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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한화 이글스 황영묵(25)은 올시즌 입단한 신인 내야수.

중앙대를 중퇴하고, 독립리그서 뛰고, 군복무를 하느라 대졸 선수 이상의 나이가 됐지만, 프로 무대 풀시즌은 처음이다.

체력소모가 많은 내야수. 당연히 힘들다. 그 어느 해보다 길게 이어지는 장마와 무더위 속에 숨이 턱턱 막힌다.

풀시즌을 풀어가는 노하우가 없는 루키 선수들에게는 더 힘든 시즌이 될 수 밖에 없다.

황영묵도 마찬가지다. 부단히 노력하고, 체력 관리를 하고 있지만 힘들지 않은 척 할 뿐 체력 저하는 불가피 하다.

최근 페이스도 살짝 떨어졌다. 최근 6경기 중 안타를 기록한 건 단 1경기 뿐. 의지는 활화산인데 몸이 안 따르니 팀 연패가 이어지며 승부욕 강한 그도 조바심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23일 대전 삼성전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6회 대타로 출전, 2타수 무안타. 삼진만 두번 당했다.

하지만 그는 최선을 다하는 투혼으로 재역전승에 징검다리를 놓았다.

4-5로 역전 당한 뒤 맞은 8회말 공격. 선두 채은성의 볼넷과 안치홍의 우전안타로 만든 1사 2,3루. 최재훈이 버스터로 2루 땅볼을 굴려 1사 2,3루를 만들었다.

황영묵은 김재윤과 6구째 승부 끝에 2B2S에서 떨어지는 포크볼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 상황.

유인구에 속아 찬스를 살리지 못한 허탈감이 물밀듯 밀려오는 순간. 하지만 황영묵은 지체 없이 1루로 전력질주 했다. 대가가 달콤했다. 포수가 잠시 3루를 보고 뒤늦게 던지는 사이 간발의 차이로 세이프 됐다. 사생결단으로 뛴 덕분이었다.

후속 장진혁이 내야 인필드 플라이로 2사 만루. 만약 황영묵이 1루에서 아웃됐다면 1사 2,3루 찬스를 무산시키면서 이닝 종료였다. 흐름이 완전히 삼성쪽으로 넘어가 9회 2점 차를 극복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황영묵이 투혼의 전력질주로 살려낸 2사 만루 찬스. 앞선 타석까지 17타석 무안타로 침묵하던 페라자가 화답했다.

바뀐 투수 오승환의 슬라이더를 강하게 당겨 1루수 미트 아래를 스쳐 빠져나가는 우전 2타점 역전 적시타를 날렸다. 6대5 재역전 드라마가 완성되는 순간.

작은 플레이 차이 하나가 길었던 팀의 7연패를 탈출하는 주춧돌이 됐다. 야구는 개인이 모여 팀이 되는 스포츠. 어느 한 순간도 소홀히 플레이 하지 않아야 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일깨워준 장면이었다.

경기 후 장비를 챙기던 황영묵은 “항상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 어떤 순간이든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승리의 징검다리가 된 전력질주에 대해 언급했다.

풀시즌 체력과 타격 사이클은 기복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다만, 간절했던 그라운드에 서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한 플레이에는 기복이 없다. 그 평범한 사실을 스토리 가득한 늦깎이 신인이 온 몸으로 보여줬다.

힘든 시즌을 통과하고 있는 한화 선수들에게 필요한 건 1승에 대한 간절함과 투혼이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는 연패 중인 평일에도 1만1501명으로 야구장을 거의 가득 메운 한화 팬들이 원하는,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천신만고 끝에 연패를 끊은 한화 김경문 감독은 경기 후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연승과 연패는 있기 마련이다. 1승이 정말 귀중하다는 것을 느끼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선수단의 투혼을 당부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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