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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역사상 가장 모범적인 선수를 꼽으라면 디드릭 로슨(27‧201cm)의 이름이 빠질 수 없다. 빼어난 기량에 더해 팀 플레이에 충실했으며 성격, 동료들과의 관계 등에서도 좋은 모습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외국인선수 보는 눈이 까다로운 김승기 감독, 직전 소속팀 DB 등이 그와의 재계약을 강력하게 원했던 이유다. ‘한번 로슨 맛을 보면 끊지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고양 오리온, 고양 데이원, 원주 DB에서 각각 한시즌씩 뛰었던 로슨은 늘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2020~21시즌 오리온 시절에는 2옵션으로 계약했지만 사실상 1옵션급 활약을 보여주었다. 2021년 2월 3일, 창원 LG전에서 21득점, 10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기록 트리플 더블을 달성했는데 이날 로슨은 자신이 어떤 플레이 스타일의 선수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빅맨이면서도 컨트롤타워 역할까지 해내며 LG의 지역방어를 무너뜨렸다. 어떤 조합에서도 제몫을 해낼 유형임을 증명했다. 아쉽게도 오리온은 더 좋은 외국인선수를 기대하며 그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는데 그로인해 팬들은 두고두고 로슨을 그리워했다는 후문이다.


큰 기대를 가지고 영입했던 세르비아 국가대표 출신 미로슬라브 라둘리차(36·213cm)가 기량은 물론이고 멘탈, 인성적인 부분에서도 큰 실망을 안겨준 이유가 크다. 로슨과 많은 면에서 극명하게 비교됐다. 오리온 시절 좋은 인상을 남겼던 로슨은 2022~23시즌 오리온을 인수한 데이원의 외국인선수로 영입된다. 당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1옵션으로 계약했다는 점이다.


당시 데이원은 그간 간판선수로 활약했던 이승현이 FA로 팀을 떠난 상태인지라 사실상 새판을 짜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김감독은 과감하게 이대성을 현금트레이드로 정리하고 물갈이에 대한 의지를 확실히 드러냈다. 팀의 미래 이정현에 더해 리그 최고의 슈터 전성현을 FA로 영입하면서 특유의 양궁농구 로스터를 구축했다.


로슨의 스타일상 어떤 조합이 문제이겠냐마는 역시 캐롯과도 좋은 궁합을 보여줬다. 정규시즌 중반기까지 에이스로 활약했던 전성현이 좋지못한 몸상태로 인해 컨디션이 급락했으나 젊은 피 이정현과 더불어 원투펀치를 형성했고 팀을 플레이오프 4강까지 이끈다. 로슨이 너무 마음에 들었던 김감독은 무조건 재계약을 원했으나 팀을 둘러싼 이런저런 불미스러운 일이 해결되지 않았던 상태인지라 동행에 실패하고 만다.


DB에서는 그야말로 정점을 찍었다. DB가 시즌전 예상을 깨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시아쿼터 출신 야전사령관 이선 알바노(28‧185cm)와 함께 로슨의 전천후 활약 덕이 매우 컸다. 가장 앞선과 뒷선이 튼실인데 경기력이 나쁠 것이 있겠는가. 로슨이 포스트 인근의 밸런스를 잡아주자 김종규, 강상재 등 팀내 빅맨들의 동선 정리까지 자연스럽게 이뤄지며 트리플포스트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로슨의 득점력은 꾸준함과 폭발력을 겸비했다. 기본적으로 슈팅력이 안정된 선수인지라 한번 손 끝에 불이 붙으면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폭격해 상대 수비진을 불태워버린다. 특히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가 골밑을 뚫어내는 돌파가 매우 위력적이다.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삽시간에 수비를 벗겨내는 것을 비롯 순간적인 스핀무브를 통해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아버린다. 거기에 속공시 함께 달려주며 받아먹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골밑에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매치업 상대가 자신보다 작거나 힘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포스트업을 시도하며 수비의 균열을 유도한다. 속공, 지공 상황에서 모두 위력적인 공격수라고 할 수 있다. 공격 옵션이 다양한 선수답게 상대팀에서 돌파에만 신경 쓴다 싶으면 미들슛, 3점슛 등을 통해 좁아진 공간을 다시 넓혀버린다.


본인의 공격만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득점력이 좋은 상당수 선수들 중에는 수비에 막혔음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공격을 시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무리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욕심을 내다보니 상대 수비에 막혀 역습을 당하기 일쑤다. 로슨은 다르다. 동료들에게 찬스가 나면 미련 없이 공을 빼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컨트롤타워 역할이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기본적으로 시야가 넓다. 자신이 공격을 가져가면서도 동료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면서 플레이하는지라 킥아웃패스는 물론 근거리에서 살짝살짝 빼주는 패스가 매우 날카롭다. 화려함보다는 쉽게 쉽게 내준다는 느낌을 준다. 로슨의 돌파를 제어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다.


이같은 로슨인지라 그를 한번 겪은 팀들은 다음 시즌도 함께 하고 싶어 했다. 캐롯이 그랬고 DB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귀화선수 얘기까지 나왔다. 어쩌면 라건아의 뒤를 이어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선수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로 로슨은 크게 낙담했고 결국 KBL과의 인연을 끊고 말았다.


데이원 사태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있는 KBL의 흑역사다. 국내 선수들 임금미지불 문제는 KBL 이사회를 통해 대부분 해결된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전직원들 및 관련 소상공인들은 그대로 피해자로 남게 될 공산이 크다. 외국인선수 역시 마찬가지다. 데이원의 4강 진출 일등공신이었지만 여전히 미지급 급여가 남아있었다.


여기에 대해 로슨은 한국대리인과의 대화에서 ‘못받은 돈을 주겠다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남았다. 하지만 모두가 무책임했다'며 깊은 실망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어쨌든 로슨은 DB와의 재계약 거부로 DB와는 1년간, 다른 KBL 구단과는 3년간 계약 불가의 징계를 당한 상태다. 가는 팀마다 환영을 받았던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로슨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이 농구 팬들은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그림_김종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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