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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규빈 기자] 어느덧 노장이 된 웨스트브룩을 왜 덴버가 원했을까.

잠잠하던 오프시즌에 대형 소식이 나왔다. 덴버 너겟츠가 19일(한국시간) 러셀 웨스트브룩을 영입했다는 소식이었다. 웨스트브룩은 LA 클리퍼스에 1년 더 남지 않고, 이적을 요청했고, 웨스트브룩에 강한 관심을 보인 덴버에 합류하게 됐다.

니콜라 요키치와 웨스트브룩의 조합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덴버는 공격의 팀으로 유명하다. 웨스트브룩도 신나게 활약할 수 있을 환경이 조성된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웨스트브룩이 명백히 하락세에 접어든 선수라는 것이다. 1988년생의 노장으로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든 웨스트브룩이다. 전성기 시절 폭발적인 운동 능력은 쇠퇴했고, 약점이던 외곽슛은 여전히 좋지 못하다. 거기에 자존심도 세기 때문에 감독이 컨트롤하기 어려운 선수다. 이런 웨스트브룩을 덴버가 영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덴버의 샐러리캡 상황을 알아봐야 한다. 덴버는 2024-2025시즌 약 1억 8000만 달러 정도의 연봉이 확정된 상태다. NBA는 사치세 라인이 있고, 그 위에 1차 에이프런, 2차 에이프런이라는 샐러리캡 제도가 있다.

NBA가 발표한 2024-2025시즌 사치세 라인은 1억 7000만 달러고, 1차 에이프런은 1억 7800만 달러, 2차 에이프런은 1억 8800만 달러다. 덴버는 현재 1차 에이프런을 초과한 상태다.

1차 에이프런까지는 큰 제재가 없으나, 2차 에이프런부터 강한 처벌이 있다. 2차 에이프런을 초과한 팀은 드래프트와 최저 연봉 계약으로만 신규 선수 영입이 가능하고, 트레이드 시 영입하는 선수의 연봉이 보내는 선수의 연봉보다 적어야 한다. 또 2차 에이프런을 2년 연속으로 초과하면 드래프트 지명권 순위가 강제로 30순위가 된다.

즉, 1차 에이프런을 초과한 덴버는 연봉이 높은 선수를 영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 결과 핵심 자원이었던 켄타비우스 칼드웰-포프도 3년 계약을 보장받고 올랜도 매직으로 이적했다. 덴버는 칼드웰-포프의 이적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반면 웨스트브룩은 최저 연봉을 받는 선수다. 영입해도 2차 에이프런을 초과하지 않는다. 웨스트브룩은 칼드웰-포프와 전혀 다른 유형의 선수지만, 있으면 전력에 도움이 되는 선수는 맞다. 덴버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농구적인 관점에서 보면 웨스트브룩은 덴버에 필요한 자원이었다.

덴버는 요키치가 있고, 철저하게 요키치 위주로 공격이 진행되는 팀이다. 자말 머레이, 마이클 포터 주니어가 있으나, 사실상 두 선수도 요키치의 보조자라고 봐야 한다. 덴버는 공격에서 요키치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물론 요키치는 압도적인 기술을 갖춘 선수고, 현존 NBA에서 가장 위력적인 선수다. 하지만 요키치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다른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덴버는 2023-2024시즌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요키치가 조금이라도 부진하면, 곧바로 패배로 연결됐다. 머레이가 주로 그 역할을 맡았으나, 기복이 심한 모습이었다. 포터 주니어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 대안이 웨스트브룩이 될 수는 없다. 냉정히 웨스트브룩은 이제 공격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요키치의 농구 스타일과 정반대라는 점이 매리트가 있다. 2023-2024시즌 덴버의 경기 페이스는 96.8로 NBA 전체 27등이었다. 이는 덴버가 철저하게 요키치 중심의 지공 농구를 펼쳤다는 것이다.

웨스트브룩은 극단적일 정도로 속공을 좋아하는 선수다. 웨스트브룩이 등장만 해도 경기 템포가 빨라질 정도다. 이런 측면에서 웨스트브룩이 요키치와 잘 맞을 것이라는 상상은 하기 어렵다. 하지만 요키치가 쉴 때는 다른 스타일의 농구를 덴버가 펼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요키치를 제외하면 애런 고든, 포터 주니어, 크리스찬 브라운 등은 모두 속공을 좋아하고, 속공에 장점이 있는 선수들이다. 웨스트브룩의 합류는 덴버에 다른 색깔을 만들어줄 수 있다.

관건은 플레이오프 무대다. 덴버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적인 팀이고, 우승을 원하는 팀이다. 웨스트브룩도 마찬가지다.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웨스트브룩의 활약은 좋았다. 벤치에서 등장해서 코트의 분위기를 바꿨고, 수비에서 놀라울 정도로 좋은 모습이었다. 특히 상대 에이스 가드들을 막는 모습이 일품이었다. 이는 덴버가 칼드웰-포프가 빠진 공백이 가장 드러나는 부분이다. 웨스트브룩이 어느 정도 에이스 수비수 역할을 맡아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웨스트브룩과 요키치의 조합이 실패로 판명돼도, 덴버 입장에서 손해 볼 것이 없는 도박이다. 만약 웨스트브룩이 덴버에 녹아들어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덴버 입장에서 횡재나 다름없다.

웨스트브룩도 우승 반지를 강력히 원하고 있고, 우승 도전이 가능한 덴버로 합류했다. 덴버에서 자신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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