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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축구종가' 잉글랜드가 차기 A대표팀 사령탑을 물색하고 있다. 국내파냐 외국인이냐, 명장이냐 실력파냐 온갖 후보가 거론됐다. 잉글랜드의 명감독이었던 해리 레드냅은 “대표팀엔 전술가보다 리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외국인 지도자 대신 홍명보 감독을 선임한 대한축구협회(KFA)의 선택에 설득력을 더하는 관점이다.

레드냅은 21일(한국시각) 영국매체 '더 선'에 기고한 글을 통해 '선수들을 필사적으로 뛰게 만들 수 있는 감독을 뽑아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과거의 실패 경력에 연연하면 그 어떤 감독도 자유롭지 못하며 국제경기의 부담감을 짊어질 수 있는 '보스'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수로서 레전드이지만 감독 커리어는 물음표인 스티븐 제라드와 프랭크 램파드를 추천했다. KFA가 홍명보 감독을 낙점한 배경과 매우 유사하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에디 하우(뉴캐슬)와 그레이엄 포터(전 첼시) 2파전 양상이다. 펩 과르디올라(맨시티)나 토마스 투헬(전 바이에른뮌헨) 등 외국인도 거론되지만 잉글랜드는 자국 인물을 선호한다. 이들은 모두 훌륭한 전술가로 이름을 날린 인물들이다.

하지만 레드냅은 “제라드나 램파드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라드는 애스턴빌라에서 2년도 버티지 못하고 경질됐다. 램파드 또한 첼시와 에버턴 감독을 역임했지만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레드냅은 “많은 사람들은 둘을 이미 실패한 감독으로 낙인 찍었다. 램파드가 첼시 부임 첫 시즌에 FA컵 결승에 진출하고 제라드가 스코틀랜드에서 10년 만에 무패우승을 달성한 성과는 기억하지 않는다. 어딘가에서 힘든 시기를 겪지 않은 감독은 없다“라며 이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레드냅은 대표팀에서는 축구 지식보다 통솔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이 좋아할 것이다. 선수들은 이들과 필사적으로 뛸 것이다. 램파드든 제라드든 존경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실패를 겪었다는 이유로 후보에서 제외한다면 머지않아 감독 후보는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레드냅은 하나를 더 강조했다. 레드냅은 “클럽 감독도 피부가 두꺼워야하지만 국제 수준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램파드와 제라드는 현역 시절 대표팀 캡틴으로 끔찍한 일들을 견뎌냈다. 그들은 꿋꿋하게 이겨냈다. 잉글랜드 감독으로서 필요하는 인격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조명했다. 이어서 “환상적인 감독이 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코칭이 아니라 매니지먼트의 문제“라 덧붙였다.

잉글랜드는 유로2024를 준우승으로 마친 뒤 내분이 있었다는 폭로가 터졌다. 21세 슈퍼스타 주드 벨링엄(레알마드리드)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되면서 몇몇 선배들이 못마땅해 했다고 전해졌다. 아시안컵 이후 '탁구게이트'가 발발한 우리 대표팀처럼 잉글랜드도 단결이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떠오른 것이다.

레드냅의 관점은 KFA를 상당부분 대변한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원팀 원스피릿 원골'을 강조한 홍 감독의 지도철학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원팀이 되지 않으면 감독이 신기에 가까운 전략 전술을 부린다한들 무용지물이다. KFA는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 개개인 역량을 극대화시킬 적임자로 본 것이다. 철저히 분업화된 현대 축구에서 고도의 전문화가 필요한 '코칭'은 전문 코치에게 맡기면 된다. 실제로 외국인코치를 직접 선임하기 위해 홍 감독은 유럽으로 떠났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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