맡은 가운데에도 평균 26.2점(2위) 8.8리바운드(8위) 7.5어시스트(2위) 1.9스틸(2위) 1.2블록슛(5위)으로 활약했다. 193cm-115kg의 육중한 몸이었지만 속공 전개까지 가능했다. 엄밀히 말하면 스윙맨이라기보단 포인트 포워드라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민렌드와의 맞대결에서 56점을 기록하는 등 화이트 역시 스코어러 역할을 맡기면 이 역할도 완벽히 수행한 능력자였다.
화이트의 능력을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기록은 트리플더블이다. 화이트는 통산 10회로 트리플더블 부문 1위에 올라 있으며, 2003-2004시즌에만 무려 8회를 작성했다. 이 역시 한 시즌 최다 트리플더블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화이트의 트리플더블 10회는 주희정의 1029경기처럼 깨지지 않는 불멸의 기록으로 남지 않을까.
전자랜드 역시 창단 첫 시즌부터 의미 있는 성적을 거뒀다. 문경은-화이트-제이슨 윌리엄스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를 앞세워 6강 플레이오프에서 서울 삼성을 2승 1패로 꺾으며 4강에 올랐다(당시 6강은 3전 2선승제였다). 인천 연고 팀이 4강에 오른 최초의 시즌이었다. “4강에 오르면 상의를 벗고 춤을 추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면 바지까지 벗고 추겠다”라는 공약을 내걸었던 문경은은 화이트 덕분에(?) 4강 진출 직후 홈 팬들 앞에서 상의 탈의 댄스를 선보일 수 있었다.
“파트너 잘못 만나서…” 제명이 된 MVP
전자랜드의 스윙맨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외국선수는 또 있다. 아들 테런스 섀넌 주니어가 2024 NBA 드래프트 27순위로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에 입단, 오랜만에 국내 팬들 사이에서 회자됐던 테런스 섀넌이다. 섀넌은 앞서 언급한 외국선수 드래프트가 부활한 2007년에 전체 1순위로 전자랜드에 지명됐다. “크리스 윌리엄스 이상의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란 평가부터 “그래도 1순위 감은 아니다”라는 평가까지 다양한 반응이 있었지만, 울산 모비스(현 현대모비스)에서 실패를 경험했던 최희암 감독은 스코어러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섀넌을 선택했다.
“여름마다 운동을 함께했던 민렌드가 KBL에 대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줬다. 그의 조언이 KBL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던 섀넌은 시즌이 개막하자 1순위다운 존재감을 과시했다. 3점슛은 다소 기복이 있었지만, 특유의 역동적인 스텝과 탄력을 앞세워 리그 최고의 스코어러로 자리매김했다. 평균 27.2점으로 득점 1위에 오르는가 하면, 올스타 덩크 콘테스트에서는 허니딥을 선보이며 우승을 차지했다.
화이트를 앞세워 4강에 오른 후 하루아침에 동네북으로 전락, 암흑기를 걸었던 전자랜드도 이기는 데에 익숙한 면모를 되찾았다. 정규리그 막판 6경기에서 5승을 따내며 서울 SK, 창원 LG와 정규리그 마지막 날까지 치열한 중위권 경쟁을 펼쳤다. 전자랜드는 무려 29승을 거두고도 타이 브레이크 규정에 의해 플레이오프에 못 오른 불운의 팀이 됐지만, 섀넌은 전자랜드 역사상 최초의 외국선수 MVP로 선정되며 스윙맨 역사에 발자취를 남겼다.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전자랜드는 보다 이타적인 외국선수를 얻기 위해 재계약을 포기했지만, 경쟁력을 증명한 섀넌은 2008 외국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한 선수였다. 실제 서울 SK가 1라운드 9순위로 섀넌을 손에 넣었고, 김진 당시 SK 감독은 “방성윤이 미국에 진출해 득점력을 지닌 포워드 선발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섀넌을 9순위로 선발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섀넌은 2008-2009시즌에도 43경기 평균 24.1점 8.2리바운드 3어시스트 1블록슛을 기록하는 등 건재를 과시했지만, SK와 섀넌의 만남은 예기치 않은 사태로 인해 ‘새드엔딩’이 됐다. 순위 경쟁이 한창이던 2009년 1월, 섀넌의 동료 디앤젤로 콜린스가 대마초 흡입 사실을 시인하며 영구 제명된 게 불씨의 시작이었다. 콜린스가 섀넌, 캘빈 워너(당시 KT&G)와 함께 대마초를 피웠다고 진술해 이들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섀넌과 워너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고, 소변검사도 음성 판정이 나왔다.
법적 판결이 내려지기까진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한국에서 민감한 사안인 대마초 이슈를 안고 있는 외국선수와 동행을 이어가는 건 팀 입장에서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SK와 KT&G는 KBL 재정위원회가 열리기에 앞서 각각 섀넌, 워너 퇴출을 결정했다. 방성윤이 돌아와 실낱같은 플레이오프 희망을 이어갔던 SK는 동력을 잃었고, 8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김진 감독은 “스피드와 테크닉이 좋았던 선수다. 파괴력도 대단했다. 외형적인 면만 보면 강인해 보이지만 동료들과 잘 어울렸고, 성격도 과묵했다. 파트너를 잘못 만나 불미스러운 일에 엮인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라고 회고했다. 결국 KBL로부터 영구제명된 섀넌은 이후 베네수엘라, 이란, 푸에르토리코, 레바논 등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섀넌은 2012년 점프볼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처럼 프로페셔널한 리그는 많지 않다. 언젠가 한국 팬들에게 직접 인사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인사를 남겼다.
#사진_KBL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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