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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정(우리카드)의 아들 '우리'가 세상에 나온 지 약 일주일이 지났다.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겠다"는 한성정의 각오도 그동안 더욱 단단해졌다. 가끔은 "언제 쉬는지 모르겠다"고 느낄 만큼 힘들고, 또 어떤 날은 "노력한 만큼 기회가 오지 않는 것 같아서 답답"한 순간도 있지만, 한성정은 소속팀과 아들, 두 '우리'를 위해 오늘도 발걸음을 내딛는다.

지난 3일 오전 11시50분 한성정의 아들 '우리'가 세상과 처음 인사했다. 한성정이 "조금이라도 빨리 올라가고 싶은 마음에 안절부절 못하던 중"이었다. 혼자 아이를 낳은 아내에게 미안함과 감사함을 느낄 새도 없이 "누군가의 아버지가 됐다는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는 벅찬 감정"은 물밀듯이 몰려와 뒤늦게 병원에 도착한 한성정을 휘감았다. "병원 규정상 면회가 어려워 창밖으로 아이를 봐야 했다"는 사실은 못내 아쉬웠지만, 자신과 똑 닮은 아이를 두 눈으로 마주하자마자 한성정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기쁜 마음"에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우리'가 조리원에 가고서야 한성정은 아들을 제대로 품에 안았다. "처음에는 정말 '이게 내 아들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신기하고 행복했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누가 봐도 '우리'는 한성정의 아들이었다. 한성정 자신이 보기에도 그랬다. 붕어빵 아들을 둔 한성정이다. 그런데 그 옆에서 한성정과 그의 아내보다 '우리'를 더 흐뭇하게 바라보는 이가 또 한 명 있었다. 한성정의 아버지 은범 씨였다. "아빠보다도 할아버지를 더 많이 닮은 손자"를 둔 할아버지의 따뜻한 미소였다.

아버지가 된 한성정에게는 얼마 전 고민 아닌 고민이 한 가지 생겼다. 올 시즌을 앞두고 '금발'로 물들인 머리 색깔 때문이다. 지난 비시즌 동안 한성정은 선수로서 머릿속이 복잡했다. 주전 경쟁에서 밀린 듯한 느낌을 받아서다. "노력한 만큼 기회가 오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한성정의 '든든한 아군'이자 대학 시절부터 함께 사랑을 키워온 그의 아내는 한성정에게 "아직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으니 염색을 통해서 기분 전환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조언을 건넸다. 이에 용기를 얻은 한성정은 "이왕 염색을 하는 김에 감독님의 눈에도 더 잘 띄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과감하게 금발을 택했다. 하지만 최근 한성정은 "머리를 다시 흑발로 해야 하나" 걱정이다. "조리원에서 다른 부모님들의 시선을 느껴서"다. "키도 큰데 머리도 금발이라 다른 사람들이 '저 사람은 뭐하는 사람일까'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한성정은 "염색한 게 아까워서 일단 당장은 그냥 두겠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언제까지나 자신이 누군가의 아들일 줄만 알았던 한성정은 이제 가장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동시에 아버지 은범 씨를 향한 존경심 또한 더욱 커졌다. 은범 씨는 왜소증으로 인해 키가 134cm에서 더이상 자라지 않았다. 그러나 한성정에게는 "항상 우러러보는 세상에서 가장 큰 존재"다. 어린 시절 한성정의 집안은 그리 넉넉치 않았다. 은범 씨는 아들의 꿈을 위해 막노동을 하면서까지 한성정을 뒷바라지했다. 한성정이 "모든 것이 낯설고 처음이다. 아들에게 어떤 아버지가 돼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아버지의 반만 따라갈 수 있다면 아마 나도 '우리'에게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이유다.

은범 씨는 데뷔 초 아들의 모든 경기를 직접 눈에 담았다. 하지만 요즘은 그 빈도가 줄었다. "팀에서 확실한 주전이 아니다 보니 아버지가 경기장에 오셔도 나를 못 보게 될 수도 있어 오지 말라고 말씀드렸다. 또 아버지가 최근 다시 일을 시작하시기도 했다"는 게 한성정의 설명이다.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 그리고 또 아들로서 한성정은 이번 시즌 다시 힘차게 날개를 펼치고자 한다. 한성정은 "지금은 팀이 어려울 때 조커로 투입되는 역할이지만 이제 1라운드다. 끝까지 부딪혀 보겠다"며 "아내와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남편이자 아버지가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는 12일 한성정의 소속팀 우리카드는 OK저축은행과 1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여기서 승점 3을 낚는다면 우리카드는 단숨에 선두권으로 뛰어오를 수 있다. 현재 남자부 승점 1위는 5승1패로 1라운드를 마친 현대캐피탈(승점 14)이다. 한국전력(5승1패)과 대한항공(3승3패)이 나란히 승점 11로 그 뒤를 쫓는다. 이들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우리카드는 3승2패로 승점 8을 마크하고 있다. '우리 아버지' 한성정과 우리카드의 '2라운드'는 또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사진_한국배구연맹(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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