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7-17 11:34:00]
[스포츠조선 김대식 기자]코모 1907은 황희찬을 향해 인종차별적인 언행을 저지른 선수를 감싸기 급급했다. 울버햄튼이 구단 차원에서 공식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도 유럽축구연맹(UEFA)은 조사 의지가 없다.
황희찬에게 인종차별 사건이 발생한 건 어제였다. 울버햄튼은 16일(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마르베야에서 코모 1907과의 프리시즌 경기를 치렀다. 코모는 2023~2024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로 승격한 팀이다. 울버햄튼은 코모를 상대로 1대0으로 승리했다.
승리에도 불구하고, 울버햄튼의 분위기는 가라앉은 상태였다. 경기 중에 믿을 수 없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울버햄튼이 맷 도허티의 득점으로 앞서가던 후반 23분 갑자기 다니엘 포덴세가 코모 선수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포덴세는 당연히 퇴장을 당했고, 양 팀 선수들끼리 신경전이 발발했다.
폭력의 이유를 정당화할 수는 없겠지만 포덴세가 아무런 이유없이 주먹을 휘두른 게 아니었다. 주먹을 맞은 코모 선수가 황희찬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게리 오닐 울버햄튼 감독은 황희찬에게 계속 뛸 수 있는지를 물어봤는데 황희찬은 계속해서 뛰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경기를 끝까지 소화해냈다.
영국 익스프레스 앤 스타에서 일하는 리암 킨 기자는 울버햄튼과 코모 경기를 현장에서 보고 “이전 선수생활에도 인종차별 학대의 피해자였던 황희찬은 계속해서 프리시즌 경기를 뛰길 원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경기 후 오닐 감독은 황희찬이 인종차별을 당하고 있는 현실에 분개했다. 먼저 그는 “황희찬은 정말 실망스러운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었다. 나는 황희찬에게 인종차별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가 경기장을 떠나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스스로 뛰길 원하는지 확인했다. 황희찬은 팀이 계속해서 필요한 작업을 수행하는 데 열중했다“며 황희찬의 프로페셔널한 자세를 칭찬했다.
오닐 감독은 “그런 인종차별이 일어났다는 것, 우리가 인종차별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 인종차별 사건이 경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정말 실망스러운 일이다. 이상적이지도 않고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며 인종차별 사건이 일어난 상황 자체에 매우 분노했다.
오닐 감독은 인종차별을 당한 와중에도 프로다운 자세를 잃지 않은 황희찬을 칭찬했다. “황희찬은 정말 실망했다. 당연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도 나는 황희찬이 어려운 순간에 팀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계속해서 뛰길 원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칭찬을 남겼다.
오닐 감독은 “황희찬은 프리시즌 경기라는 것도 알았고, 자신이 엄청나게 공격적인 일을 겪었는데도 불구하고, 선수들과 뛰고 출전하길 원했다. 황희찬은 괜찮을 것이다. 그는 우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것이며 아침에 그를 만나서 괜찮은지 확인할 것이다“며 직접 황희찬을 보호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울버햄튼은 구단 차원에서 황희찬을 보호하기 위해 나섰다. 구단은 '어떤 형태의 인종차별이나 차별은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결코 무시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이 사건과 관련하여 UEFA에 공식 항의서를 제출할 것이다'고 밝혔다.
황희찬이 프리시즌 경기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소식은 영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영국 BBC, 가디언 등 유력 매체에서도 황희찬의 인종차별 소식을 전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코모는 구단 차원에서 입장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코모의 입장문은 뻔뻔하기 그지없었다. 먼저 코모는 '우리 클럽은 인종차별을 용납하지 않으며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을 가장 절대적으로 비난한다'며 자신들은 인종차별에 극도로 반대하는 구단이라고 먼저 밝혔다.
이어 코모는 '우리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위해 문제를 저지른 선수와 이야기를 나눴다'며 문제의 선수가 자신의 동료에게 건넸던 말은 “황희찬을 무시해. 그는 자신이 재키 찬(성룡)이라고 생각한다“였다고 주장했다.
코모는 또한 '우리 선수와 길게 이야기를 나눈 결과, 우리는 이번 상황이 선수의 이름, 그리고울버햄튼 팀 동료들이 경기장에서 '차니(황희찬 별명)'를 끊임없이 언급한 것과 관련이 있었다고 확신한다.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우리 선수가 의도적으로 인종차별적인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코모가 내놓은 입장문 자체가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 인식이 얼마나 수준이 낮은지를 보여준다. 어떠한 의도도 말했다고 해도, 황희찬에게 '성룡'과 닮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아시아인은 모두가 비슷하게 생겼다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다.
하지만 코모 구단조차도 자신의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인종차별적인 인식으로 덮으려고 하고 있다. 심지어 코모는 '일부 울버햄튼 선수들의 반응이 이 사건을 너무 과장되게 만들어 실망스럽다'며 울버햄튼 선수들의 행위를 비판하기까지 했다. 사건에 대한 해명문처럼 느껴지지 않는 적반하장식 행동이었다.
황희찬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선 UEFA에서 조사에 나서야 하지만 UEFA는 자신의 관할이 아니라며 조사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영국 디 애슬래틱은 16일 '울버햄튼은 스페인에서 열린 프리시즌 훈련 캠프에서 코모와의 연습경기에서 황희찬이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신고한 후 잉글랜드 축구협회(FA)에 불만을 제기했다. FA는 FA는 이탈리아 축구 연맹(FIGC)과 UEFA에 연락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울버햄튼이 적극적으로 사건 조사를 위해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디 애슬래틱이 취재한 바, UEFA는 황희찬 인종차별 사건 관련을 위해 조사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UEFA 측은 '축구에서 인종차별, 차별, 편협함을 없애기 위한 투쟁은 우리 조직의 최우선 과제다. UEFA 대회에서 차별적인 행동이 용납되지 않는다. 우리는 축구에서 모든 형태의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지만, 조직의 징계 기관은 UEFA 대회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대해서만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관할이 아니기에 조치할 수 있는 사안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로써 황희찬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이번 여름 한국 선수들을 향한 비상식적인 인종차별 발언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지만 제대로 처벌받는 경우는 없다.
다행인 점은 울버햄튼 구단과 동료들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황희찬이 빠르게 마음을 추슬렀다는 점이다. 황희찬은 17일 개인 SNS를 통해서 “인종차별은 스포츠와 삶의 모든 측면에서 견딜 수 없다. 이번 사건 이후 코칭스태프와 팀원들이 바로 필요하면 경기장을 나와도 된다며 계속 안부를 확인해줬다. 다시 한번 팀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팀원들 덕분에 마음이 안정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하고 싶었고, 우리는 경기장에서 할 일을 했다. 마지막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인종차별을 위한 자리는 없다“며 끝까지 인종차별을 위해 반대하겠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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