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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런 브라운은 2016년 6월, 보스턴 유니폼을 입었다. 3순위 신인이었던 브라운을 햐한 여론은 좋지 않았다. 슛이 약하고 운동능력에 의존하는 어린 스윙맨. 어쩌면 위험한 도박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8년 후, 브라운은 보란 듯이 보스턴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최고의 활약을 펼친 브라운에겐 파이널 MVP라는 보상도 함께 주어졌다.


*본 기사는 루키 2024년 7월호에 게재됐습니다.











공수 겸장


제일런 브라운의 가장 큰 강점은 공격과 수비가 모두 되는 투-웨이 플레이어라는 점이다. 뛰어난 스피드와 반응 속도를 가진 브라운은 핸들러를 사이드 스텝으로 쫓아가고 손질을 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브라운의 이 같은 특성은 보스턴을 올-스위치 수비 팀으로 만들었다. 즈루 할러데이, 데릭 화이트, 제이슨 테이텀, 제일런 브라운, 알 호포드까지 코트 위 5명 전원이 상대 메인 핸들러를 막을 수 있는 수비력을 가지고 있었고, 보스턴은 노골적인 스위치 수비를 통해 상대 공격을 잠가버릴 수 있었다.


이 같은 강점은 파이널에서 빛을 발했다. 보스턴 5명 전원이 적극적인 스위치 수비로 돈치치와 어빙을 대인 방어했고, 보스턴은 더블 팀과 헬프 수비를 최소화하며 돈치치와 어빙에게서 파생되는 2차 찬스를 사실상 봉쇄했다. 댈러스가 이번 파이널 시리즈에서 4차전을 제외한 4경기에서 모두 저득점 경기로 일관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브라운은 상대 메인 핸들러를 직접 전담할 뿐만 아니라 강한 손질을 통해 턴오버도 유발한다. 경기당 1.2개를 기록하고 있는 스틸 수치만 봐도 이런 특성이 잘 드러난다. 수비에서 워낙 안정감이 있어 전담 수비든 헬프 수비든 믿음직하다. 리그를 대표하는 압도적인 수비수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우승을 노리는 팀에서 브라운처럼 수비 약점이 없는 핵심 공격수가 있다는 것은 엄청난 메리트다. 요즘처럼 노골적인 매치업 헌팅이 성행하는 트렌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트랜지션+림 어택


제일런 브라운의 또 다른 특징은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트랜지션 공격수 중 한 명이라는 점이다.


기록만 봐도 쉽게 드러난다. 올 시즌 브라운은 경기당 4.4점의 속공 득점을 기록 중인데, 이는 리그 전체 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야니스 아데토쿤보, 르브론 제임스, 도노반 미첼만이 브라운 위에 있다.


보스턴에게 오픈 코트 공격을 허용하는 순간, 상대는 실점을 각오해야 한다. 볼을 잡고 질주하는 브라운이 탑과 코너 사이의 공간을 크로스오버 드리블과 가속을 통해 돌파하는 걸 막기 정말 힘들기 때문이다.


이 같은 브라운의 트랜지션 공격 방식은 많은 림 어택 득점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브라운은 올 시즌 가드로서 페인트존 득점 리그 19위(11.5점), 5피트 이내 야투 성공 리그 5위(5.1개)에 올랐다.


특히 5피트 이내 야투 성공 카테고리에서 브라운보다 높은 수치를 낸 가드는 올 시즌 리그 최고의 돌격 대장으로 떠오른 타이리스 맥시(5.3개)뿐이었다. 생각만큼 부각되지 않지만, 브라운은 리그에서 손꼽히는 림 어택 능력을 가진 선수임이 틀림없다.


브라운과 테이텀을 트랜지션 공격수, 림 어택 선봉 카드로 활용하는 보스턴은 세트오펜스와 트랜지션 게임을 절묘하게 조화시키며 공격효율지수 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올 시즌 보스턴의 공격효율지수는 122.2로 무지막지한 화력을 자랑했던 지난 시즌 새크라멘토(118.6)를 앞서는 역대 1위 기록이었다.











언더독에서 파이널 MVP로


2016년 입단 당시만 해도 제일런 브라운은 환영받지 못하는 선수였다.


브라운은 2016년 드래프트에서 벤 시몬스(1순위, 필라델피아), 브랜든 잉그램(2순위, 레이커스)에 이어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보스턴에 지명됐다. 문제는 이 드래프트가 시몬스와 잉그램 다음의 3순위 자리가 애매하다는 평가를 받은 드래프트였다는 점이다.


게다가 당시 브라운은 운동능력과 잠재력은 좋지만 슈팅력이나 스킬셋이 불안한 원석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던 상황. 보스턴이 다소 도박에 가까운 픽을 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루키 시즌에 78경기에 출전하며 일찌감치 코칭스태프의 신임을 얻은 브라운은 2017-2018시즌에 70경기에 선발 출전, 평균 14.5점 4.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올해의 수비수 투표 10위, MIP 투표 7위에 이름을 올린다.


폭발적인 성장은 꾸준히 이어졌다. 본격적으로 팀의 핵심 공격수 역할을 하기 시작한 2019-2020시즌에는 생애 첫 평균 20점 시즌을 보냈고, 2020-2021시즌에는 24.7점을 기록,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레벨의 공격수로 성장하면서 데뷔 후 처음으로 올스타에 선정됐다.


그 후에도 고비는 있었다. 2022년 파이널에서 왼쪽 돌파가 약점이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상대 수비에 턴오버를 쏟아내며 보스턴의 시리즈 패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브라운은 좌절하지 않았다. 2022-2023시즌에 올-NBA 세컨드 팀에 선정되는 등 약점을 보완하며 오히려 스텝업했고, 2년 전의 실패를 거울 삼아 올해 파이널에서는 안정적인 플레이로 1~3차전에서 팀내 최고 활약을 펼쳤다.


4차전부터 시작된 야투 부진으로 인해 브라운은 파이널 MVP를 못 받을 위기에 처했지만, 5차전 종료 후 미디어는 브라운의 손을 들어줬다.


2016년 파이널을 직접 관람하며 진행한 방송 인터뷰에서 “언젠가 나도 이런 무대에 오고 싶다“고 말했던 루키 브라운의 꿈은 결국 8년 만에 현실이 됐다. 언더독, 의심 받는 남자에서 위대한 승자로. 제일런 브라운의 커리어는 그래서 더 아름답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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