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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엔조 페르난데스가 쏘아 올린 무지성 인종차별 발언은 이제 아무도 막을 수 없는 핵폭탄이 됐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속팀 첼시로 돌아오고 있다. 첼시가 시즌 시작도 전에 벌써 무너질 조짐이다.

영국 매체 더선은 18일(이하 한국시각) '페르난데스의 인종차별적인 발언 영상이 드레싱룸의 갈등을 촉발하며 첼시의 프리시즌 계획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고 보도했다. 2024~20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판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만한 큰 사건이다. 후폭풍은 계속된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15일 아르헨티나가 2024 코파 아메리카에서 콜롬비아를 1대0으로 꺾고 우승한 직후다. 코파 아메리카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기쁨은 극에 달했다. 우승 세리머니 후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노랫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런데 이 분위기에 취한 나머지 선을 넘는 노래가 나왔다. 프랑스 대표팀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 노래를 부른 것이다. '프랑스 선수들이 모두 앙골라 출신이며, 나이지리아 출신 어머니와 카메룬 출신 아버지를 두고 있다'는 흑인 비하 내용인데, 2022 월드컵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가 프랑스를 승부차기 끝에 꺾은 뒤에 나온 노래다. 원래 아르헨티나 일부 과격 팬들이 부르던 노래를 아르헨티나 대표팀 선수들이 따라 불렀다.

시대에 완전히 역행하는 인종차별 행위다. 심지어 페르난데스는 이 영상을 SNS 라이브로 공개하며 즐겼다. 후폭풍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무지성적인 행동이었다.

그러나 페르난데스의 이런 행위는 곧바로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일단 팬들이 분노했다. 페르난데스는 곧바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국가대표팀 축하 행사 동안 내 인스타그램 채널에 게시된 비디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이 노래는 매우 모욕적인 언어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러한 말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나는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사건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바로 첼시 선수단 내부 분열로 이어진 것이다. 마침 첼시에는 프랑스 출신 선수들이 무척 많다. 브누아 바디아실, 악셀 디사시, 말로 구스토, 말랑 사르, 크리스토퍼 은쿤쿠, 레슬리 우고추쿠, 포파나 등이 핵심 멤버로 활약 중이다. 이들은 페르난데스의 사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더 선에 따르면 한 첼시 내부 인물은 '페르난데스의 사과는 충분하지 않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팀내 프랑스 출신 선수들 그리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선수들은 페르난데스에게 분노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첼시 동료인 니콜라스 잭슨의 옹호 글도 반발을 사고 있다. 그는 페르난데스가 경기장에서 한 흑인 어린이에게 인사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자기 나름 페르난데스를 돕겠다고 올린 사진이지만, 이 또한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는 식으로 평가절하되고 있다. 잭슨은 곧 사진을 삭제했지만, 선수단 내에서는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첼시 구단은 페르난데스의 인종차별 행위에 다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무너진 선수들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듯 하다. 첼시 내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팀내 화합을 깨트렸다. 복귀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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