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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설마 이도류?

19일 두산 베어스-LG 트윈스전이 열린 잠실구장. LG가 16-5로 크게 앞선 8회말 1사 2루서 3번 타자 차례에 오랜만에 반가운 인물이 타석에 섰다.

바로 투수 백승현. 2015년 차세대 주전 유격수가 될 유망주로 기대를 모으며 2015년 2차 3라운드로 입단했던 내야수였으나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뿌리는 어깨를 살리고자 투수로 전향한 인물.

투수 전향 후 처음으로 타석에 서는 것이었다. 타자로서 마지막으로 타석에 선 것은 2020년 7월 17일 잠실 한화전. 8회초 대수비로 투입됐다가 8회말 타자로도 섰다. 당시 투수가 문동욱이었는데 백승현은 볼넷을 골라 출루했었다.

그런데 백승현이 왜 타자로 나섰을까. 백승현은 8회초 김유영에 이어 세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공 7개로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처리하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그런데 8회초 수비때 지명타자 자리에 대타로 들어갔던 구본혁이 3루수 수비로 들어가고 3루수였던 문보경이 1루수로 자리를 옮기고 1루수였던 오스틴 딘이 빠지게 되면서 투수인 백승현이 오스틴의 타순이 3번에 들어가게 됐다.

그리고 백승현 타석 때 대신 들어갈 대타가 없었다. 이미 다 교체가 돼 뛰고 있었던 것.

어쩔 수 없이 백승현은 타석에 들어갔고, 두산 투수 박정수와 승부를 펼쳤다. 1,2구 슬라이더를 연속해서 헛스윙한 백승현은 3구째 커브를 때렸으나 투수앞 땅볼. 다행히 2루주자 홍창기를 3루까지 보냈다. 크게 리드하고 있던 상황이라 백승현의 타격은 재밌는 팬서비스가 됐다. 그리고 9회초엔 신인 투수 진우영으로 교체됐다.

오랜만에 타자로 나선 기분은 어땠을까. 백승현은 “타자할 때보다 팬분들께서 환호를 더 많이 해주신 것 같다“며 “오랜만에 들어가서 다리가 좀 많이 떨렸다. 4년만에 다시 타자로 쳤는데 공을 못맞히겠더라. 확실히 타자들이 대단한 것 같다“라며 어느새 진짜 투수가 된 백승현임을 알렸다.

미리 알고는 있었다고. 백승현은 “야수 중에 준비할 수 있는 선수가 없어서 타순이 돌아오면 나가야 한다고 들었다“면서 “방망이는 해민이 형 것을를 가지고 갔고, 헬멧이나 보호대 등 다른 장비들은 (김)범석이 것을 빌렸다“라고 했다.

보통 투수가 타자로 나서면 부상을 우려해 진짜 타격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경우도 있는데 왜 쳤냐고 물으니 주위에서 다 치길 권했다고. 백승현은 “감독님께서 한번 쳐보라고 하셨고, 형들도 진짜 쳐보라고 했다. 자꾸 왼쪽 어깨에 벽을 만들라고 해서 잠깐 진짜 타자가 된 것 같았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나가면서도 믿기지 않았다고. 백승현은 “사실 많이 당황했다. (타석에)들어가기 전에 (문)보경이한테 '이거 진짜 아니지?' 하고 물었는데 보경이가 '진짜예요 빨리 들어가세요' 하더라“라며 웃었다.

이참에 이도류에 도전할 뜻은 없을까. 백승현은 “방망이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 투수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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