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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계에서 라이벌은 긍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인다. 서로의 기량 발전을 독려하는 동기부여가 되는가하면 리그 전체적으로도 흥행 스토리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름값 높은 선수간 경쟁 관계는 후대에까지 회자되기 일쑤다. 리그 사무국 입장에서 독주체제보다는 대립구도가 더 반가운 이유다.


NBA 역사에 남은 대표적 라이벌 관계로는 이제는 하늘의 별이 된 두 고대 괴수 빌 러셀과 윌트 체임벌린, NBA 인기를 전세계적으로 끌어올린 매직 존슨과 래리 버드 등이 있다. 체임벌린은 개인 능력만큼은 '마이클 조던 이상이었다‘는 평가를 듣는 선수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까지 엄청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로서는 그야말로 압도적이라 할수 있는 신체조건(신장 216cm‧윙스팬 234cm)에 운동신경까지도 최상급이었다.


농구를 잘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을 풀 장착하고 있던 남자였다. 정규시즌 MVP 4회, 파이널 MVP 1회, 올스타 13회, 신인왕, 득점왕 7회, 리바운드왕 11회, 어시스트왕 1회 등 쟁쟁한 커리어를 자랑하는데 당시 농구를 봤던 팬들은 외려 ‘실력에 비해 수상실적이 적다’고 까지 말할 정도다.


한경기 100득점, 한경기 55리바운드, 65경기 연속 30득점 이상, 50득점 이상 경기 118회, 한 시즌 최다 평균 출전 시간 48.5분 등 그의 기록을 나열하다보면 현실감이 떨어지는 느낌까지 받는다. 한창 체임벌린이 활약하던 시절에는 블록슛이 집계되지 않았는데 만약 지금처럼 블록슛 기록이 제대로 체크되었다면 그쪽에서도 괴물같은 스탯이 쌓인 것을 비롯 트리블 더블 숫자도 엄청나게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라이벌 러셀은 그런 체임벌린이 부럽지 않았다. 체임벌린은 개인 기록만 놓고보면 대적할 상대를 찾기 힘들 정도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파이널 우승은 2회에 불과하다. 반면 러셀은 보스턴 셀틱스 한팀에서만 뛰며 통산 11회 우승(8연패 포함)을 만들어내며 그야말로 반지의 제왕으로서 한시대를 풍미했다.


체임벌린과 비교했을때 신체조건, 운동능력 등에서 밀리는 편이었지만 높은 BQ를 바탕으로 팀과 함께하는 농구를 펼치며 무수한 승리를 쓸어담았다. 거기에 공격 이상으로 수비에 진심인 선수였다. 많은 농구인들은 그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잊지않았는데 이를 입증하듯 사후 그의 등번호 6번은 전구단 영구결번으로 처리되었다.


매직과 버드도 장난아니다. 미리 각본을 짜놓은 것처럼 많은 부분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요소가 가득했다. 일단 둘이 뛰었던 LA 레이커스와 보스턴 셀틱스는 NBA를 대표하는 양대명문이다. 각각 18회(셀틱스), 17회(레이커스) 파이널 우승으로 역대 최다우승 1위, 2위라는 점부터 심상치않은데 그래서인지 구단에 대한 소속팀 팬들의 프라이드 역시 매우 높다. ​


둘은 일단 같은 시기에 양팀에 합류했고 최고 신인으로 거듭났다는 점에서부터 라이벌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대학시절 결승전 무대서 엄청난 대결을 펼쳤던 그들이 공교롭게도 NBA 동서부를 대표하는 팀으로 각각 들어간 것부터 드라마틱하다. 자유분방한 도시 LA와 화려한 플레이 스타일의 매직, 보수적인 이미지의 보스턴과 시골출신 모범생 버드, 각각의 캐릭터 또한 소속팀, 연고 도시와 기가막히게 어울렸다. ​


무엇보다 각종 개인 수상과 파이널 우승을 나눠가지며 어느 한쪽으로 무게추가 쏠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랜시간 팬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는 평가다. 체임벌린과 러셀, 버드와 매직이 라이벌 구도를 이뤘기에 리그에 대한 흥미도가 더 올라간 것은 맞다. 하지만 서로 다른 시대에서 뛰었거나 전성기가 겹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개인기록의 체임벌린같은 경우 팀 플레이의 끝판왕 러셀이 없었다면 파이널 우승 횟수가 올라갔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몇 번의 우승이 추가됐더라면 역대 선수 랭킹에서 카림 압둘자바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매직, 버드 또한 조던보다 먼저 3연패를 만들어내며 가뜩이나 높은 위상에 플러스가 더해졌을 것이다.


아님 매직, 버드, 조던이 한꺼번에 전성기를 맞았다면 어땠을까? 서로 치고받고 경쟁하면서 리그 흥행은 뜨거웠겠지만 한쪽의 일방적인 독주는 쉽지않고 계속해서 파이널 우승을 나눠가지는 그림이 그려진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처럼 매직, 버드가 저물어갈 때 조던이 치고나간 것은 실력에 더해 운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점에서 현시대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르브론 제임스(40‧204.5cm)와 스테판 커리(36‧188cm)또한 서로의 존재로 인해 손해를 본 부분도 적지않다. 역대급 실력과 상품성을 지닌 둘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것은 팬 입장에서 축복이다. 하지만 그들 개인적으로는 중요한 순간 상대에게 가로막히며 커리어에 적지않은 마이너스도 남겼다.


르브론과 커리는 나란히 파이널에서 4회 우승을 기록했다. 개인기록, 파이널 진출 횟수에서는 르브론이 더 많다. 하지만 4번의 파이널 맞대결에서 커리가 3승 1패로 우위를 점했다. 농구는 팀 스포츠인지라 오롯히 개인으로서 르브론을 이긴 것은 아니지만 골든스테이트의 중심이 커리였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커리 또한 정말 중요한 순간에 르브론에게 제대로 일격을 맞았다. 워리어스는 2015~16시즌 73승 9패로 1995~96시즌 시카고 불스(72승 10패)를 제치고 정규리그 역대 최다승을 기록했다. 그대로 파이널까지 접수했다면 단일시즌 최강팀의 위업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르브론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 7차전 승부 끝에 3승 4패로 우승을 내주며 고개를 떨구고말았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르브론과 커리가 동시대에 경쟁하지 않았다면 각각의 커리어는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높다. 파이널 우승 몇회를 더 추가한 르브론은 조던과의 고트 논쟁에서 한층 유리한 고지를 잡았을 것이고 커리 또한 골스 왕조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을 공산이 크다. 물론 서로가 있었기에 더욱 이를 악물었던 부분도 맞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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