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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창환 기자] 하위권으로 꼽혔던 팀이 돌풍을 일으키는 것도, 우승 후보로 꼽혔던 팀이 추락하는 것도 프로의 세계에서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두 가지 이변이 동시에 일어나는 건 보기 드물다. 그래서 시즌 초반 순위 싸움도 흥미를 더할 수 있었다.

2024-202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1라운드가 어느덧 마무리됐다. 1라운드의 주인공은 단연 대구 한국가스공사였다. 후하게 점수를 내려도 ‘다크호스’ 정도로 분류됐던 가스공사는 세간의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7승 2패를 기록, 서울 SK와 공동 1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창단 최다인 7연승을 질주하기도 했다.

가스공사는 확실한 팀컬러, 높이의 열세가 약점으로 꼽혔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어느 팀보다도 강력한 칼자루를 쥐고 있었다. 무려 11.7개의 3점슛을 터뜨리며 이 부문에서 압도적 1위에 올랐다. 2위 고양 소노(8.6개)보다 3개 이상 많은 수치다. 높이 열세는 벤치멤버를 폭넓게 활용하는 로테이션, 대체 외국선수 유슈 은도예로 최소화했다. 리바운드(35.2개)는 7위에 그쳤지만, 적어도 허용한 리바운드(33.4개)보단 많았다.

김태술 tvN SPORTS 해설위원은 “KBL컵에서 보여준 수비가 선수들에게 잘 맞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가스공사를 비롯해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못 오른 팀들이 그대로 하위권에 머물지 않을까 싶었다. 정성우, 벨란겔 등 파이터 기질을 지닌 선수들을 앞세운 풀코트 프레스는 예상보다 탄탄했고, 니콜슨도 중심을 잘 잡아줬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나도 KGC(현 정관장) 시절에 풀코트 프레스를 많이 해봤는데 힘들다. 힘든데 재밌는 수비다. 뺏고 달릴 때 특히 재밌고, 상대가 하프라인을 못 넘어올 때 희열도 있다. 가스공사 선수들이 이 수비에 재미를 붙여서 신나게 수비를 하는 것 같다”라고 견해를 전했다.

면, KBL컵 우승을 차지해 올 시즌 역시 강력한 정규리그 우승 후보로 꼽혔던 원주 DB는 최하위로 추락했다. 2승 7패로 서울 삼성과 공동 9위다. 10일 아셈 마레이가 결장한 창원 LG를 꺾으며 7연패 사슬을 끊었지만, 코트 안팎에서 내우외환에 시달렸다.

DB의 1라운드 전적은 2승 7패. 이전 시즌 정규리그 우승 팀이 차기 시즌 개막 후 9경기에서 2승에 머문 건 2007-2008시즌과 2010-2011시즌 울산 모비스(현 현대모비스), 2012-2013시즌 동부(현 DB), 2016-2017시즌 전주 KCC(현 부산 KCC), 2018-2019시즌 DB에 이어 6번째다. 앞선 5개 팀 가운데 4개 팀은 각각 정규리그 MVP 양동근, 함지훈, 윤호영, 두경민의 입대라는 면죄부가 있었다. 2016-2017시즌 KCC는 하승진(2경기), 전태풍(5경기)이 일찌감치 시즌아웃됐다.

이에 반해 DB는 지난 시즌 주전 라인업 가운데 디드릭 로슨만 치나누 오누아쿠로 바뀌었다. 반대로 말하면 로슨의 공백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지난 시즌 평균 89.9점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던 DB의 올 시즌 득점은 70.8점에 불과하다. 최하위인 데다 서울 삼성과의 홈 개막전(88점)을 제외하면 80점 이상 올린 경기가 없었다. 설상가상 김종규마저 무릎 부상으로 이탈했다.

김태술 해설위원은 “로슨의 공백이 느껴진다. 지난 시즌의 로슨이 올 시즌 니콜슨과 같은 역할을 했다. 아직 1라운드지만, 지난 시즌에 비하면 팀 득점이 20점 가까이 줄었다. 이 가운데 실책(15.3개)은 가장 많다”라고 말했다.

김태술 해설위원은 또한 “알바노의 경기력이 올라왔지만, 지난 시즌과 같은 퍼포먼스는 아니다. 오누아쿠가 착실히 골밑을 지켜줘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다. 주전 가운데 경기력이 크게 올라갈 선수나 제대 선수도 없다. 벤치멤버 가운데 흔히 말하는 ‘미친 선수’가 나와야 분위기 전환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시작이 반’일까, 또 다른 반전 드라마의 서막일까. 시즌 전 평가와 정반대의 성적을 거둔 가스공사, DB가 2라운드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사진_점프볼DB(문복주,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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