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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시즌 성적은 가을야구에서 큰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이는 경우에 따라 다르다.

야구가 잘 되는 특정 야구장에 가면 기분이 좋아질 수 밖에 없다.

삼성 라이온즈 베테랑 외야수 김헌곤이 꼭 그렇다. 광주만 가면, KIA만 만나면 펄펄 날았다.

그 좋은 흐름과 기운이 가을야구까지 이어졌다.

21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 김헌곤은 좌익수로 선발출전했다.

올시즌 광주 9경기에서 29타수11안타(0.379)1홈런으로 강했던 좋은 기억 속에 2번 타자로 전진배치됐다.

1,3회 첫 두 타석 땅볼에 그쳤던 김헌곤은 선두타자로 나선 6회 세번째 타석 만에 호투하던 KIA 선발 네일의 공에 적응했다. 2B2S에서 5구째 134㎞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스위퍼를 힘껏 밀었다. 파울이 될 것 처럼 보이던 타구는 휘어져 나가지 않고 오른쪽 폴대 안쪽에 안착했다. 1-0을 만드는 선제 솔로홈런.

“상대 투수(네일) 공이 좋았었고 두 번째 타석에 제가 득점권 찬스에서 좀 못 살려서 반전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네일이 던지는 공을 다 생각하고 치기가 사실 불가능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코스랑 생각하고 있던 구질이 있었는데 마침 그게 왔어요. 잘 맞긴 했는데 파울이 될까봐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안으로 들어가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비가 내리는데다 에이스 맞대결 경기.

선취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그 중요한 역할을 김헌곤이 해냈다.

김헌곤의 홈런으로 흔들린 네일은 디아즈에게 볼넷을 내준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장현식이 마운드를 이어받았지만 강민호에게 볼넷을 내주며 무사 1,2루. 김영웅 타석에서 볼 하나를 던진 뒤 비가 더 거세지자 경기가 중단됐고, 45분 후 심판위원들이 그라운드 상태를 점검한 뒤 서스펜디드를 선언했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서스펜디드가 결정된 뒤 아쉬움 속에서도 김헌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감독은 “네일 선수 구위가 워낙 좋았어서 쉽지 않겠구나 했는데 플레이오프에서는 강민호가, 오늘은 우리가 결론은 못냈지만 김헌곤이 홈런으로 리드하고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상황들을 만들어줬다. 확실히 KIA전에 강하구나 하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감탄했다.

정작 본인은 광주경기, KIA전에 강한 모습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솔직히 전혀 그런 건 생각을 안 하고 했고, 그냥 치르는 경기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했던 것 같아요. 이상하게 잘 하고 나면 그게 뭐 KIA전인 경우가 있더라고요.“

김헌곤은 올시즌 KIA전 15경기에서 47타수19안타(0.404) 3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올시즌 KIA에 4승12패로 고전했던 삼성 타선에서 군계일학이었다. 전반적으로 KIA 투수들에게 고전했지만, 김헌곤만 강했다. 그 모습을 1차전 부터 상대 에이스 네일을 상대로 입증했다.

데뷔 14년 만에 처음으로 주전 야수로 경험하는 가을야구. 물 만난 듯 펄펄 날고 있다.

LG와의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11타수4안타(0.364) 2홈런 4타점으로 활약했다. 특히 플레이오프 2차전에 결정적인 투런홈런 두방으로 10대5 대승을 이끌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큰 공헌을 했다. 5경기에서 홈런만 벌써 3개째. 그중 2개는 밀어서 넘긴 홈런이었다.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는 하루하루. 다크서클이 진해졌다. 김헌곤에게는 어떤 가을이 흐르고 있을까.

“사실 아직도 실감이 안나요. 지금 너무 정신 없이 한 경기 한 경기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떤 각오라기보다 그냥 하루하루 그냥 막 들이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헌곤의 첫 한국시리즈 활약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당장 23일로 연기된 2차전 KIA 선발이 유력한 '대투수' 양현종 공략의 선봉에 설 전망.

김헌곤은 올시즌 양현종을 상대로 12타수4안타(0.333) 1홈런을 기록했다. 광주에서 강한데 양현종에게도 약하지 않았다.

가을야구만 되면 나타나는 소위 '미치는 선수'. 이번에는 김헌곤이다. 예열을 충분히 마쳤다.





광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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