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7-29 06:46:00]
[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 한국 여자 양궁이 올림픽 단체전 10연패의 신화를 완성했다.
여자 양궁 대표팀은 29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슛오프 끝 중국을 6대4(56-53 55-54 51-54 53-55 29-27)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1988년 서울 대회를 시작으로 이후 이번 대회까지 10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특정 나라의 특정 종목 연속 우승 최다 타이기록이다. 새로운 역사의 중심에는 '슈퍼에이스' 임시현(21·한국체대) '씬스틸러' 전훈영(30·인천시청) '막내온탑' 남수현(19·순천시청)이 있었다.
▶'슈퍼에이스' 임시현
운명의 한발이었다. 세트스코어 4-4 상황에서 맞이한 슛오프. 중국은 27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전훈영의 첫 발이 9점과 10점 사이의 경계에 놓이며 일단 9점으로 인정이 됐다. 남수현도 9점을 쐈다. 숭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10점이 필요했다. 임시현이 사대에 섰다. 떨리는 순간, 그의 손을 떠난 화살은 10점으로 향했다. 직접 만든 '10연패', 임시현은 역시 '슈퍼 에이스'였다.
임시현은 이번 대회 에이스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전훈영과 남수현이 큰 경기 경험이 부족했던만큼, 임시현의 역할이 중요했다. 25일 열린 랭킹 라운드부터 놀라운 기량을 과시했다. 임시현은 694점을 기록하며 강채영(현대모비스)이 2019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예선전에서 기록한 692점을 2점 넘은 세계 신기록을 작성했다. 안 산(광주은행)이 도쿄 대회에서 세운 올림픽 기록(680점)도 깼다. 72발을 쏜 임시현은 무려 48발을 10점 과녁에 적중했다. 21발은 엑스텐(10점 정중앙)이었다.
변덕스러운 바람, 그 어느때보다 수준이 높은 상대, 매경기 피말리는 승부가 이어졌다. 네덜란드와의 4강, 중국과의 결승 모두 슛오프까지 갔다. 자칫 무너질수도 있는 흐름이었지만, 임시현은 흔들림없이 활시위를 당겼다. 9, 10점을 번갈아 쏘며, 든든하게 세트를 마무리했다. 임시현은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이렇게 파리에서 올림픽 10연패를 할 수 있게 돼서 너무 영광이었다. 대한민국에 있어서는 뭔가 왕자의 자리를 지키는 거였지만 이제 40년이 흐르고 멤버가 바뀐 지금 저희한테 10연패는 새로운 도전이자 목표였다. 저희 도전이 역사가 될 수 있음에 너무 감사하고, 그 역사를 훈영 언니랑 수현이랑 이룰 수 있다는 게 너무 영광스럽고 행복한 것 같다“고 웃었다.
▶'씬스틸러' 전훈영
이번 단체전 최고의 '씬스틸러'는 '맏언니' 전훈영이었다. 활을 빠르게 쏘는 전훈영은 1번 주자였다. 대만과의 8강전, 도통 영점이 맞지 않았다. 그는 초반 5발을 8-8-7-8-8점을 쏘는데 그쳤다. 9점 이상이 없었다. 전훈영이 흔들리면서 대표팀도 고전했다. 6대2 승리를 거뒀지만, 경기력은 불안했다. 큰 경기 경험 부족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전훈영은 네덜란드전부터 달라졌다. '감'을 잡은 정훈영은 4차례 10점을 쏘면서 선전을 거듭했다. 첫 번째 주자로서, 맏언니로서 확실히 한국을 이끌었다. 절체절명의 슛오프에서도 9점을 쏘면서 완벽하게 기세를 잡아냈다. 결승은 더욱 강렬했다. 무려 5차례나 10점을 쐈다. 사실상의 '하드캐리'였다. 그리고 또 다시 이어진 슛오프. 역시 첫 주자로 나서면서 완벽하게 기선을 제압하는 10점을 명중시켰다. 시작은 불안했지만, 끝은 완벽했다.
시상식 하트세리머니도 그의 작품이었다. 임시현은 “파리 와서 훈련을 하는데, 훈영 언니가 이런 세리머니가 어떠냐고 제안을 해서 만들어졌다“고 했다.
믹스트존에서도 단연 군계일학이었다. 분위기메이커 답게 재치 있는 말솜씨를 뽐냈다. '크지 않은 존재감에 팬들의 우려가 있었다'는 질문에 “나라도 그 우려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진짜 못 봤던 선수니까. 그런데 그 짧지 않은 선발전이나 평가전을 다 뚫고 들어온 거기 때문에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다. 어떡해요 뽑혔는데?“라는 대답으로 취재진을 웃겼다.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는 말에는 “예쁘다고 생각한 적 없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거 같기도 하다. 예쁘다기 보다는 괜찮다“고 했다. 전훈영은 “10연패가 너무 부담이 컸다. 첫 메이저 대회다 보니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나서 너무 행복하다“고 웃었다.
