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7-26 07:46:00]
[대전=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김경문 감독의 삼고초려 속 한화에 합류한 양상문 투수코치.
끊임 없는 공부를 통해 이론과 경험을 두루 갖춘 투수전문가다.
문동주, 김서현, 황준서, 조동욱 등 젊은 유망주들이 즐비한 한화 마운드를 가파르게 성장시킬 적임자. 장기적 관점에서 이들이 커줘야 한화가 오랜 약팀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
성적과 관계 없이 가장 많은 매진을 선사하는 한화 팬들이 목청껏 외치는 최강한화. '마지막 열정'을 한화에 쏟아붓고 있는 김경문 감독의 궁극적 목표이기도 하다.
이를 현실화 하는데 있어 양상문 투수코치의 역할이 크다. 어깨가 무겁다.
젊은 투수들의 장기적 성장을 이끌겠다는 양 코치의 의지는 확고하다. 부임하자 마자 투수들에게 직접 손편지로 진심을 전달해 감동을 던졌다.
오자마자 고척 키움 원정경기에 합류했던 양상문 코치. 지난 12일 대전으로 오기 무섭게 불펜에 문구 하나를 펜스 아래 인쇄해 붙였다.
'내가 던지는 이 공 안에 최강한화를 외치는 팬들이 있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 문구. 하지만 한번 더 생각해 보면 깊은 의미를 품고 있는 뭉클한 경구다.
공 하나에 다음은 없다는 일구이무(一球二無). 공 하나에 혼을 불어넣어 던진다는 일구일혼(一球一魂). 이 모든 투수의 경구와 맥이 닿아 있다.
투수 개인적인 다짐의 언어 속에 야구란 서비스업의 고객이자 목적인 한화 팬들을 담아냈다. 혼신을 다해 던지는 공 하나에 이기고 있든, 지고 있든, 늘 같은 자리에서 목청껏 '최강한화'를 외치는 팬들의 염원이 실려 있다는 의미다.
불펜 문이 열리고 불펜 차를 타러 나가는 순간, 투수들은 시험대에 서듯 경건해진다.
그 짧은 찰라의 순간, 양상문 코치가 새긴 문구를 힐끔 보게 된다. 부지부실간에 마운드 위에서 혼을 다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양상문 코치 부임 이후 씩씩하고 와일드한 피칭으로 5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5⅔이닝 3안타 1볼넷 무실점) 속에 불펜에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가는 2년차 파이어볼러 김서현. 그 역시 이 문구를 새기면서 마운드에 오른다.
“마운드에 올라갈 때는 늘 정신이 없긴 하지만 계속 그 문구를 보고 올라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그게 틀린 말도 아니잖아요. 실제 저희가 공을 던질 때마다 매번 환호해 주시는 분들이 팬들이시니까요. 오히려 마운드 위에서 좀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있게 해주는 문구에요.“
김서현은 양상문 코치 부임 직후인 지난 11일 고척 키움전에서 연장 11회 도슨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내려오다 양상문 코치와 맞닥뜨렸다. “고개 숙이고 내려왔는데 양 코치님께서 '고개 숙이지 말라고, 너는 잘했다'고 하셨어요. 그때가 제가 처음으로 위로 받은 때였어요.“ 청년 유망주의 도전과 실패, 그리고 위로의 한마디.
터닝포인트가 됐다.
“우울했죠 끝내기 맞아본 것도 처음이고 최대한 자신 있게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잘 치니까, 그건 제가 인정해야 될 부분이고 그때부터 이제 마음을 좀 독하게 먹었어요. '내가 어떻게든 바뀌어야겠다, 다시 이런 상황이 있으면 내가 이겨내야겠다' 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운동을 했어요. 그때의 시간이 저한테 많은 도움이 됐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서 지금의 페이스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앞으로 같은 상황에 처해도 어지간 하면 피하고 싶지 않아요.“
아픈 시간, 위로의 한마디 이후 독해진 김서현은 5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제는 더 중요한 순간에 쓰일 차례다.
양상문 코치는 여전히 김서현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라“고 포커스를 단순화 해주고 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포수 미트 가운데를 보고 힘껏 던지기다.
“처음에 오셨을 때 저한테 에이스라고 하셨어요. 제가 '저는 아직 아니다. 많이 멀었다'고 말씀드렸더니 '미래 에이스가 될 선수'라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나중에 그게 정말 좋아졌다면 이제는 가운데만 보고 던지는 게 아니라, 그때 다시 같이 해보면서 진짜 에이스로 한번 거듭나보자' 이렇게 말씀해 주셨어요.“
성장은 속살을 파고드는 찢기는 고통으로 새겨지는 나이테와 같다.
아픔의 시간이 필요하고, 잊지 못할 순간의 경험이 필요하다. 그 지난한 과정 속에 자신감을 잃고 궤도를 이탈하지 않도록 곁을 지켜주는 한 사람. 참 스승의 역할이다. 김서현과 한화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투수들이 멘토를 만났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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