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8-01 07:13:00]
[파리=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소름이 끼쳤다. 5-0을 할 줄은 몰랐다. “
원우영 남자 사브르 대표팀 코치가 1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헝가리(세계 3위)를 45대42로 꺾고 3연패 위업을 달성한 후 '신스틸러' 도경동의 활약을 극찬했다.
헝가리와의 결승전은 이겨야 사는 전쟁이었다. 대한민국 '뉴 어펜져스'는 2012년 런던, 2021년 도쿄에 이어 3연패 역사에 도전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을 따낸 '그랜드슬래머' 원우영 코치가 사브르 대표팀을 맡았고,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세계22위), 오상욱(28·세계1위), 박상원(24·이상 대전광역시청·세계23위), 도경동(25·국군체육부대·세계 75위)이 의기투합했다.
헝가리는 1928년 암스테르담 대회부터 1960년 로마 대회까지 단체전 7연패를 달성하는 등 10개의 단체전 최다 금메달을 보유했고, 개인전에선 '현역 레전드' 애런 실라지가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 2021년 도쿄 대회 개인전 3연패를 달성한 펜싱강국이다. 그러나 1988년 서울 대회 이후 36년간 단체전 금메달이 없었고, 특히 파리 '4연패'를 기대했던 에이스 아론 라지가 개인전 32강에서 탈락하면서 헝가리 역시 단체전 금메달이 절실했다.
절실한 만큼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6바우트 '올림픽 개인전 챔피언' 오상욱이 언드라시 서트마리와의 대결에서 30-29, 1점차로 쫓긴 위기 상황. 7바우트 원우영 코치가 회심의 승부수를 던졌다. '맏형' 구본길 대신 아껴둔 '비밀병기' 도경동을 투입했다. 8강, 4강전을 뛰지 못해 “몸이 근질근질했다“는 도경동이 마침내 꿈의 올림픽 피스트에 올랐다. 크리스티안 러브를 꼼짝없이 돌려세우며 5연속 득점, 5득점 무실점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35-29로 점수 차를 벌리며 본인의 미션을 완수했다. 교체작전 대성공. 원 코치는 “경동이가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나도 내 용병술에 소름이 끼쳤다. 준비가 잘돼 있다곤 생각했지만 5-0까지 할 줄은 몰랐다“며 활짝 웃었다.
8~9바우트, 박상원과 오상욱이 헝가리의 치열한 추격을 뿌리치고 45대42, 3점 차 금메달, 3연패 역사를 완성했다. 3점 차 승리에는 도경동의 게임체인저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원 코치는 “(도)경동이는 단체전을 워낙 잘하는 선수다. 경동이 덕분에 우리나라 팀 랭킹이 세계1위가 된 것이다. 월드컵 단체전에서 늘 제 역할을 해줬다“고 했다. 도경동은 '뉴 어펜져스' 합류 직후 “상욱이형이 부상으로 잠시 빠져 있을 때 나와 상원이가 월드컵 대회에 나갔다. 우리가 올림픽 티켓을 1위로 가져가게 되면서 꼭 같이 올림픽에 가자고 약속했는데 꿈이 이뤄져서 감사하다“면서 “단체전 멤버인 만큼 단체전을 정말 잘했던 (김)준호형에게 수시로 조언을 구하고 있다. 단체전은 짧은 5점 승부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5포인트를 잡는 전술 부분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펜싱스타일을 묻는 질문엔 “오상욱 스타일“이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금메달 직후 “지금 우리는 오상욱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한 도경동의 롤모델은 오상욱이다. “키 차이가 2㎝밖에 나지 않는다. 상욱이형 제자라고 생각한다. 자세를 보고 따라하려고 노력하다“고 말했다.
금메달 시상대에서 씩씩한 거수경례를 올려붙인 도경동은 국군체육부대 소속이다. 지난해 4월 입대해 오는 10월 제대를 앞둔 시점. 뉴 어펜져스의 패기로 올림픽 3연패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며 '조기 전역'을 앞두게 됐다. “금메달을 목에 건 게 전역보다 감사한 일“이라는 소감을 밝혔다파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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