▶'막내온탑' 남수현
'맏언니'와 '에이스' 사이에서 2번 주자로 나선 남수현은 막내 답지 않게 이번 단체전 경기 내내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결정적 순간에는 영양가 만점의 10점을 쐈다. 남수현은 “정말 간절히 준비했기 때문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그렇게 무겁게 다가오지 않았던 것 같다“며 “막상 이렇게 실제 경기를 하니까 즐기면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남수현은 이번 올림픽 전까지는 국제대회 경험이 전무했다. 국가대표 상비군이 되자마자 올림픽에 출전한 사례도 남수현이 최초다. 하지만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선발전을 뚫고 1점 차로 커트라인인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림픽 사전 적응 훈련인 스페셜 매치 1차 개인전 1위를 차지하더니 올림픽에서도 겁없는 슈팅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남수현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도쿄올림픽을 보면서 항상 '파리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희망을 품었다. 이렇게 빨리 이룰 수 있게 돼 정말 영광스럽다“며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를 선 것만으로 영광이었는데 언니들과 같이 합을 맞춰서 단체전 10연패의 역사를 썼다“고 했다.
금메달을 만져본 소감을 묻자 해맑게 “정말 묵직하다“며 밝게 웃었다. '양궁선수' 남수현의 커리어는 이제 시작이다. 그는 “더 열심히 준비해서 앞으로도 올림픽에 나가고 싶은 욕심이 있다. 아시안게임이나 세계선수권대회도 마찬가지다. 국가대표로서 국제대회를 뛰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파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타 사이트나 까페, 블로그등에 본 자료가 무단으로 게시되어있는
사례가 발견 될 경우 민형사상의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
[뉴스] [올림픽] 펜싱 3연패 이끈 '폭풍 5득점'..
제 손으로 '조기 전역' 일궈…“한국 펜싱의 새 역사, 3연패 이뤄 기뻐“'차세대 기수' 박상원 “오상욱 형 개인전 금메달 부러워…자극받는다“(파리=연합뉴스) 최송아 이의진 기자 =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
[24-08-01 07:56:00]
-
[뉴스] [올림픽] 사격 金金 비결은 '비밀 캠프'…..
파리 근교 크레이 시에서 별도 훈련…최첨단 시설서 '맞춤 연습'대한체육회는 제육볶음·김치 등 쉴 새 없는 한식 배달로 지원(파리=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지금까지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
[24-08-01 07:56:00]
-
[뉴스] [올림픽] 그랑팔레 꼭대기에 다시 오른 태극..
(파리=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프랑스 파리의 상징적인 건축물인 그랑팔레의 꼭대기에 또 한 번 태극기가 휘날리며 한국 펜싱의 새로운 역사가 새겨졌다.1일(한국시간)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24-08-01 07:56:00]
-
[뉴스] [올림픽] 이탈리아 커플 팔트리니에리·피아밍..
(파리=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이탈리아의 '올림픽 커플'이 불과 15분 사이에 나란히 메달을 따냈다.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 중인 수영 선수 그레고리오 팔트리니에리는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열린 대회 남자 ..
[24-08-01 07:56:00]
-
[뉴스] [올림픽] 부담감과 싸우는 안세영 “지면 끝..
(파리=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셔틀콕의 여왕' 안세영(22·삼성생명)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부담감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안세영은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겨..
[24-08-01 07:55:00]
-
[뉴스] [올림픽] '프랑스의 자랑' 마르샹, 평영 ..
'서른 살' 셰스트룀은 여자 자유형 100m 우승(파리=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프랑스의 자랑' 레옹 마르샹(22·프랑스)이 자국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 속에 파리 올림픽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마르샹은 1..
[24-08-01 07:55:00]
-
[뉴스] [올림픽] 세대교체에도 사브르 패권은 굳건…..
오상욱·구본길·박상원·도경동에 원우영 코치까지…단체전 3연패 대업(파리=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한국 펜싱의 간판 종목인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격변의 시기를 맞았다.2012년 런던, ..
[24-08-01 07:55:00]
-
[뉴스] 홍성찬,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 21위 하차..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홍성찬(175위·세종시청)이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 세계 랭킹 21위 카렌 하차노프(러시아)를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홍성찬은 1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A..
[24-08-01 07:55:00]
-
[뉴스] [내일의 올림픽] 김우진·임시현, 양궁 혼성..
(파리=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김우진(청주시청)과 임시현(한국체대)이 2024 파리 올림픽 2관왕에 도전한다.김우진과 임시현은 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리는 양궁 혼성 단체전에 출전한다.둘은..
[24-08-01 07:55:00]
-
[뉴스] [오늘의 올림픽] 육상·골프 시작…임애지는 ..
(파리=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8월에 접어드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육상과 골프 종목 경기가 막을 올린다.육상은 이번 대회 금메달 48개가 걸려 있다. 수영에서 경영 종목 35개 등 총 49개의 금메달이 나..
[24-08-01 07:55:0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