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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이 저한테 맞추는 게 아니고 제가 팀에 맞춰야죠.“


부천 하나은행은 2024 우리은행 박신자컵이 끝난 뒤 하나은행 글로벌 캠퍼스 체육관에서 담금질을 이어가고 있다. 하나은행은 12일부터 일본 전지훈련을 진행하며 샹송, 덴소 등 WJBL팀들과 현지 대학 팀들을 상대로 연습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시즌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진출의 감격을 누렸다. 하위권에 머물며 긴 암흑기를 보냈던 팀이지만 김도완 감독 부임 후 체질 개선 속에 분위기 반전을 이뤄냈다.


부천으로 돌아온 베테랑 김정은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코트 안팎에서 김정은의 존재감은 빛이 났고, 1987년생으로 리그 최고참이지만 기량은 여전히 뛰어났다.


하나은행은 지난 시즌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FA 최대어 센터 진안을 영입, 전력 보강에 나섰고 새로운 시즌을 향한 담금질에 한창이다. 최근 박신자컵에 출전했고 지난 9일엔 일본 강호 에네오스와 연습경기를 치렀다. 일정상 진안이 2쿼터 초반까지만 출전한 가운데 에네오스를 상대로 접전을 펼쳤다.


10일 오후 하나은행의 캡틴 김정은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우선 박신자컵을 돌아보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김정은은 “나는 이 시기에 100%면 이상하다. 좋았던 적이 많이 없다.(웃음) 워낙 부상 이슈도 많은 선수인데 지금 70%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몸 상태에 대해 말한 뒤 “박신자컵을 치르면서 느낀 부분이 되게 많다. 박신자컵도 되게 중요하지만 어쨌든 이 멤버로 시즌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숙제가 많이 보였다“고 짚었다.


이어 “아직 팀원끼리 손발이 완벽히 맞지 않는데 진안이와 (박)소희가 합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신자컵에 나갔다. 나는 어느 정도 근력 운동을 한 다음에 참여하는데 늘 선수들과 같은 템포로 맞춰가긴 힘들지 않나. (양)인영이도 재활하다가 복귀했고 여러 가지로 맞지 않는 상황이 있었다. 시즌까지 남은 2개월 동안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하나은행은 이번 박신자컵에서 결승에 진출한 후지쯔, 토요타와 모두 맞대결을 펼쳤다. 경기를 치르면서 느끼는 바도 분명히 있었다.


김정은은 “일단 기본기가 너무 탄탄하다. 후지쯔같은 팀을 보면 5명이 군더더기가 없다. 항목으로 하나만 놓고 보면 한국 팀이 개인 기량과 피지컬에서 그렇게 밀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기본기나 조직력이 넘사벽이다. 요즘 선수들이 스킬 같은 부분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데 일본 선수들의 조직력을 보면서 '옛날엔 한국이 저렇게 했지'라는 생각이 많이 나기도 했고 토요타나 후지쯔나 경기하면서 많이 배운 시간이었다“고 치켜세웠다.


이번 시즌 하나은행 라인업의 키 포인트는 역시 김정은-양인영-진안으로 이어지는 빅 라인업. 하지만 국가대표팀 차출 등의 이슈로 아직 손발을 맞춰본 시간이 길지 않다.


김정은은 “지금 당장 뭘 평가하기가 어려운 게 맞춰본 시간이 길지 않다.(웃음) 이제부터 시작이다. 어차피 둘이 돌려쓸 거면 진안이를 데려올 이유가 없었다. 같이 공존해야 한다. 나까지 빅3가 뛰면 장단점이 명확한데 감독, 코치님께서 잡아주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어떤 부분부터 말씀을 드려야 할지 숙제가 너무 많다. 남은 2개월을 정말 허투루 보내지 않고 준비를 잘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막상 시즌에 들어가면 삐그덕거리는 부분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앞선 선수들과도 호흡을 잘 맞춰야 한다. 와타베 유리나도 아직은 가진 기량을 완전히 보여주진 못하는 것 같고 손발을 더 맞춰야 한다. 답은 잘 맞춰보는 것“이라며 웃었다.


