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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초반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여름이 지나면 진짜 떨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포항 스틸러스는 여전히 1위이다. '2024 하나은행 K리그'가 60% 이상 진행된 가운데 포항은 승점 44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겨울 엄청난 전력 손실을 겪었던 포항은 어둡기만했던 전망을 뚫고 순위표 꼭대기에 올라섰다. 혹여나 복이 달아날까, '지금 순위는 의미 없다'며 자신들을 애써 과소평가한지도 벌써 넉 달이다. 더 이상 '언더독'의 반란이 아니다. 전통 명문의 저력이다. 그들은 이제 조심스럽게 우승을 말하기 시작했다.

포항은 지난 21일 24라운드 대전 원정에서 짜릿한 2대1 역전승을 거두면서 열흘 만에 선두를 탈환했다. 25라운드 정말 중요한 경기가 기다린다. 안방 스틸야드로 2위 김천 상무를 불러들인다. 김천은 승점 1점 차이로 포항을 추격 중이다. 이른바 '승점 6점짜리' 빅매치다. 포항이 김천을 잡으면 승점 4점 차이로 달아나며 우승을 향한 의미 깊은 발걸음을 성큼 내딛게 된다. 올 시즌 최상위권 순위 다툼이 매우 치열하게 진행되면서 1위 자리는 무려 24차례나 바뀌었다. 포항이 이번 기회에 2위 그룹과 차이 벌리기에 성공한다면 독주 체제로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순위를 신경쓰지 않았던 박태하 포항 감독도 이제는 태세를 전환했다. 여기까지 온 마당에 우승 욕심을 내야 한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박태하 감독은 “이번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내가 다시 강조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올해 우리가 가장 원하는 어떤 그런 결과로 나아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경기라고 선수들도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직접 선수들에게 목표를 제시한 적이 없다. 부담이 되면 경기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포항의 축구를 하면 결과는 따라온다고 믿었다. 서두르지 않았다. 박 감독은 그 과정에서 선수들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공유하는 현상이 나와야 자연스럽다고 봤다. 어느새부터 선수들 입에서 '우승'이 맴돌았다. 박 감독은 “선수들 인터뷰를 보니까 조금씩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더라.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지면서 '우리가 할 수 있겠다'는 공감대가 형성이 되는 것이 감독 말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며 선수들을 신뢰했다.

박태하 감독 밑에서 급성장한 공격수 이호재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확신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호재는 “동계 때부터 감독님 전술을 따라가려고 힘들게 운동했다. 실전에서 맞아떨어지기 시작하니까 자신감이 생겼다. 처음에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더 좋은 경기력이 나오면서 자신감이 더 붙었다“고 돌아봤다. 포항은 코리아컵(구 FA컵)에서도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호재는 “상위권 팀은 다 부담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나는 감독님만의, 포항만의 축구를 유지할 수 있다면 떨어질리는 없다고 믿는다. 더 호흡을 맞춰서 우승까지 노리는 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포항은 올해 김천을 못 이겼다. 1무1패다. 박태하 감독은 “전 경기를 잘했다고 다음 경기 결과까지 보장해주지 않는다. 준비를 단단히 하겠다. 골결정력 차이였지 경기력이 완전히 밀리지 않았다“며 설욕을 노렸다. 포항은 스틸야드에서 19경기 연속 무패(10승9무)다. 이는 홈경기 최다 연속 무패 K리그 역대 6위다. 20경기로 늘리면 공동 3위로 점프한다. 역대 1위는 FC서울의 22경기(2011년 6월 11일~2012년 8월 8일)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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