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7-24 10:07:00]
[홋카이도(일본)=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온천을 하며 야구를 보는 게 말이 돼?
좋다고, 좋다고 말만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일본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스의 홈구장 에스콘필드 얘기다.
닛폰햄은 2002년 한-일 월드컵 경기장을 활용됐던 삿포로돔을 오랜 기간 홈구장으로 써왔다. 하지만 높은 임대료, 까다로운 임대 조건 등에 몸살을 앓다 직접 야구장을 짓는다는 결론으로 이어졌고, 삿포로 인근 기타히로시마에 새 야구장을 지었다. 그게 바로 지난해 문을 연 에스콘필드다.
에스콘필드에서는 22일 레전드 올스타전인 '한-일 드림 플레이어즈 게임', 그리고 23일 NPB 올스타전이 연이어 개최됐다. 이 야구 축제가 열리는 동안 에스콘필드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었다.
▶돔구장인데, 천연잔디?
보통 돔구장들은 햇빛이 차단돼 인조잔디를 깐다. 천연잔디가 자랄 수 없어서다. 에스콘필드도 돔이다. 그런데 천연잔디가 너무 푸릇푸릇하게 식재돼있다.
여기엔 비밀이 숨어있다. 먼저 개폐식 돔이다. 지붕이 열리고, 닫힌다. 그래서 잔디를 키울 수 있다. 거대한 지붕이 완전히 열리는데 약 15~20분 정도 시간이 걸린다. 매우 빠른 편이다. 그리고 한 번 지붕을 열고 닫는데 전기세 2만엔(약 18만원)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과거 돔구장들은 지붕이 한 번 움직이는 데 수백만원이 쓰인다고 했었다.
에스콘필드 외야를 보면 투명한 유리벽으로 돼있다. 채광을 위해서다. 그런데 이게 또 멋있다. 야구장이 아닌 박물관 같은 느낌을 준다. 보통의 돔구장들은 동그랗다. 에스콘필드는 밖에서 보면 야구장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인테리어다. 홋카이도 지역 전통 집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라고 한다.
잔디는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데 최고 컨디션으로 유지된다. 당연히 실내 라커룸 등도 특급 호텔이 부럽지 않다. 닛폰햄 관계자는 “시설을 본 사람들은 '야구를 못할라야, 못할 수가 없겠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홈팀만큼은 아니지만, 원정팀 배려도 잊지 않았다. 웨이트트레이닝 시설까지 완벽하게 제공한다고 한다. 한국 야구의 전설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는 “우리 선수들이 이렇게 좋은 시설에서 야구를 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는 마음을 갖고 돌아간다“며 에스콘필드를 극찬했다.
▶온천을 하며, 침대에 누워 야구를 본다?
에스콘필드 3루쪽 외야를 보면 높은 건물이 하나 우뚝 서있다. '타워11'이다. 닛폰햄 출신 최고의 스타인 다르빗슈, 오타니가 달던 등번호가 11번이라 '타워11'이 됐다. 경기장 곳곳에 두 사람의 사진, 그림이 전시돼있다.
여기에는 호텔, 온천, 골프연습장 등 다채로운 시설이 있다. 온천탕에 몸을 담그고 야구를 볼 수 있는 구조다. 호텔도 그라운드뷰 객실은 바로 야구가 보인다. 두 곳 모두 예약 전쟁이 벌어진다고 한다.
외야 중앙에는 맥주를 판매하는 펍이 있는데, 그냥 펍이 아니다. 양조장이다. 에스콘필드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수제 맥주가 인기다. 이 외에 팬들이 사먹는 음식에도 공을 들였다. 내로라 하는 전국 맛집들이 즐비하다.
고급 라운지도 다양하게 준비했다. 가장 잘 보이는 좌석에서 야구를 보고, 양질의 식음 서비스를 받는다. 한 라운지는, 공식 기자회견장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 홈플레이트 뒤 최고급 라운지를 하루 전체 빌리는데 200만엔, 약 1800만원의 가격이 책정돼있다.
이 외에 어린이 팬들을 위한 키즈 라운지, 팬샵 등 편의 시설도 완벽하게 갖춰져있다. 닛폰햄 관계자는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좋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고 했다. 그 말에 딱 맞는 야구장, 아니 문화 공간이 탄생했다.
홋카이도(일본)=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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