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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아마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조연'은 대부분 주인공의 곁에 선다. 화면의 중앙에서 약간 벗어난 주변 자리가 그들의 정위치다. 그 자리에서 주인공을 보조하면서 극이 더욱 흥미롭게 전개되도록 돕는 역할을 맡는다. 그래서 뛰어난 조연들이 많이 등장할수록 극은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하지만 때로는 조연이 주연보다 더 돋보이는 순간이 탄생하기도 한다. 21일 밤, 목동종합운동장에서 K리그2 천안시티FC 미드필더 장성재는 분명 그 누구보다 빛나는 '주연'이었다. 두 개의 원더골. 2017년 프로데뷔 후 7년 만에 처음으로 한 경기에서 달성한 멀티 골이었다.

장성진은 스스로에 대해 “영화나 드라마의 조연이라고 보시면 됩니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날의 장성진은 조연이 아닌 어엿한 주인공이었다. 그의 멀티골 활약 덕분에 천안시티FC는 서울 이랜드를 4대3으로 물리치며 4경기 연속 무승(1무3패)의 부진을 깨트리고 다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개의 골이 모두 베스트 영상이나 비디오 게임에 나올 법한 원더골이었다. 첫 번째 골은 후반 23분에 나왔다. 1-1로 맞선 상황. 천안이 상대 페널티박스 왼쪽을 공략하려 했지만, 패스가 여의치 않아 공은 골라인으로 굴러갔다. 이때 명준재가 사력을 다해 뛰었다. 그리고는 슬라이딩으로 골라인 아웃될 뻔한 공을 살려냈다. 이랜드 수비가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 명준재는 앞쪽 박스 안에서 골키퍼를 등지고 서 있던 장성재에게 빠르게 패스했다.

이때 올 시즌 K리그2 베스트 골로 뽑혀도 손색이 없을 장면이 나왔다. 장성재가 발로 툭 공을 띄우더니 그대로 몸을 뒤로 눕혀 오버헤드 킥을 시도했다. 장성재의 발에 걸린 공은 그대로 골문을 통과했다. 장성재는 “오버헤드 킥을 시도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저 상황에 맞춰 몸을 움직였을 뿐이다. 그런 슛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골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못했는데, 운이 좋았다“면서 “동료들이 '어떻게 된거야'라고 물으며 좋아하더라. 평생 기억에 남을 슛이었다“고 말했다.

장성재의 원더골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3-2로 앞선 후반 38분. 센터서클 부근에서 이랜드 오스마르가 드리블 미스를 하며 공격권이 천안으로 넘어갔다. 천안은 빠르게 전면으로 공을 보냈다. 모따가 달렸다. 이때 위기를 느낀 이랜드 윤보상 키퍼가 박스 앞쪽까지 나와 빠르게 공을 차냈다.

하지만 공은 전방에 있던 장성재에게 걸렸다. 장성재는 지체없이 롱 슛을 날렸다. 페널티박스 앞쪽으로 나와있던 윤보상 키퍼의 머리 위를 넘어 골문 안으로 빨려 들었다. 이 또한 보기 드문 원더골이었다. 장성재는 “상대 키퍼가 다급하게 나와서 클리어링하면서 뒤쪽 공간이 보였다. 들어가라는 생각으로 찼는데, 맞는 순간 골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정도로 잘 맞았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 골이 아니었다면 천안은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이랜드가 후반 추가시간에 프리킥 골로 또 추격했기 때문이다.

생애 첫 멀티골로 팀에 값진 승리를 선물한 장성재는 “경기 전에 감이 좋아서 감독님에게 골을 넣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멀티골을 넣을 줄은 몰랐다. 다음에는 미리 선물을 걸고 약속을 해야겠다“면서 “나는 조연 역할이다. 팀이 선전할 수 있도록 보조를 잘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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