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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전파하는 우준태씨 “넘어지고 틀려도 돼…진지한 자세 중요“

(퐁텐블로[프랑스]=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여기는 '자유의 나라'잖아요? 그래서 더 규율과 기강, 예절을 알려주는 무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21일(현지시간) 프랑스 퐁텐블로의 프랑스국가방위스포츠센터(CNSD)에 마련된 한국 선수단 사전 캠프 '팀코리아 파리 플랫폼' 공개 행사를 찾은 100여 명의 인원이 환호를 보내며 박수쳤다.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환영사 등이 끝나자 태권도복을 입은 프랑스 아동 8명이 캠프 내 강당에 나타났다. 8∼11세인 아이들이었다.음악이 시작되자 기합을 지르며 주먹, 발차기 등 태권도 기본 동작을 선보였고, 수련했던 품새를 펼쳤다.이후 파란 띠를 맨 페레야 레오가 송판 격파에 나섰다.태권도 시범단을 기획한 이들의 사범 우준태(38) 씨가 들고 있던 송판에 레오가 힘껏 발길질했다. 그러나 송판이 부러지지 않았다.잠시 주눅 든 레오를 향해 우씨가 다시 해보라고 보챘고, 레오는 두 번째 발차기로 기어코 송판을 부쉈다.전문 시범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상당한 연습량이 필요했을 게 분명한 일사불란한 움직임이었다.망설임 없는 동작과 힘껏 내지른 기합이 이어지자 강당에 모인 사람들에게서도 절로 박수가 나왔다.이날 아이들의 시범은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한 사전 캠프 공개 행사가 양국 간 우호의 장으로 이어지도록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번 시범을 기획한 우씨는 한국체대에서 태권도를 갈고 닦았다. 2016년 연극에 뜻을 두고 '예술의 나라' 프랑스로 넘어온 그는 현지 태권도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지금은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10㎞가량 떨어진 근교 도시 세브르의 한 태권도장에서 사범으로 일한다.우씨는 행사가 끝난 후 연합뉴스와 만나 “아이들로 시범을 꾸려서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서 한 건 처음인데 무척 잘 된 것 같다“며 “올림픽 선수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하니 많이 지원했다“고 웃었다.프랑스에서는 1995년 태권도협회가 처음으로 조직됐다. 프랑스태권도협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등록된 클럽은 900여 개였다. 이들 클럽에 소속된 인원으로는 5만여 명이 집계됐다.프랑스에서도 태권도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우씨가 보기에는 아쉬운 게 많다.우씨는 “다른 종목과 비교하면 프랑스에서는 태권도가 좀 저조한 편이다. 일본 문화가 일찍 자리 잡아서인지 유도와 가라테를 훨씬 많이 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무엇보다 여기는 태권도를 그저 스포츠로 여긴다. 올림픽 스포츠로 많이 받아들인다“고 아쉬워했다.우씨는 태권도가 단순히 스포츠 종목의 하나가 아니라 '무도'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기술적인 숙련도를 올리고 신체를 건강하게 하는 수준을 넘어 정신적으로 수양할 수 있는 태권도의 진가가 인정받기를 바라는 것이다.

10년 가까이 경험한 프랑스의 태권도는 겨루기를 중심으로 한 '격투기로서' 면모가 강조돼왔다는 게 우씨의 평가다.그는 “경기력이 목적이라 일반적 도복보다는 기능성을 중시한 경기복을 많이 입고, 품새나 예절 교육 등이 경시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스포츠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라며 “또 여기가 '자유의 나라'이지 않나. 어떤 의미에서는 규율과 예절을 강조하는 태권도의 성격과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도 “조금 더 한국적 의미의 태권도가 전파됐으면 한다“며 “못하고, 실수하고, 넘어지고, 틀려도 된다. 대신 '웃지 말고 진지하고 집중한 얼굴을 확실히 보여줘라'고 가르친다“고 힘줘 말했다.우씨는 한 차례 격파에 실패했지만 두 번째 시도에서 멋지게 성공한 레오가 대견하다고 한다. 그는 “누구나 좌절할 수 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려는 자세도 태권도로 배울 수 있는 정신적 가치“라고 말했다.우씨의 칭찬을 받은 레오는 기자와 만나자 곧장 손을 공손히 모으고 '배꼽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태권도가 왜 좋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내 몸을 지키고, 규율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 그냥 해보니까 재미있는 것 같아요.“

pual07@yna.co.kr<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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