아시아쿼터 가드 와타베 유리나에 대한 질문에는 “요소에 찔러주는 패스는 분명히 좋다. 아직 적응을 더 해야 하고 몸 상태도 완벽하진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양인영, 진안과 같이 뛴다면 김정은은 이전 시즌보다 외곽에서 플레이하는 시간이 길어질 전망. 적지 않은 나이지만 활동량에 대한 부분도 생각해야 한다.


김정은은 “사실 나는 원래 윙맨 출신이다. 부상이 계속 있으니까 안에서 힘으로 버틸 순 있어도 활동량이 적어지니 플레이스타일을 바꾼 부분도 있는데 그렇다고 선수들이 내게 맞춰서는 안 된다. 내가 팀에 맞춰야 한다. 트레이너들과 상의도 하는데 얼마나 운동 능력이 여기서 나올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해봐야 한다. 분명히 외곽으로 나오면서 활동량을 지난 시즌보다 많이 가져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 같다. 고민이지만 또 부딪혀보고 한 번 해봐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시즌 하나은행 복귀 후 이전 시즌보다 오히려 출전 시간을 늘리며 위력을 발휘했던 김정은. 하지만 이번 시즌도 쉽게 넘어갈 생각이 없다.


김정은은 “지난 시즌에 정말 다 끌어썼다고 생각했다.(웃음) 진안이 오면서 부담이 덜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나이 먹어서 편하게 농구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걸 확실히 느꼈다. 올 시즌에 나도 잘해야 한다. 내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내가 3번으로 뛸 때 활동량을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진안이나 인영이를 포함해 다른 선수들이 부담을 덜 가질 수 있다.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 시즌“이라고 다짐했다.


올 시즌 WKBL은 여러 선수들의 이적과 함께 춘추전국시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시즌 시작하기 전엔 압도적 최하위 후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하나은행 또한 이전 시즌보다 전력이 좋아졌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김정은은 자만하지 않았다.


김정은은 “며칠 전에 선수들에게도 이야기했다. 우리가 강팀이고 그런 생각을 다 버리라고 했다. 작년에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좋은 선수들도 왔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일 모레면 마흔이고 팀에 아직 어린 선수가 많으니까 확실하게 개인 능력으로 풀어갈 수 있는 선수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자꾸 누굴 믿으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누가 해주겠지'라는 생각을 우리 팀에서 가지고 있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예림이도 그렇고 소희도 그렇고 각자 지난 시즌보다 더 책임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한 “작년에도 어려운 시즌이었지만 하나은행은 몇 년전까지만 해도 매번 지던 팀이었고 아직 만들어가야 할 팀이다. 외부 평가에 절대 들뜰 필요도 없고 냉정하게 그만큼 기대에 부응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정말 하루하루 허투루 보내지 않고 남은 시간에 시즌을 잘 준비하자고 인지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엔 박소희나 정예림 등 성장 가능성이 많은 유망주들이 버티고 있다. 주장인 김정은은 그들을 도와주는 역할도 생각하고 있다.


김정은은 “소희도 작년보다 비중이 더 늘어날 것이고 시행착오도 겪을 것이다. 그걸 최소화하도록 그런 선수들을 도와주는 게 내 몫이다. 그래도 선수들이 다 열심히 하고 있어서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단 1차적인 목표는 플레이오프 진출. 1차 목표를 이룬다면 다음 단계를 바라본다.


김정은은 “1차적인 목표는 플레이오프인데 작년보다 높은 곳을 올라가야 하는 게 맞다. 좋은 선수도 영입했다. 그렇지만 우리 팀이 자신 있게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안에서 잘 맞추고 각자 맡은 역할을 잘해준다면 그 이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김정은은 “하나은행 팬들이 되게 열성적이시다. 부천에 갔을 때도 굉장히 좋아해주셨고 박신자컵 때도 항상 찾아와주시는 팬들이 계신다. 작년에도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돌아가는 길이 조금이라도 행복할 수 있게 더 많이 이기는 농구를 보여드리겠다고 했는데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며 팬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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