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LG 트윈스 선발 투수 최원태가 1회말 롯데 자이언츠 5번 타자 손호영에게 헤드샷을 날려 퇴장당할 때만해도 사실상 롯데의 승리로 끝나는 것 같았다. LG의 불펜이 약해 롯데 타선을 막지 못할 게 분명해 보였기 때문. 하지만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명언은 이럴 때마다 되새길 수밖에 없다. LG 불펜 투수 8명이 연장 11회까지 10⅔이닝을 2실점(비자책)으로 막아냈다. 그리고 LG 타자들은 계속 롯데 마운드를 두들기고 두들겨서 끝내 득점의 문을 열었다.

LG는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원정 경기서 연장 11회말 2사 만루서 박해민의 싹쓸이 2루타로 끝내 9대6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LG는 시즌 첫 7연승을 달렸고, 롯데는 4연패에 빠지고 말았다.

LG는 사실 불운했다. 최원태가 1회말 손호영에게 던진 144㎞의 직구가 몸쪽 높게 날아가 헬멧에 맞고 말았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손호영의 헬멧을 스치며 맞아 손호영이 크게 다치지 않고 계속 뛸 수 있었다. 직구가 헤드샷이 됐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퇴장.

부랴부랴 이지강이 올라왔지만 1사 만루서 박승욱의 희생플라이에 연속 안타 2개로 0-4로 1회부터 크게 벌어진 상태로 출발하게 됐다. 이지강에 이어 김영준 임준형 김대현 등이 나와 잘 막아냈고, 오스틴의 5회초 스리런포를 시작으로 LG가 추격에 나섰다. 그리고 8회초 신민재의 중전 적시타로 기어이 5-5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홈송구가 될 때 신민재가 2루까지 달렸는데 다시 공이 2루로 갔고 신민재의 손이 더 빨라 보였다. 2루심도 세이프를 선언. 비디오 판독 끝에 아웃으로 번복됐다. 자세히 보니 신민재의 오른손이 먼저 2루에 닿은 것이 맞지만 스피드 때문에 잠시 손이 베이스에서 벗어난 순간 유격수 박승욱의 글러브가 신민재의 왼팔을 태그하는게 화면에 잡혔다. 이후 함창건의 우전안타가 나왔기에 더욱 신민재의 아웃 번복이 아쉬웠다.

그리고 8회말엔 김유영이 선두 대타 정훈의 땅볼 타구를 직접 잡아 1아웃을 잡는 듯했다. 그런데 여유있게 던진다고 천천히 던진게 너무 높게 날아갔다. 오스틴이 점프해서 잡으려 했지만 절대 잡을 수 없는 높이. 정훈이 그사이 2루까지 달려 1아웃이 돼야할 상황이 무사 2루가 됐다. 전준우의 우익수 파울 플라이로 1사 3루가 됐고, 박승욱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5-6으로 다시 리드를 뺏겼다.

그래도 LG는 9회초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롯데 마무리 김원중에게 블론 세이브를 안겼다. 선두 오지환이 삼진을 당해 분위기가 다운되는 듯했지만 오스틴과 문보경이 연속 볼넷을 골라내 1,2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박동원이 삼진으로 물러나 2아웃이 되며 이대로 패배로 끝나는가 했지만 대타 구본혁이 천금같은 중전 적시타를 때려내 6-6 동점을 만들었다.

LG도 마무리 유영찬이 9회말에 등판해 선두 최항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지만 윤동희의 번트 시도를 파울로 무산시킨 뒤 삼진을 잡았고 나승엽도 삼진처리를 한 뒤 레이예스를 1루수 직선타로 끝내며 연장까지 경기를 연결했다.

정우영이 10회말 2사 1,2루의 위기를 넘긴 뒤 11회초에 드디어 LG가 역전에 성공. 오스틴의 볼넷과 박동원의 3루수 강습 안타, 구본혁의 볼넷으로 2사 만루를 만들었고, 박해민이 중견수 키를 넘기는 싹쓸이 역전 3타점 2루타를 쳐 승부를 갈랐다.

11회말엔 백승현이 등판해 볼넷 하나를 내줬지만 흐름을 내주지 않고 경기를 끝냈다.

LG는 최원태가 ⅓이닝 동안 4실점으로 강판된 뒤 이지강(2⅔이닝 무실점)-김영준(1⅓이닝 1실점 비자책)-임준형(1⅔이닝 무실점)-김대현(1이닝 무실점)-김유영(1이닝 1실점 비자책)-유영찬(1이닝 무실점)-정우영(1이닝 무실점)-백승현(1이닝 무실점) 등 8명의 불펜 투수들이 나와 롯데 타선을 막아내며 지난해 한국시리즈 2차전과 같은 극적인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LG 타선은 2사후에 득점을 한 것이 대단했다 0-5로 뒤진 5회초 2사후에 오스틴의 스리런포가 터졌고, 5-6으로 뒤진 9회초 2사 후에 구본혁의 동점타가 나왔다. 11회초에도 박해민의 역전타 역시 2사후에 나왔다.

LG 염경엽 감독은 경기 후 “(최)원태가 헤드샷이 나오면서 어쩔 수 없는 불펜데이가 됐다. 불펜 전체 투수들이 집중력을 발휘해 주면서 최소 실점으로 막아준 것이 결국 따라갈 수 있는 발판이 됐다“며 투수들을 아낌없이 칭찬했다. 이어 “오스틴의 스리런 홈런으로 추격의 발판이 시작됐고, 우리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중해 주면서 마지막에 해민이가 결정적인 순간에 3타점을 올려줘 승리할 수 있었다“라고 동점에 역전을 한 타선도 칭찬했다.

“날씨도 덥고 사실 선수들 집중하기 힘든 경기였는데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해준 전체 선수들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한 염 감독은 “멀리 부산까지 와서 늦게까지 응원해주신 팬들 덕분에 올시즌 첫 7연승을 한 것 같다.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